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e스포츠계를 돌이켜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다. 승부 조작 스캔들과 지적재산권 분쟁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터지기도 했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12년 만에 신작인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하면서 스타크래프트2리그가 출범했다.
하지만 어두운 소식만 있던 것은 아니다. 8세 연하남과 연상녀인 프로게이머 임요환(31)과 탤런트 김가연(39)이 e스포츠계에서 공인된 커플로 부각되며 화제를 모았다.
토끼해인 신묘년 새해를 앞두고 OSEN 스튜디오에서 한복 차림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함께 인터뷰를 가진 '황제' 임요환과 '내조의 여왕' 김가연 커플은 바늘과 실의 사이처럼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하며 2011년 새해 인사를 올렸다. 사진 촬영과 인터뷰 내내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 8세의 연상연하 커플, 첫 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4월 전격적으로 열애사실을 공개했던 임요환-김가연 커플.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며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얼핏 보면 연하인 임요환이 밑지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지난해 10월 전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전향한 임요환을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김가연은 정말 '내조의 여왕'이 따로 없었다.
임요환과 김가연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08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 기간에 치른 스타크래프트 시범경기. 당시 공군 소속이었던 임요환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e스포츠의 저변을 장애인에까지 넓히자는 취지에서 참여했고, 김가연은 KT와 자매 결연을 맺은 연예인 게임단의 일원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서로의 이름을 알 뿐 일면식도 없던 모르는 사이였다. 그러나 첫 만남은 김가연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말로만 듣던 프로게이머와 첫 번째 스타크래프트 매치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것. 임요환이 자신의 장기인 핵을 무려 3방이나 김가연에게 선사한 것.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순서를 적어가며 게임하기 급급했던 사람에게 임요환은 '임펙트'는 있는 경기를 보여준 것.
이뿐만 아니라 김가연에게 임요환의 첫 인상은 비열하고 악랄하기 그지 없었다. 저녁 회식자리에서 간단하게 가진 게임. 보통은 첫 대면일 경우 어느 정도 점잔을 부려야 하는데 임요환은 절대로 그냥 좋게 가는 법이 없었다. 김가연은 "요환 씨에게 낮에는 핵을 맞고 저녁에는 게임할 때 팔꿈치로 맞았어요. 사실 올케가 요환 씨 열렬한 팬이거든요. 만나기 전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죠. 낮과 저녁에 그런 일을 당하니깐 황당하기도 하고, 신선하고 특이하더라고요"라며 첫 인상의 기억을 돌이켰다.
한국에 돌아오자 급격하게 친해졌다. 다시 연락을 취하게 됐고, PC방과 인터넷 상에서 게임을 같이 즐기면서 이들의 사랑이 시작됐다.

▲ e스포츠계의 '브란젤리나 커플', 데이트는 어떻게
임요환은 e스포츠쪽에서는 최고의 스타다. 한때 회원수 60만 명을 육박했던 팬클럽이 이제는 숫자가 줄었지만 아직 50만 명 이상이다. 김가연도 1994년 데뷔 이후 꾸준하게 활동한 연예인으로 알아보는 이가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5월 임요환이 김가연에게 뽀뽀하는 사진이 퍼지면서 열애설이 터졌지만 공객적으로 밝힌 상황이 아니라 이들의 데이트는 비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4월 열애가 공식으로 밝혀지면서 만남이 편해졌다. "공개적으로 밝힐 의도는 없었다. 미니 홈페이지를 보고 기사가 나온 상황이었다. 사실 팬들은 우리의 만남을 알고 계신 듯했다. (임)요환 씨를 만난 이후에 커뮤니티를 열심히 살펴보곤 한다. 팬들께서 보는 시각이 있어 오히려 더 불편해진 면도 있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같이 다니는 것은 좋다. 전에는 영화를 보더라도 따로 들어갔고, 사람들하고 같이 섞여서 데이트를 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 편해졌다".
옆에 있던 임요환도 "열애설이 나온 이후에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못하는 사실이 (김)가연 씨를 만나 그렇다는 글을 볼 때는 팬들에게 거리감을 느낄 정도였죠. 여자친구가 그런 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너무 편하다"라며 한 마디를 거든다.
이들의 데이트는 평범하다. 프로게이머의 직업 특성상 주로 밤에 움직이는 임요환을 배려해 데이트는 쉬는 날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진다. 저녁에 만나 밥 먹고 심야영화를 보고 들어가는 것.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여행은 여의치 않다. 이러다 보니 해외서 열리는 경기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에게는 여행이 된다. 하루 종일 경기를 치르고 들어와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다시 연습을 하는 빡빡한 상황에서 여유를 부린다면 차 한 잔 마시는 정도.

▲ '황제' 임요환과 '내조의 여왕' 김가연
전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전향한 뒤 또 다른 시련이 시작됐다. 진정한 30대 프로게이머를 위한 도전으로 SK텔레콤과 재계약 대신 GSL 출전을 선택했지만 현실은 절대로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연습을 위한 PC세팅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런 상황을 본 김가연은 팔을 걷어붙였다. '컴맹' 임요환을 위해 컴퓨터 수리는 물론 스케줄 관리까지 나섰다. 바쁜 연기 생활 속에서도 모든 초점을 임요환에게 맞추면서 사실상 임요환의 매니저를 자청했다. 이뿐만 아니라 임요환이 중심이 되서 창단한 슬레이어스의 살림도 책임을 진다. 게임을 보는 시각도 원만한 전문가를 뺨칠 정도.
"저 때문에 그래요. 여자친구가 나의 날개(웃음). 얼마 전 방송에서 보여준 것은 1/10도 안됩니다". 임요환의 말에 김가연은 웃음으로 화답하면서 애정을 과시한다. "안 도와줄 수 가 없다. 게임을 할 수가 없더라. 연습하기도 바쁜 사람이 경기 외적인 것을 준비하려면 연습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가끔가다 인터넷 댓글 '아줌마 할 일 없어서 쫓아다니냐'라는 글을 보기도 하는데 '할 일은 많지만' 지금은 요환 씨를 위하는 것이 최선이다(웃음)".
연애 4년차. 혼기가 꽉찬 두 사람에게 결혼을 안 물어 볼 수 가 없다. 그래서 결혼에 대해 물으니 의외로 대답은 두 사람다 느긋한 편. "안정적이어야 결혼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수입이 없잖아요(웃음). 때가 되면 알아서 가야죠" "열애설 공개 전에는 조급한 점이 있었다. '빨리 해야 하지 않냐'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오히려 편해요. 언제 결혼하냐고 물어보면 요즘은 웃고 말아요. 시기가 되면 결혼하겠죠".

▲ 2011년은 임요환의 해
본격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전향한 임요환은 지난 10월 첫 출전한 GSL에서 상위 리그인 코드S 출전권을 확보했다. 임요환-김가연 커플이 소망하는 2011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김가연은 임요환의 우승을 기원했다. "다른 소원까지 얘기하면 간절함이 떨어질 것 같아요. 다른 것 보다 (임)요환 씨가 우승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임요환은 우승보다는 팬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팬들에게 보여지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행복이라고 "슬레이어스를 스타크래프트2리그에 명문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저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요. 우승은 일종의 옵션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욕심이 많아서 누구 보다 우승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팬들에게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전 다른 것보다 그거 하나만 해도 행복해요. 우승은 +알파죠".
scrapper@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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