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한 번만 잡으면 잘 풀릴 것 같은데…".
삼성 라이온즈가 자랑하는 '안정권 불펜'의 핵심 좌완 투수 권혁(27)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고전 또 고전하고 있다. 꼭 권혁이 등판한 마운드 위에 엉키고 뒤섞인 실타래가 있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다.
권혁은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회말 무사 1루 선발 팀 레딩을 이어 구원 등판했다. 팀이 0-2로 뒤지던 5회초 3-2로 역전을 시킨 만큼 권혁의 호투가 절실했다. 권혁도 지난 플레이오프 부진을 만회하고 픈 마음이 절실한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나친 부담감을 떨쳐내는데 실패하고 박재상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경기 전 권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구 감각을 한 번만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쉽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권혁은 올해 8개 구단 최고의 좌완 계투 요원이었다. 올 시즌 7승 1패 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하며 정현욱, 안지만과 함께 삼성의 계투진을 이끈 권혁은 두산과의 PO 1,2,3차전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3경기에서 ⅔이닝 동안 2피안타 4사사구 2실점(2자책) 평균자책점이 27.00이나 된다.
1차전 9회 1사 1,2루 상황에서 보크를 범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할 뻔 했던 권혁은 2차전에서도 0-1로 뒤진 6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배영수를 구원 등판했으나 첫 타자 이종욱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김동주와의 대결에서 2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3차전에서는 더 안 좋았다. 4-5로 뒤진 6회말 구원에 나섰다. 정수빈 오재원 이종욱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왼손타자 트리오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첫 타자 정수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다. 선동렬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자 주저없이 권혁을 강판시켰다.

권혁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선동렬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컨디션은 플레이오프 때 보다 좋다. 두산이랑 SK에 강했다. 공도 좋은데 잘 안 풀린다"며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내가 잘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렸을 때는 긴장은 됐지만 잘 하면 좋고 못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던졌다. 그런데 이번이 한국시리즈 세 번째여서 그런지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정규리그가 아니라서 얼마나 던질 지 모르겠지만 맘 편히 던지면 조금 풀릴 것도 같다"고 말했다.
1차전 후 선동렬 감독은 "권혁이 막아줬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앞으로도 기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위기 상황에서 권혁을 등판시키기 보다 패전처리와 같은 편안한 상황에서 맘 편히 공을 뿌리며 투구 밸런스와 자신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여진다.
"한 번만 감을 잡으면 되는데…"라는 권혁의 말처럼 컨디션만 찾으면 선동렬 감독이 말한 삼성 마운드의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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