'방가?방가!' 신현빈, "베트남처녀 오해받아도 좋아요"(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10.06 10: 19

동남아 삘 외모 덕분에 부탄인으로 속이고 취업에 성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방가?방가!’. 주인공 김인권이 극중 짝사랑하는 베트남 여자 장미는 영락없는 베트남 여자다. 그런데 알고보니 신인배우이자 토종(?) 한국인 신현빈이란다.
지난 9월 30일 개봉한 영화 ‘방가?방가!’가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을 타며 흥행몰이 중이다. 웃음과 눈물이 적절히 조합된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오랜만에 괜찮은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가 탄생했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고, 주인공들의 연기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 처녀 같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십여년 넘게 ‘명품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김인권, 김정태와 달리 신현빈은 생짜 신인이다. 연기에 대한 경험도 전무하고 하다못해 CF출연 경력 조차 없다. 그런 신현빈이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인 ‘방가?방가!’에서 김인권의 마음을 흔든 욕쟁이 베트남 여자 장미 역을 맡아 관객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시사회 때도 그렇고 아는 사람이랑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뭐든 게 다 처음 있는 경험이다 보니 마냥 신기하면서도 사실 부담도 되죠. 영화에 민폐를 끼칠까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다들 ‘베트남 처녀같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장미는 당연히 베트남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한 관객들이 기자를 포함해 부지기수다. 막상 만나보니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한국 여자로 보이니 오롯이 신현빈의 연기 공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남아 사람, 베트남 사람 같다는 소리를 살면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오디션을 통해 ‘장미’ 역에 캐스팅이 됐다고 했을 때 감사했지만, 속으론 혼자 ‘내가 진짜 베트남 사람 같이 생겼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영화 속에서 모습도 베트남 사람처럼 보이려고 꾸민 모습이 아니라 화장도 안하고, 꾸미지 않은 나의 익숙한 모습인데, 그게 달리 보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 그 부분을 잘 표현해 주신 덕분이죠 뭐.”
외모도 외모지만, 어설픈 한국말 실력하며 입에 ‘개시끼’라는 말을 달고 사는 ‘장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신현빈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기 위해, 베트남 영화는 물론, 한국의 드라마, 쇼프로 등 자료들을 섭렵했고, 실제 외국인 친구들도 수없이 만났다.
처음 베트남 사람이 하는 한국말을 완벽히 표현하고 싶었다는 신현빈은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게 생소했어요. 장미의 상황(장미는 극중 아이 엄마로 한국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살기를 원한다)이나 말, 행동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어렵기만 했어요. 사실 신인이고, 한국 사람 연기를 해도 잘할 수 있을지 모른데, 어떻게 베트남 사람을......”
말끝을 흐렸지만, 신현빈은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훌륭히 제 몫을 해냈다.
“지금 저한테는 베트남 여자같다고 말해주시는 게 가장 큰 칭찬인 것 같아요. 사실 ‘방가?방가!’ 속에서 신현빈이 나쁘지 않았다고만 봐주셔도 만족해요. 영화가 잘돼서 제가 베트남 여자라는 착각을 온 국민에게 드릴 수도 있지만, 앞으로 배우를 하면서 이런 캐릭터를 얼마나 만나보겠어요. 어떤 역이든 할 수 있고, 다음 작품에서는 반드시 변신할테니 걱정같은 건 없어요.”
미술학도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조급하지 않은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여배우로서 조금 늦은 나이에 연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 나이 25살인 신현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사이론학 학사를 졸업한 재원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했고, 미대에 가서 작가를 꿈꿨던 신현빈은 어느날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당연하게 그림을 그렸고, 미술 이론을 공부하면서 대학교에 갔는데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술 쪽이다 보니 너무 간절히 미친 듯이 공부를 하고 몰두를 하는 친구들을 보고 나는 이게 그렇게 간절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잘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일이라 선택했던 거 같아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후회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죠.”
어릴 적 한번쯤 꿈꾸던 배우의 길을 선택하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 하던 공부를 그만둬야하고, 잘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일에 자신의 미래를 맡겨야 했다. 그러나 고민을 하면 할수록 배우에 대한 갈망은 커지기만 했다.
결국 신현빈은 배우로서의 결심을 굳히고 작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연기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한번 결심하니 일이 일사천리로 되더라고요. 졸업을 하고 작년 여름 프로필 사진을 찍고, 이 영화 여주인공 오디션을 본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너무 운이 좋게 붙었죠. 뭐든 게 일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루어졌어요. 시기적으로 저한테 딱 맞았던거 같아요.”
천천히 시작한 만큼 조급증은 없다. 아니 오히려 일반인으로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추억도 경험도 쌓았으니 이제 연기할 일만 남았다.
“데뷔가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그전에 조바심 낼 거 다 내고, 할 걱정도 이미 다 한거 같아요. 내가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단지 ‘스타가 되고 싶어서, 예쁘고 화려하게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고민의 시간을 모두 지나 데뷔하니 앞으로 갈 일만 남았죠.”
그러면서 신현빈은 배우로서 ‘점점 잘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들 저한테 욕심이 많다고 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지만, 그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직업으로 배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배우가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이제 시작하는 배우 신현빈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bong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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