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통만큼 도움 되겠다 생각했죠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2.07 16: 46

-피플- 월간 ‘이혼이야기’ 이종민 발행인
“결혼하면서 이혼 원하는 사람이 있겠나”
이기는 법만 알려주는 법률상담에 실망

“적자 각오하고 창간…선택은 독자들 몫”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이혼이야기라니? 결혼율이 자꾸 떨어져 OECD 국가 출산율 세계 최하위를 기록, 또 다른 사회적 문젯거리가 되고 있는 판에 이혼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내고 결혼을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감추고 싶은 이혼을 대놓고 끄집어내잔다. 그런데 어찌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태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한 토론의 장이 있을 법도 하다. 국내 최초로 이혼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한 월간지 ‘이혼이야기’가 창간호를 냈다. 이혼을 한 당사자들의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물론, 이혼을 둘러싼 법률·심리·금융·아동문제를 망라한 정보의 제공이 목적이란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앉아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되기 이틀 전 ‘이혼이야기’의 발행인 이종민(49) 대표를 만나 이혼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10년 고민 끝에 나온 잡지
한국 사회에서 이혼은 곧 실패였다. 또 어떤 이유에서든 마이너스였다. 그런데 그 실패와 마이너스를 본격적으로 헤집어보겠다는 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선한 기획이라는 의견 뒤에 이혼을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종민 대표는 “10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제야 실천에 옮긴 것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1년에 10만 명이 이혼하는 사회현실을 한번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다분히 정석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의 지난 10년에는 적잖은 일들이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이혼하고 재혼한 경험이 속해 있었다. “이혼하면서 생긴 모든 문제가 재혼을 하면 극복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혼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는 과정이었다.”
 
▲이혼과 재혼을 거치며 필요 느꼈다
이 대표가 이혼을 할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았다. 이혼에 관한 정보는 ‘이혼소송에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법률상담뿐이었고 어느 한곳 마음 터놓을 데조차 마땅치 않았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겪을 만큼 겪은 후 이 대표는 재혼을 하게 됐다. 그런데 상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재혼을 하면서 부양가족이 생기자 새로운 갈등과 고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이 대표는 “서로의 좋은 점만 바라보다 가정을 이룬 후 비로소 보지 못했던 다른 면을 보면서 문제가 생기는데 비단 재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혼과 그 후의 삶인 재혼에 관한 정보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온 과정이기도 했다.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만큼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오지 말았어야 할 잡지?
창간호 ‘이혼이야기’를 둘러싸고는 말들이 많았다. 그새 이 대표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나왔다’ ‘이혼을 앞장서 도와주고 있다’는 등 독한 말들을 많이 접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 의견들이 ‘결혼과 이혼’이란 동전의 앞뒷면만을 보는 단편적 생각이라고 일축한다. 이혼에는 가족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 양육, 빈곤, 의료 등 다양한 문제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잡지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처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결혼하면서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있겠나. 막을 수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선 해결이 우선이다.” 이혼 자체가 아니라 이혼을 양산한 사회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재혼이 더 큰 문제
이혼이 사회의 그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지론은 인생의 새 출발에 있다. 그래서 그가 창간한 잡지에는 재혼에 무게가 실린다. “이혼으로 끝낼지 재혼으로 연결될지는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이혼이 절망과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에게 이혼은 양날의 칼이다. 최소한 자신을 향해 겨누지는 않아야 할 칼이다. “재혼에는 이혼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숙려기간이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잡지는 “칼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이혼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실제 사례는 물론, 숙려에 필요한 자기진단, 정신·건강의 영역까지 다룰” 생각이다.
 
▲적절한 롤 모델 못 찾아
공업용 혼합제를 생산하는 제조업을 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 대표에게 잡지 창간에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이 없었던 거였다. 이혼에 관한 한 선배격인 서구 사회에서조차 적절한 모델을 찾기가 어려웠다. 캐나다에서 발행한 이혼단체 회보지 정도가 전부였다. 더구나 개인의 치부로 여겨지는 이혼에 대한 진솔한 내용을 끌어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이혼’이었던 제호도 좀더 많은 얘기를 담아내자는 조율을 거쳐 ‘이혼이야기’가 됐다. “결혼생활 중에 누구나 한번쯤은 이혼을 생각할 것”이라는 이 대표는 그 생각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혼 담론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로드맵 다시 그리자는 것
창간에 맞춰 쏟아졌던 비난은 충분히 감수할 생각이다. 이혼 가정을 보호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좋은 잡지’에 대한 강조가 유난하다. 광고 게재도 잡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만 고르겠다는 입장이다. 재테크, 금융기관, 보험사 등 이혼 상품 개발과도 연계를 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혼이야기’는 일단 2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시장을 다지는 기간이다. 2년간은 적자 낼 각오하고 무조건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혼의 선택이 그랬던 것처럼 ‘이혼이야기’의 선택도 독자들이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혼하자 말자를 운운하자는 입장이 아니다”는 이 대표의 강조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인생에 로드맵을 다시 그리자는 취지가 전달되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과연 ‘이혼이야기’를 꺼내들고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이종민 대표는 잡지조차 마음대로 펴놓고 보지 못하는 이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이혼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백, 수천가지가 될 이혼의 사유에 소통의 방향이라도 잡아줄 현실적인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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