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피자논쟁…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 문용식 나우콤 대표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1.16 08: 27

이념 문제 투쟁 아닌데 20대 절반 감옥생활
촛불시위 생중계로 20년 만에 또 구치소행
우선 듣고 자기 생각 개선하는 게 바로 소통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오지랖은 아니었다. 이념의 문제는 더욱이 아니었다. ‘인간답게 사느냐’라는 실존적 문제였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51)의 5년간의 징역살이도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달 28일 밤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트위터로 한바탕 설전을 벌인 게 계기였다. 발단은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SNS)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SSM(기업형슈퍼마켓)이 민감한 때에 자사의 복리후생 자랑만 늘어놓는 대기업의 쪽팔리는 행동에 문 대표는 화가 치밀었다. 과거와 오버랩 됐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피자가 ‘탐욕’으로 보였다. 정 부회장과의 피자 논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피자논쟁…트위터 투표로까지 이어졌다.
▲사실 논쟁거리도 못될 일이었다. 대기업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유럽의 마트에서는 술도 못 팔게 한다. 독일은 소규모 상가의 10%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 입점이 안 된다. 최고의 유통기업이라면 좀더 글로벌하게 경쟁했어야 했다.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영이 되는 게임으로 심한 경쟁을 야기시키는 경향이 있다. 흑자국이 있으면 반드시 동액의 적자국이 존재한다)에서 영세업자의 그릇을 탐하는 방식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신세계 같은 대기업이라면 서민과 더불어 사는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통쾌하다는 트위터리안 많았다.
▲공감하되 속 시원하다는 반응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대기업이나 지도세력에 의해 국민들이 자신도 모른 채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방증에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대기업의 힘이 크구나’라는 사실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자칫 잡범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
▲1980년대 3번 구속됐다. 20대 절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전두환 취임 후 보름이 지난 81년 3월 축하이벤트 겸 시위로 1년, 학교 잘린 뒤 광주에 내려가 고등학교 강사 때 전남대 시위에 얽혀 또 1년, 84년 1월 복학해서 ‘깃발’ 발행하다가 3여년. 88서울올림픽이 끝난 덕에 그해 10월 출소했다.
 
-아프리카 방송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촛불시위로 가장 뜬 곳은 다음 아고라 토론장과 인터넷동영상 생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는 플랫폼에 불과하다. 누리꾼들이 찍은 생생한 시위의 현장을 실시간 방송하는 통로의 역할만을 한 셈이다. 5월 촛불시위가 터지자 시위현장을 아프리카가 생중계했고 하루 평균 70만명이 접속하면서 대검에서 구속수사 지침이 내려졌다. 2008년 6월 20년만에 다시 서울구치소를 가게 됐다.  
 
-학생 때 얘기해 달라. 왜 그렇게 치열했나.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다. 실존적 문제였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어진 군사정권, 유신체제에 따른 권위주의. 일말의 자유는 없었다.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무성했다.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되지 못한 사회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전투적일 수밖에 없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트위터는 언제부터 했나
▲얼리어답터는 아니다. 올 6월인가 7월 여름부터 시작했다. 대표로서 중요한 일이 직원들과의 소통이라는 생각에서 트위터를 시작했다. 공부도 필요 없고 쉽게 소통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문 대표에게 소통이란
▲소통의 기본은 듣는 데서 출발한다. 필요하다면 자기의 생각을 개선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게 소통이라는 생각이다.
 
-P2P 등 저작권 문제를 놓고 문 대표의 이념과 온라인사업에서 괴리를 느낀다는 부류도 있다.
▲먼저 현재의 저작권 제도를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시대엔 복제를 통제할 수 없다. 창작물이 나오면 퍼지게 마련이다. 많은 저작이 저작권 때문에 잊혀지고 파괴될 위험도 생긴다. 도리어 혁신을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에선 지식독점이 계급독점인 셈이다. 근본적으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있어야 하고 여러모로 카피레프트운동은 필요하다.
 
-경영철학은
▲일하는 사람에게 자율권을 주는데 있다. 자발적으로 판단, 선택해 움직인다. 자유라는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므로 시키는 일을 하는 타율적 직원들은 더 힘이 들 수도 있다. 출퇴근도 그렇고 팀에서 새 직원을 뽑거나 예산 부분에서도 모든 권한을 팀 및 직원에게 주는 게 철학이고 경영의 원칙이다.
 
-88만원세대,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비정규직, 취업난 등 힘든 때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10년은 꾸준히 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우물만 파보라는 얘기다. 그러면 언젠가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된다. 전문가적 능력과 대접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지난달 28일밤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반말을 문제 삼았지만 트위터리안들은 문 대표의 이유 있는 근거에 손을 들어줬다. 문 대표는 달을 가리키는데 정 부회장은 손가락을 본 격이라며 빅브라더의 처절한 패배라고 누리꾼들은 입을 모았다.
 
◆문용식 대표는
인터넷의 시초라 할만하다. 1992년 ‘나우누리’라는 PC통신으로 시작한 나우콤은 2008년 촛불시위 정국에선 인터넷방송서비스인 아프리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그 중심엔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79학번,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핵심인물. 20대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냈다.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