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40)는 연기자로 또한 톱스타로 25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CF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레드카펫에서는 여전히 ‘핫’하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41살인 김혜수. 불혹이 지나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여배우 중 하나인 김혜수는 갈수록 전성기다. 제 2, 제 3의 전성기도 모두 지났을 법한 그녀지만, 전성기는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으며 그때마다 연기는 깊이를 더하고, 외모 역시 더욱 빛난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수는 올해 또 한번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1995년 영화 ‘닥터봉’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한석규와 15년 만에 재회해 영화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신성우 황신혜 등 또래급 배우와 함께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집’ 촬영이 한창이다.

25년 동안 마치 스스로와 경쟁하듯 최고, 또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김혜수. 이미 최정상에 올라왔음에도 그녀는 “한번도 최고였던 적 없다”고 말했다. 겸손한 척이라 지레 짐작했지만, 김혜수는 “배우로도 스타로도 최고가 아니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무엇이 그녀가 생각하는 ‘최고’ 일까. 영화 ‘이층의 악당’ 개봉을 앞두고 배우 김혜수를 만났다.

“웃기지 않은 김혜수가 웃기려고 의도하지 않은 코믹영화”
- ‘이층의 악당’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신경쇠약의 까칠한 집주인 ‘연주’ 역을 맡았다. 마치 실제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까칠 연기가 일품이다.
▲ 실제 연주처럼 까칠한 편은 아니다. 평소 생활에서 예민한 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배우 일을 하면서 일적인 면에서는 예민하기도 하지만. 연주와 비슷한 게 있다면 불면증 정도? 20년 가까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 어릴 때는 잠이 너무 많았는데, 일을 하면서 줄기도 했고 어떤 책에서 “인생의 1/3은 잠으로 허비된다”는 구절을 읽고 아깝다는 생각에 일부러 줄였다. 그러던 것이 20년 가까이 불면증이 됐다. 다행히 조금 자도 숙면을 취하는 편이라 우울증까지는 가지 않았다.
- ‘이층의 악당’은 코믹 스릴러물이다. 연주와 중학생 딸, 그리고 위층 남자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 손재곤 감독의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감독님과 미팅하고 나서 봤다. 그 작품을 보니 박용우와 최강희가 너무 잘하더라. 특히 박용우의 디테일이 크게 보였다. 웃기려고 하지 않는데 웃기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연기할 것이 많겠구나 싶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반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 반이었다.
- 오랜만에 코믹연기는 어땠나. 2001년 ‘신라의 달밤’ 이후로는 도통 코믹연기를 안했던 거 같은데.
▲ 개인적으로 김혜수란 사람은 코믹감이 없다. 그래서 늘 코믹영화를 할 때 고민이 많고 부담이 된다. 재밌어 보이려면 과장된 연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과거에 있었다. 그래서 싫다기 보다 겁을 냈지. 근데 이번 작품에는 감독님이 단번에 ‘웃기려고 하지말라’고 하더라. 상황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지 배우가 웃기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 한석규와 15년만의 재회도 남다를텐데. ‘닥터봉’ 때 한석규는 영화의 첫 주연작이었고 김혜수는 이미 최고의 배우가 아니었던가.
▲ 동년배는 알겠지만 내 청춘에 있는 배우 중 하나다. ‘닥터봉’을 할 때 똑같이 열악한 상황에서 처음 영화를 하는 사람이 어쩜 이렇게 잘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괴감까지 느꼈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데뷔를 해 그때 나는 방황을 하던 시기였고 가장 못나게 굴었던 작품이던거 같다. 근데 석규오빠는 두드러지지 않게 그 역할에 빠져살았다. 그랬던 사람이라 이번 작품 역시 더욱 기대가 됐고, 기대만큼 행복했던 작업이었다.

“전성기는 왜 40대에 오고 그러냐”
- 1986년 ‘깜보’로 영화계에 데뷔해 지금까지 인기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슬럼프도 있었을 것이고 소위 말하는 고난과 역경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 철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배우였다. 10대 후반부터 시작했던 게 아직까지 가는 부분이 있다. 남들이 봤을 때 작품도 잘하고, 광고도 많이 해 부러울 수도 있지만, 혼자 슬럼프에 빠진 지는 오래됐다. 다 잊어버리고,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했을 때도 있었고 그냥 접어버릴까 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냥 내버려둔다. 배우는 자의식이나 욕망하고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고 이유를 안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힘들어지면 그냥 힘들 때 까지 힘들어하다가 결국 내버려둔다.
- 그 말은 결국 마인드컨트롤을 잘했다는 말이 아닐까.
▲ 그렇지도 않다. 사실 내가 뭐가 엄청 그리 특별하겠는가. 그저 특별하게 보일 뿐이다. 반듯한 것은 중요하지만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안하고 참지는 않는다. 남들이 보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했다.
대중들의 커다란 미움을 받지 않은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배우로 항상 주목을 받고 호감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최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
- 그런 면에서 시상식 패션으로 배우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가. 매년 보여주는 ‘드레스’와 레드카펫의 당당함은 파격이자 김혜수의 또 다른 닉네임이 되었다.
▲ 사람이 당당해도 시종일관 그럴 수 있겠는가. 다만 레드카펫은 가장 배우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인 것 같다. 일부러 주목을 받기 위해 소위 말하는 ‘야한’ 드레스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주로 입었다. 근데 그게 내 체형과는 어울리지 않았고, 점점 질려갔다. 그러다 시상식에 가면서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멋을 냈던 것인데 너무 화제가 돼 나 역시 놀랐다.
연기를 못해, 배우적인 면이 아닌 다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를 보여준 것뿐이다.
- 그렇지만 지금 ‘배우 김혜수’는 3, 40대 여성들에게 워너비스타다. 그런 면에서 전성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
▲ 조금 일찍 오지 왜 40대 전성기가 오고 그러냐(웃음). 사실 외모적인 부분에서 과거보다 과하지 않아져서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플러스 유’(김혜수가 진행했던 SBS 토크쇼) 사진을 보면서 ‘웬일이니’ 했다. 예전에는 머리며 화장, 피부 등 지나치게 멋을 내 조화가 안맞고 과한 점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듬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맨 얼굴이라도 그대로 예쁘고, 꾸미면 꾸민 대로 귀여운 면이 분명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좋기만 한 상태가 아니라 분명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도 부인하지는 않겠다. 다만 성형은 아니고(웃음).
bong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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