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김재현, '최후의 2루 땅볼' …아름다운 퇴장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0.19 21: 29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김재현(SK, 35)의 말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알려졌다시피 김재현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한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재현은 최종전을 앞두고서도 "지금 은퇴하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더 말이 많다"면서 "더해라. 번복해서 더 해라고 한다. 물론 몸 상태로는 1∼2년 더 할 수 있지만 난 쉽게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아쉬움 섞인 웃음을 지었다. 김재현은 어려서부터 힘있을 때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오래하는 것도 멋지지만, 그래도 힘이 남아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김재현은 남자답게 약속을 지켰다. 소속팀 SK가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두며 '캐논히터'김재현의 17년 선수 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아름답게 빛냈다. SK는 시리즈 전적 4승무패로 2007~2008년에 이어 창단 3번째 통합우승의 위업을 세웠다. SK에게도 4전 전승 퍼펙트 우승은 이번이 처음. 2007년에는 4승2패, 2008년에는 4승1패로 우승한 바 있다. 올해 포함 역대 28차례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 우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6번째.

김재현은 팀의 간판 타자답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제 몫을 해냈다.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9-5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3-3으로 맞선 5회 삼성 오승환에게 결승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작렬시키며 승부의 추를 SK 쪽으로 가져오는데 앞장섰다. 6회에는 쐐기 적시타까지 한 방 더 터뜨렸다. 경기 후 데일리 MVP도 당연히 김재현의 몫이었다.
경기 후 김재현은 "올해는 내게 정말 뜻깊은 한해다. 선수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며 주장답게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후 SK는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김재현은 "야구란 한 번 흐름이 넘어가면 힘들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우승을 하는 순간까지 절대로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욕심 아닌 욕심이 있었다.
김재현은 마지막 경기가 된 4차전에서 선발로 출장하지 못했다. 삼성 선발이 좌완 장원삼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분명 아쉬웠을 수 있다. 그러나 1루 덕아웃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최선을 다해 뛰어 득점에 성공한 후배들을 격려하기에 바빴다. 다행히 김재현은 팀이 3-0으로 리드하던 6회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비록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그의 타구 덕분에 후속타자 박경완의 적시타가 터져 SK는 한 점을 추가해 4-1승리를 거뒀다.
야구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은 김재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1루 베이스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17년의 세월을 정리하기에 짧은 거리였다. 발걸음을 1루측 덕아웃으로 돌리던 김재현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해 보였다. 그렇게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SK '캐넌히터' 김재현의 마지막 야구 이야기였다.
agassi@osenm.co.kr
<사진>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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