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은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2010-2011시즌 결승전의 관전평을 싣는다. 프로게임단 최고 명가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원년 코치를 맡았던 성상훈씨가 결승전 경기를 지켜본 후 관전평을 했다. 성상훈 코치는 최근까지 임요환과 함께 슬레이어스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편집자주]
SK텔레콤과 KT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보는건 필자가 04-05에 재직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마음 편하게 한사람의 관람객이 되어 경기를 관람했다.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펼쳐진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결승전. 그동안 봐오지 못했던 응원열기와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잘짜여진 응원빌드(?)는 필자가 있던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는 아직 생소한 광경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라이벌이라고 불려지던 두 팀은 어느새 SK텔레콤은 KT에게 압도적으로 상대전적이 뒤지고 있었다. 아마도 KT의 우승을 점치던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1세트 김성대 (저, 7시) <피의능선> 이승석 (저그, 1시) 승
앞서 두차례나 PPP요청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었다. 컴퓨터 에러라고 발표됐지만 좀더 자세히 보자면 특정키(윈도우키+D 또는 특정단축키) 를 누르면 바탕화면으로 돌아가는 현상때문이었다.
간단한 설정으로 바꿀수 있는데 컴퓨터를 바꿔야만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해설진의 만담이 더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경기결과는 이승석 승.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승석은 처음부터 상대체제에 맞춰 가려고 작정한듯 싶었다.
저그와 저그전 특성상, 동일한 빌드라면 한템포 느린 쪽이 좀더 유리하기 마련이니깐. 김성대의 입장에서는 저글링+뮤탈과 함께 이승석의 앞마당에서 본진으로 치고 올라가는 중요한 싸움에서 눈에 띄는 이득을 거두지 못했을 때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잘막아낸 이승석의 수비가 더 빛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결국 방어력 1단계 업그레이드가 먼저 완료된 이승석이 나중에 가서 공중을 제압하면서 이승석 자신의 의도를 적중시켰다.
2세트 임정현 (저그, 9시) <포트리스SE> 이승석 (저그, 3시)
12 스포닝풀과 9 오버로드 스포닝풀 간의 대결.
확실히 스타크래트 경기는 한순간의 선택이 결과를 만들어내는것 같다. 임정현이 한순간 주춤한 찰나를 놓치지 않은 이승석은 저글링교전에서 우위를 점했고, 나중에 가서도 병력손실만 가져온 임정현에 비해 이승석은 확실하게 이득을 챙겼다.
동족전 중 운의 요소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저그대 저그전이지만 2세트의 이승석은 연습때 충분히 겪은 상황을 바탕으로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3세트 김대엽(프로토스, 12시) <이카루스> 이승석(저그, 6시) 승
보험과 올인의 적절한 조화.
확실히 프로토스가 더블넥서스를 가져가는건 스타1이나 스타2나 마찬가지다. 더블 넥서스는 안정성과 운영적인 측면에서 중후반을 도모 할 수 있는 프로토스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승석의 선택. 이승석은 분명하게 김대엽이 더블 넥서스 체제를 시도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3해처리 체제로 승부를 걸었다.
혹시라도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3해처리 체제를 미리 만들어 놓고, 캐논파괴용 히드라와 저글링을 앞세워서 김대엽이 수비체제를 갖추기 전에 초반 타이밍에 승부를 걸었다.
당시 커세어 생산 타이밍을 봤을때 연습 때 많은 경기를 거쳐서 시간을 재놓고 했을 것이다. 앞서 기록한 2승이 기세적인 측면에서 자신감도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서 선택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다.
4세트 이영호 (테란, 7시) 승 <써킷브레이커> 이승석(저그, 5시)
TV에서 보던 이영호는 실력은 말할것도 없고 그 어떤 선수보다 눈치가 빠르다.
전성기때 임요환 선수 이상가는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고, 실제로 경기를 보니까 그의 강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승석의 심리전과 그것을 놓치지 않고 간파하는 이영호. 분명 이승석의 히드라리스크덴 건설은 기만 전술이었다. 럴커에 대한 대비를 유도했지만 이영호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승석이 소수의 뮤탈을 몇번 잃은 것 외에 이렇다할 실수가 없는 와중에 이영호는 이승석이 뮤탈리스크 올인 운영이라는 점을 간파하며 대대적인 터렛수비로 벽을 쌓고 결국 진출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절대로 볼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4세트 경기는 정말 한끗 차이로 이겼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이승석이 잘했고 심리전과 컨트롤 그리고 운영.
3박자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놓쳤다고 밖에는 볼수 없었다.
5세트 이영호(테란, 12시) <아즈텍> 김택용 (프로토스, 9시) 승
다른 테란이었다면 초반에 경기가 바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김택용의 초반 압박은 위력적이었다.
김택용의 드라군 사업과 진출타이밍까지 완벽했고 자원피해까지 입은 이영호지만 엄청난 수비력이 빛났던 초반을 넘기고, 센터지역까지 진출해서 라인을 형성했다.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입구밑까지 조이기 라인을 형성한 뒤 그 곳에 서플을 비롯한 건물로 아예 막아버렸다면 김택용의 선택도 그리고 경기 결과조차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교전 직전 사이언스 베슬을 잃으면서 무너졌던 조이기 라인은 병력까지 궤멸당하면서 경기양상이 급격하게 기울었다. 천하의 이영호라도 병력상황이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총평: 결승전의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마지막세트의 김택용의 표정이었다.
e스포츠에서 10년 넘게 발을 담근채 경기를 봐왔지만, 그렇게 솔직한 표정을 그것도 경기중에 표현하는건 좀처럼 볼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택용 덕분에 많이 웃었다. 본인의 상대전적도 그렇고 얼마나 이기고 싶었는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만약 맵이 아즈텍이라면.. 그리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무조건 이영호를 스나이핑할수 있다. "
박용운 감독의 의지가 절실히 느껴졌다. 결국 그렇게 기회는 오고 말았고, SK텔레콤입장에서는 승리에 있어서 가장큰 걸림돌을 제거함과 동시에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필자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박용운감독의 표정은 승리한 명장의 기쁨과 성취감이 가득했다.
우정호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KT는 그간 봐왔던 것보다 적은 전력으로 SK텔레콤를 상대해야 했다. 위너스 결승전 우승 이후로 SK는 이승석이라는 필승카드를 하나 더 확보했다.
그는 앞으로도 광안리를 대비해서 남은 기간 든든한 전력으로 팀에 보탬이 될것이다. 이로써 모든 단체전에서 우승을 하면서 최고의 팀이 된 T1은 앞으로도 최고의 E스포츠 팀으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생겼다.
오랜만에 스타1 경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재권 협상의 난항과 스타2와의 부조화(?) 로 인해 사실 e스포츠 자체가 어수선한건 사실이다.
섣불리 예측할순 없겠지만 분명한건 e스포츠 자체의 발전에 있어서는 서로간의 부조화는 아무 도움될 것이 없다. 또한 오랜기간 국내에서 성숙한 스타1 의 응원 문화 는 분명 아주 부럽고, 또 언젠가는 모든 e스포츠 종목에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것이 사실이다.
홍진호의 22번째 준우승을 축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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