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좌완 투수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LG는 2011시즌 개막 후 4경기 중 세 차례나 좌완 선발 투수를 상대해 2승1패를 거뒀다. 시즌 성적 2승2패를 기록중인 LG는 2승을 모두 좌완 선발일 때 올렸다.
상대 선발투수들도 만만치 않은 이들이었다. 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복귀한 이혜천을 상대로 4회 집중 안타를 퍼부으며 7-0 승리를 이끌었다. 5일 잠실 SK전에서는 '특급 좌완'김광현을 무너뜨렸다. LG는 비록 경기는 5-6으로 역전패했지만 7회 집중안타를 날리며 김광현을 상대로 4점이나 뽑아냈다. 6일에는 LG를 상대로만 선발로 종종 등판하는 SK 좌완 전병두를 1회도 지나기 전에 마운드에서 끌어 내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해 LG는 '좌완 투수만 만나면 힘을 못쓴다'는 말을 지겹도록 들어 정신적인 외상을 뜻하는 '좌완 트라우마'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다.
실제로 LG는 지난해 7개 구단 좌완 선발만 나오면 고전했다. 지난해 팀 타율이 2할7푼6리로 리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수했다. 그러나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2할5푼6리에 머물렀다. 우타자 상대로는 2할8푼8리였다. 지난해 상위팀들의 경우 좌우투수 상대 타율이 1푼 내외인 반면 LG는 3푼 이상의 차이가 났다.
LG는 각 구단 에이스급에게는 더더욱 힘을 못썼다. 류현진(한화)에게는 지난해 5월 11일 청주에서 한 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17개나 당하는 굴욕을 당했고, 김광현(SK)에게도 무기력하기 일쑤였다. 삼성 장원삼(LG 상대 1승 평균자책점 1.19)과 차우찬(LG 상대 3승 평균자책점 0.28), 그리고 KIA 양현종(LG 상대 3승 평균자책점 2.30)은 LG만 만나면 힘을 냈다.

박종훈 LG 감독도 "지난해 우리 팀은 좌투수를 상대로 부진했다. 쉽게 말하면 상대에게 호구가 잡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극복하는 것이 올 시즌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면서 "올해는 상대 좌완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말하는 두 가지 극복법은 타순 변화와 싸우는 방법에 있다. 일단 LG는 지난 세 차례 좌완 선발 때 1번타자에 이대형 대신 박경수를 전진배치 시켰다. 그리고 이대형을 2번으로 내리고 3번에는 우타자 정의윤을 넣었다. 개막전 우완 더스틴 니퍼트가 등판했을 때는 이진영이 3번타자였다. 4번에는 박용택을 4경기 연속 출장시켰고, 5번에는 우타자 정성훈이 들어갔다. 6번에는 좌타자 이진영이, 7번에는 조인성이 들어선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오지환은 좌투수가 등판한 지난 3경기에서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박 감독은 타순 변화와 더불어 싸우는 방법에서도 변화를 줬다. LG는 6일 경기 3시간 전부터 보통 때와 달리 '피칭 머신 공보기' 훈련을 시작했다. 김광현이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마운드보다 근거리에서 낮고 빠르게 들어오는 피칭 머신을 설치해 김광현의 직구와 낮게 형성되는 슬라이더의 변화를 대비했다. 박 감독이 말한 싸우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했다.
LG는 6일 SK를 상대로 9이닝 내내 좌완투수 볼만 봤다. 선발 전병두에 이어 고효준, 이승호, 김태훈, 정우람까지 이날 등판한 투수 5명 모두가 좌완이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안타는 5개밖에 뽑아내지 못했지만 사사구를 6개나 골라나며 두 자릿수 출루를 했기에 역전승도 거둘 수 있었다. 좌완 투수 뿐 아니라 SK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했다.
서용빈 타격 코치도 "마무리 훈련 때부터 좌투수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일단 지난 경기에서 결과가 괜찮은 만큼 타순에서는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8일 대전 한화전에서 '특급 좌완'류현진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는 잠실에서 삼성과 주중 3연전을, 그리고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삼성과 경기 때는 차우찬이, 롯데전에는 장원준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LG가 다음주까지 잡혀있는 'LG에게 강한 좌완투수 3인방'의 공략 여부에 따라 좌완 투수 트라우마 극복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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