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10.18 10: 00

지난 11일부터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진행된 ‘제2차 T20 관광장관회의’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관광이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점이 부각됐으며 특히 차기 G20정상회의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2011년 T20 관광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G20 정상회의와 T20 관광장관회의간 유기적인 연계시스템이 구축돼 경제는 물론 관광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여행미디어는 이번 T20관광장관회의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본다.
또 다른 삶의 활력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몇 년 전 한반도 전체를 강타했던 광고 문구다. 이처럼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여행과 관광은 삶의 활력소 그 자체로 특히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마치 상식처럼 통하고 있는 만큼 이제 관광은 경제적 성장의 촉진제 역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서 그 가치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20년, 30년 뒤에는 삶의 질 제고가 중요한 국가정책 목표가 될 것으로 판단, 각 부분별 정책 방향을 2040년에 초점을 맞춰 ‘성장을 통한 사회복지와 발전’을 추진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화두는 혁신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잇단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그 이면에 깔린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2006년 미국 〈포춘(Fortune)〉지가 발표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서 생명공학 회사인 지넨테크(Genentech)가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당시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를 넘을 정도였다. 〈포춘〉은 이 회사의 성공비결을 기업문화로 꼽았다. 본사 건물은 회사보다는 대학캠퍼스에 가까워 넓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이러한 기업문화로 인해 ‘창조적 시간’을 부여받게 된 직원들은 창의성을 살려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다. 또한 연중 근무시간의 20%는 평소 업무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지넨테크만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상당수 기업들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삶의 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으로 사회적 웰빙의 수준을 높인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월 대표적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사회적 웰빙과 지속가능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기존 GDP를 대체할 ‘행복 GDP’의 기본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경제성과에 국민 웰빙 지표를 포함하는 것으로, 가사노동, 봉사, 가족 레저활동 등 비(非)상업 활동을 포함시켰으며 보건 복지 및 소득분배 시스템의 질을 평가하고 친환경 개발 등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경제지표에 반영했다.
한편 관광은 소비 활성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웰빙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광이 단순히 먹고, 노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문화적 삶을 향유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일에 편중된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질환 증가, 가족간 결속력 약화 등 사회문제가 유발된다. 이를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 바로 문화활동과 관광산업의 확대다.
 
일상에서 벗어난 정신적 쉼터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육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질병도 없는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경제적 풍요가 삶의 질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그 예로 한국을 꼽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연간 2305시간을 일한다. 카타르·멕시코·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4위, OECD 국가 중엔 압도적으로 1위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고 보도할 정도다.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초고속 경제성장을 추구해왔지만 반대편에서는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다. 각종 ‘삶의 질’ 지수를 보면 한국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집계해 발표한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30개 국가 중 25위다.
아일랜드의 생활정보잡지 〈인터내셔널 리빙〉이 평가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2010년 삶의 질은 지난해보다 10단계 하락한 42위를 차지했다. 이에 한국 사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러한 균형점을 찾아주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여행과 관광으로, 일에 지친 삶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신적 쉼터를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행도 책임감 있고 공정하게 즐긴다
관광산업에도 책임성과 공정성을 가미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불고 있다. 관광객들이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 그 지역의 경제, 문화, 환경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책임여행이 이제는 방문지역과의 문화 경제적 나눔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정여행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정여행이 그렇게 거창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트래블러스맵이 제시한 공정여행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여행할 때 현지인이 운영하는 회사나 교통수단 등을 이용하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탄소배출 줄이기, 일회용품 사용을 가급적 줄여 환경오염이 되지 않도록 하기, 현지인을 착취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평화 증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책임여행자들 사이에는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미얀마는 여행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책임여행을 지지하는 관광객들은 여행을 하더라도 군부가 운영하는 국적기나 국영 업소를 피해 다소 불편하거나 비싸더라도 민간 업체를 이용하며, 그들의 조그만 행동이 해당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해 1월 윤리적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이 설립됐으며, 평화 여행을 지향하며 2006년 설립된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 또한 공정여행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태평양지역관광협회(PATA)가 지난 2월 한국·인도·중국·독일 등 10개국 5050명을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63%가 ‘현지의 문화와 환경을 보존하는 책임감 있는 공정여행에 여행경비의 25%까지 더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 여행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여행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며 우리의 여행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관광을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를 접한다. 동서양의 문명뿐 아니라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토속 신앙 등 다양한 종교를 접하기도 하고 타 지역의 음식과 언어, 삶의 방식 등을 배우기도 한다.
관광을 통해 세계인들의 다양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다양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서로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어 관광은 지역간, 국가간 갈등을 줄이고 한 국가, 나아가 지구촌을 보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곳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글=여행미디어 기획취재팀 www.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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