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황정민' 김영필, "임순례 감독 캐스팅 믿을 수 없었죠" [인터뷰]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11.02 09: 16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황정민 김윤석 박희순 정만식 서영희 송새벽 등의 배우들의 공통점은 연극무대에서 오랜 시간 동안 내공을 쌓아온 배우들로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배우들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김영필이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으로 나서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필은 범상치 않은 연기력으로 이미 대학로에서는 널리 알려진 배우다. 극단 ‘골목길’의 연극 ‘청춘예찬’, ‘애니깽’, ‘돌아온 엄사장’, ‘포트’, ‘경숙이, 경숙 아버지’, ‘디너’, ‘너무 놀라지 마라’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 왔다.

김영필은 이후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혀 ‘로망스’ ‘비열한 거리’ ‘그 놈 목소리’ ‘라듸오 데이즈’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출연했다.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김영필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극에서 본 김영필의 인상적인 연기를 기억해 그를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임순례 감독 역시 “작품의 캐릭터와 색깔을 제대로 표현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영필은 박해일, 황정민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발굴해낸 임순례 감독이 선택한 배우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연기력과 실력에 대해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순례 감독님이 어느 날 극단 대표를 통해서 연락이 왔어요. 저를 찾는다고. 깜작 놀랐죠. 그 감독님이 저를 찾는다고 해서 너무 놀랐어요. ‘경숙이 경숙 아버지’라는 연극이 있는데 그 작품의 초연을 보시고 기억하고 계셨다가 이번 작품의 캐스팅으로 연락이 오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안 믿었어요. 사실 공연을 하면서 그런 영화 캐스팅 제의가 여러 번 있었죠. 대본까지 주고 캐스팅할 것처럼 말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투자 문제로 인해서 불발된 상황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임순례 감독님은 처음에 좋은 말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투자 등의 문제로 혹시 어려울 수 있지만 자신이 영화사를 차렸고 준비하는 영화가 있기 때문에 영필씨랑 작업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럼에도 마음을 비워두고 있었는데 피디를 통해서 작업을 시작하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러면 정말 뛰듯이 좋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마음을 비워두고 있어서 인지 의외로 담담했어요. 그러다가 한참 있다가 좋아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말씀드렸습니다(웃음)”
극중에서 김영필은 시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은 인물이다. 하지만 주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노부모의 밑에서 소똥을 치우고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생활적인 부분에서 얹혀살고 있다. 늘 그가 하는 말은 “저 놈의 소를 팔아 치우든지 해야지!”라며 버럭버럭 불만을 토로한다. 급기야 노부부가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그 소를 팔러 나간다. 그러면서 소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극중의 그 인물이랑 저라는 사람이랑 크게 다르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내 생각이랑 맞지 않으면 바로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극중의 남자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많이 힘들어하는데 연극하는 사람들도 운이 좋아서 감독님도 만나고 영화도 찍지만 참 풀리기 힘든 분야에요. 일을 좋아서 하기는 하지만 정말 안 풀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 친구도 시를 쓰지만 안 풀리는 부분이 많은 친구죠. 그런 부분이 많이 와 닿았어요. 저랑 많이 비슷한 인물입니다.”
김영필은 극중에서 귀농한 지식인지만 농사일에는 젬병이고 꿈꾸는 바는 이뤄지지 않는 답답함을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소 그리고 개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선호라는 인물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피식피식 웃음이 세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김영필은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저도 연극을 하다가 1년 정도 집에 내려가서 쉬다가 온 적이 있어요. 서울에 막상 올라왔지만 일도 없고 적응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1년 정도 쉬다가 다시 연극을 하게 됐죠. 그럴 때의 답답한 마음을 알아요.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였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사실 촬영장에서는 NG도 많이 났어요. 임순례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한 분이라서 한 커트,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정말 완벽하게 그려내려고 하셨어요. 임순례 감독님에게 맞추기 위해서 저도 집중해서 하려고 했어요. 가끔 제가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감독님이 NG를 계속 내면서 저를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남편을 하늘로 먼저 보낸 옛 여자친구한테 느닷없이 전화가 온다. 그 옛 여자친구는 바로 공효진.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옛 여자친구가 전화가 오자 직설적인 성격 그대로 “제발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잘 살아라”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녀와의 로맨스를 다시 꿈꾸기도 한다.  
“상대배우가 공효진이라는 말에 정말 기대가 컸지만 다른 한편 스타랑 하니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이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호흡이 잘 안 맞으면 어쩌지 그런 걱정스러움도 있었는데 첫 만남부터 너무 편했어요. 이 친구가 그날 광고 찍었다고 자기가 2차 사겠다고 동네 술집에 가서 마셨는데 아주 편했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너무 편했고 촬영하면서 내내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갔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정말 너무 멋진 배우였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고 감독님이 설득을 하면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고 자기가 관철하고 싶은 것은 또 애를 쓰고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이는 저보다 어린데 되게 배울만한 후배였어요.”
마지막으로 김영필은 “한참 지쳐있을 때 감독님을 만나서 충전이 좀 된 것 같아요. 충전이 된 작품이었어요. 앞으로 좋은 작품 있으면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라고 포부를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 “앗! 기자님 제가 곧 연극하는데 짧게라도 써주실 수 있으세요?” “네 당연하죠~”
김영필이 주연을 맡은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가 오는 2010년 11월 20일부터 12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에서 열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crystal@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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