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요계는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하고 요란했다.
10대부터 중년까지 열광하는 걸그룹의 돌풍으로 가요계가 연예계 거의 모든 이슈를 독점하다시피 했고, 해외로 뻗어나간 가수들은 갓 데뷔한 신인부터 20년차 중견까지 모두가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건, 사고, 논란도 잇따라 터져, 승승장구하던 톱가수들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한해 동안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사건 10가지를 꼽았다.

# 천안함 침몰, 가요계도 침몰
지난 3월 터진 천안함 사건은 가요계도 침몰시켰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음악 프로그램들이 2~3주 중단됐기 때문. 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주수입원인 행사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비와 이효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부랴부랴 컴백일을 뒤로 미루고, 천안함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신인가수는 설 자리도 없었다. 국가에 슬픈 일이 터질 때마다 가수들이 ‘휴업’에 들어가야 하는 이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 또 표절? 이효리, 표절곡 사기 피해
이효리는 표절과 질긴 악연을 이어갔다. 지난 2집 ‘겟챠’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씽’과 비슷하다는 의혹으로 활동을 일찍 마감한 바있는 이효리는 올해 발표한 4집 역시 표절 이슈에 휘말렸다.
사건 전개 양상은 달랐다. 네티즌이 먼저 의혹을 제기하고, 온갖 비판을 감수해야 했던 지난 2집과 달리, 이번에는 이효리가 먼저 고백했고, 자신이 피해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효리는 작곡가 바누스가 자신에게 표절곡 4곡을 줬다며 6월 공식 발표했고, 바누스는 최근 사기 및 업무방해, 문서 위조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어쨌든 앨범 제목을 ‘H-Logic’이라 짓고, 프로듀서를 자처했던 이효리로서는 민망한 일이 됐다.
# 타블로, 스탠포드 학력 진위 도마
타블로는 온라인 일각에서 진행되던 학력 의혹에 별 반응을 않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타진요’, ‘상진세’ 등 일부 카페에서 타블로의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 학력이 거짓이라고 주장, 관련 자료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난리가 나고 만 것.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의 학력과 관련해 여러 멘트를 했던 타블로는 순식간에 전 국민을 속인 ‘사기꾼’으로 몰렸다. 논문을 공개하라는 등 네티즌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타블로는 즉각 대응하지 않아 이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고, 이후 타블로는 MBC와 미국 스탠포드를 직접 방문, 학력을 직접 ‘인증’해야 했다.
타블로는 자신을 괴롭히던 네티즌 22명을 고소했으며, 최근 경찰은 이 중 1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왓비컴즈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국계 미국시민권자 김모(57)씨 등 해외 거주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수배에 나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요계에는 아무리 말도 안되는 루머라도 초기에 적극 진압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 태진아-이루, 작사가 최희진 스캔들에 피멍
가요계의 대표 부자 스타 태진아와 이루는 작사가 최희진의 거듭되는 폭탄 발언에 십년 감수해야 했다.
최희진은 자신이 이루와 만남을 가졌으며, 결별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온라인은 즉각 뜨거워졌다. 태진아가 최희진의 주장을 반박하자, 최희진은 이루에 대해 ‘성적 변태’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고 쓰는가 하면 낙태를 했다는 사실까지 암시하며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사건은 막장 드라마 뺨치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졌다. 최희진은 “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이루의 아이를 가진 적도 없다”며 불임을 고백, 네티즌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결국 허위사실 유포와 태진아 등을 협박해 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됐다.
# 미쓰에이 ‘배드 걸 굿 걸’ 돌풍
미쓰에이는 올해 JYP엔터테인먼트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었다. 쉬운 멜로디에 과감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미쓰에이의 데뷔곡 ‘배드 걸 굿 걸’은 지난 여름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최고의 히트곡으로 떠올랐다.
발랄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성적인 매력을 발휘하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데뷔를 준비 중인 다른 걸그룹들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파격적으로 중국인 멤버 두명에 한국인 멤버 두 명으로 구성된 미쓰에이는 앞으로 중화권 진출에 적극 나서며 아시아권 인기를 노릴 예정. 청순한 외모로 남성팬들을 다수 확보한 멤버 수지는 내년 방송될 KBS ‘드림하이’의 주인공으로도 내정돼 연기 연습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 MC몽, 병역법 위반 혐의 기소 발칵
신곡만 냈다하면 음원 1위를 휩쓸고, KBS ‘1박2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큰 인기를 모으던 MC몽은 치아 문제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발목을 붙잡혔다.
그가 지난 2006년 병역을 면제 받기 위해 35번 치아를 고의로 발치했다고 검찰이 주장하고 나선 것. 2004년에 먼저 뽑은 치아 2개도 의심스럽고, 그 연장선상에서 35번 치아 발치 배경도 병역 면제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MC몽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입영 연기를 7차례 거듭한 것도 밝혀진 상태. 연예계에서 입영 연기는 흔한 일이나, MC몽은 면제를 받기 위해 군입대를 최대한 미룬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MC몽은 “입영 연기는 당시 소속사에서 알아서 했으며, 그러한 연기가 적법한 줄 알았다.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경찰 내사 단계서부터 수사와 관련한 일거수 일투족이 ‘생중계’된 MC몽은 사실상 마음을 비우고 대중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입장. 그는 다만 “내안에 조금의 진실은 있다. 믿어만 준다면, 그 누구보다 아프게 벌을 받을테니 기다려달라”고 당부, 일부러 치아를 빼진 않았다고, 그 의혹만큼은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 소녀시대, 일본 NHK 헤드라인 장식
걸그룹의 열풍은 계속됐다. 이 열풍은 일본 열도에까지 금방 도달했는데, 그 선두는 단연 소녀시대였다.
일본 첫 쇼케이스에 1만 여명이 모인 것도 모자라, 추가 2회 공연을 급히 편성, 이 또한 매진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입증한 소녀시대는 그 즉시 NHK 헤드라인은 물론이고, 각종 시사주간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위세를 떨쳤다.
보아, 동방신기만 해도 신인의 자격으로 수년간 일본 활동을 해야 현지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소녀시대는 공항에 내리는 순간, 이미 톱스타였다. 이는 유튜브, 트위터 등 발달한 온라인 문화 덕분. 인터넷으로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접해온 일본팬들은 현지 아이돌가수와의 급격한 실력차 등에 깜짝 놀라며 소녀시대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두 번째 싱글 ‘지’로는 결국 오리콘 1위까지 기록한 상태. 현재 일반 가라오케에서는 소녀시대의 노래가 수시로 흘러나올 정도 일본 대중 깊숙이 ‘침투’했다. 소녀시대는 일본 컴백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신곡 ‘훗’을 발표, 한일 차트 1위를 동시에 거머쥐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 비가 도박을 했다고? 도박설 강경대응
‘건실한 청년’ 비는 도박설에 휩싸여 이를 주장한 A씨와 보도 매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2006년 월드투어 미국 공연 프로모터였던 A는 비가 1억여원을 빌려 도박으로 날리고, 이를 갚지 않았다며 미국 현지에 고소장을 접수, 이를 공개하며 비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남겼다. 그리고 월드투어 당시 라스베이거스에 자주 들러, 거액의 도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비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생일파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 들렀을 뿐이라면서 A가 월드투어 소송과 관련해 악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A와 A의 주장을 보도한 매체와는 법적 공방 중이다.
비에게는 올 한해 구설수가 많았다. 그는 소속사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팔았다가 개미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샀고, 의류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횡령 혐의로 잡음을 내기도 했다. 비는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KBS ‘도망자’ 출연에 매진했으며 연말 단독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 2NE1,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2NE1
YG엔터테인먼트는 2NE1의 위력을 전방에 떨치는데 성공했다. 지난 9월 컴백한 2NE1은 ‘캔트 노바디’, ‘고어웨이’, ‘박수쳐’ 등 무려 세 곡을 동시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고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 각각의 뮤직비디오와 그에 맞는 비주얼 콘셉트를 선보였다.
가요계에서는 세 곡을 동시에 홍보하는 게 오히려 개별곡들에 대한 힘이 떨어져 차트에서 불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2NE1은 음원차트 1위에서 3위까지 모두 차지하며 가요계를 ‘접수’했다.
세련됐지만 어렵지 않은 2NE1의 음악은 ‘음원 2주천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상위권을 휩쓸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머쥐었다.
# 배관공에서 슈퍼스타로! ‘슈퍼스타K2' 신드롬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슈퍼스타로 우뚝 서는 과정에 전국민이 환호했다. 엠넷에서 2년째 마련한 ‘슈퍼스타K'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 오디션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MC 김성주의 “60초 후에 공개합니다”라는 멘트와 심사위원들의 “제 점수는요”가 유행어가 됐고, 이문세, 이승철, 윤종신 등 뮤지션들의 음악을 재조명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특히 윤종신은 잊혀져가던 곡 ‘본능적으로’를 강승윤에게 줘,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는 기현상도 낳았다.
배관공에서 ‘슈퍼스타K2’ 우승자로 인생 역전을 일으킨 허각 역시 신곡 ‘언제나’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으며, 톱 11의 출연자들은 오는 12월 각자 음반제작사에 둥지를 틀고 정식 가요 시장에 데뷔할 예정이다.
인기가 높다보니 잡음도 없진 않았다. 엠넷이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리자 지상파 관계자들 사이에선 언짢은 기색도 포착됐으며, 출연자들을 ‘스타’로 보고 음반제작사에 넘기려는 엠넷과 출연자들을 ‘지망생’으로 보고 관심을 보였던 음반제작자들 사이에 시선 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몇몇 출연자들은 벌써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MBC가 ‘슈퍼스타K2'의 아류라 할 수 있는 ‘위대한 탄생’을 긴급 편성하면서 오디션 스타들은 계속해서 탄생할 전망. 이들이 획일화된 가요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지 기대가 높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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