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SK 시대가 도래했다.
SK는 지난 19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마저 승리로 이끌며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창단 3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7~2008년 2연패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정상의 자리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 2000년대 최고의 팀도 SK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왕조'라는 표현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역대 프로야구에서는 왕조가 한 번 있었으니 바로 1980~90년대 해태가 그 주인공이다. SK는 과연 해태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 완벽 투타 밸런스

SK는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자랑하는 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마운드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4년 연속은 물론 3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팀도없었다. 해태가 1987~88년, 1990~91년, 1996~97년, 현대가 2000~01년 2년 연속으로 차지한 적은 있어도 SK처럼 이렇게 오래 꾸준히 1위한 팀은 없었다. SK가 하나의 역사를 쓴 것이다. 그만큼 마운드의 강함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SK는 4년간 계속된 인적 구성의 변화에도 새로운 투수들을 발굴해내며 평균자책점 1위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광현이라는 에이스가 든든한 중심축이 되어주고 있는 가운데 매년 그와 짝을 이루는 외국인 에이스들이 등장했다. 불펜 야구라 불릴 정도로 강력함을 자랑하는 중간계투진도 정대현·정우람·이승호(20번)가 수년째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SK 야구는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에서도 SK의 팀 방어율은 2점대(2.50)였으며 4년간 한국시리즈의 평균자책점도 역시 2점대(2.96)였다.
타선의 힘도 강하다. 최근 4년간 팀 타율 부문에서 4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으며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도 1위-2위-1위-3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최근 4년간 SK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487개)과 희생번트(442개)를 기록한 팀이다. 홈런과 번트의 양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SK는 가능하다. 이는 즉 빅볼은 빅볼대로 스몰볼은 스몰볼대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SK에게 있어 빅볼과 스몰볼의 구분 자체가 의미없다. SK는 상황에 따라 점수를 뽑아내는 팀이 됐다.
▲ 김성근 감독의 존재

SK의 강점은 강력한 팀 파워로 요약할 수 있다. 김광현을 제외하면 리그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슈퍼스타는 없지만 선수들 하나하나가 한데 뭉쳐서 발휘하는 힘은 단연 두드러진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는 투수들의 희생은 물론이고 하위타순으로 내려가 보내기 번트를 대는 중심타자들의 희생도 모두 '팀'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개인을 내세우지 않고 철저하게 팀으로 움직인다. 조직력과 응집력에서 단연 최고의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SK의 조직력은 김성근 감독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 SK의 모든 것은 김 감독에 의해 조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SK 특유의 강훈련도 모두 김 감독부터 시작된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마치 제2의 스프링캠프를 차린듯 맹훈련을 거듭한 것도 김 감독의 지시였다. 그리고 이는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효과를 봤다. 김 감독은 "우리는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팀보다 월등히 많고 신중하다. 그것이 바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SK 선수들은 기대이상의 경기력으로 삼성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김 감독은 "내가 놀랄 정도로 선수들이 성장했다. 시리즈 전만 하더라도 투타 모두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다들 너무 잘해줬다"며 "선수들이 이제 싸울 줄 안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존재가 없다면 모르는 일이 된다. 김 감독이 있는 한 SK는 언제나 우승후보다.
▲ 베테랑 존재와 역할

야구라는 단체 스포츠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한 김재현은 "선수들이 말보다 행동으로 한다. 선수들의 플레이와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직접 감동을 받고 마음으로 전달되는 게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김성근 감독님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팀이라는 것이 김재현의 설명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베테랑의 존재가 크다. SK에서는 김재현이 이 같은 역할을 도맡았다.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의 자세로 분위기를 다잡는데 앞장섰다. 한국시리즈 MVP 박정권은 "우리 팀이 고참들과 어린 선수들로 나눠지는데 어린 선수들이 흔들리고 그럴 때마다 (김)재현이 형이 미팅을 열었다"며 "침착하게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그러는 것이 선수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의 존재와 역할은 단지 그라운드에서만 한하는 것이 아니다. SK가 해태 왕조의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베테랑의 존재와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제 팀을 떠나는 김재현이지만 그는 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봤다. "워낙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위기상황 때마다 선수들이 잘 뭉쳤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예전 해태 전성기를 SK가 누려서 최고의 명문구단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김재현의 말. 그의 그라운드 안팎 공백은 SK의 숙제일 수 있다.
하지만 SK는 언제나 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목표를 추구하는 팀이다. 김성근 감독은 "다시 선수들을 한 바퀴 굴려야겠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대만-일본과의 챔피언십에 포커스를 맞췄다. 해태 왕조의 길을 따르기 위한 SK의 도전은 계속된다.
waw@osen.co.k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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