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사자'에서 '에이스'로 성장한 차우찬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4.15 07: 03

'아기사자'로 불리며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의 기대주였던 차우찬(24)이 이제는 마운드 위에서 당당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이 꼭 에이스의 포스가 느껴질 정도로 성장했다.
차우찬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우타자 중심으로 포진한 LG를 상대로 8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8피안타 4사사구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무엇보다 차우찬은 박현준과 선발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지난해 3승무패에 평균자책점 0.28(1실점)에 그칠 정도로 빼어난 피칭을 한 LG와의 특별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차우찬도 경기 후 "시즌 첫 승을 빨리 올려서 좋고, LG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이어갈 수 있게 돼서 그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기사자 시절 차우찬
지난 2006년 프로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은 2009년까지 4년 동안 통산 6승에 불과한 유망주였다. 볼은 빠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제구가 문제였다. 그러나 차우찬은 지난해 6월 들어서며 투구 밸런스가 잡히면서 제구가 급격히 좋아졌다.
정확한 날짜는 지난 2010년 6월 27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우찬은 구원투수였다. 그러나 당시 삼성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이었던 브랜든 나이트(현 넥센), 윤성환 등의 선발진이 공백이 생겨 '대체 선발'로 등판한 경기였다.
이날 차우찬은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선발승을 올렸다. 차우찬은 영리했다. 이날 민영기 주심이 몸쪽 낮은볼에 스트라이크 판정에 후함을 간파하고 최대한 낮게 제구에 힘쓰며 넥센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지난 2009년 7월 8일 마산 롯데전에서 5⅓이닝 1자책 선발승 이후 355일만에 선발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다.
워낙 구위는 좋았던 만큼 차우찬은 선발 등판 때마다 팀에 승리를 안기는 기쁨조까지 됐다. 무엇보다 제구력 향상은 곧바로 생애 첫 두 자릿수 돌파를 하며 승률왕(10승2패)까지 차지하며 평균자책점 2.14로 마감했다.
▲2010년 급성장 비결에 대한 세 가지 시선
지난해 차우찬의 투구가 급격히 좋아졌을 당시 그를 주변에서 지켜본 3인의 관점은 이랬다.
먼저 김태한 삼성 투수 코치는 투구 밸런스 등 기술적인 향상을 차우찬의 성장 비결로 꼽았다. 김 코치는 "볼에 힘이 더 붙어 평균 구속이 빨라지고 좌우 코너워크가 좋아져 스트라이크를 마음껏 꽂을 수 있다. 그만큼 타자와의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술적인 부분이 좋아지고 자신감까지 향상돼 동반 상승하는 것"이라며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면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삼성 선수단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허삼영 운영팀 과장과 '안방마님' 진갑용은 "자신감 향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허 과장은 "투수가 기술적인 측면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며 "경기를 지배한다는 생각을 갖고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가진 매카니즘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150km를 찍지 않았냐"는 허 과장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150km를 던져야 하는데 컨트롤을 의식하다 보니 자꾸 밀어 넣었다"며 "지금은 자신감 없이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직구와 슬라이더를 힘껏 던진다"고 밝혔다.
진갑용은 "구위보다 자신감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있으니까 과감하게 던진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자기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 유인구를 제대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차우찬 역시 "제구력이 많이 상승됐다. 새가슴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어도 안 들어갔다"며 "여전히 제구가 안 좋다"며 엄살을 피웠지만 현재 정도면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그는 또 "LG가 내 공을 치려고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나도 벼르고 있다"면서 "나도 겨울 동안에 준비를 많이 했다. 아직 내 체인지업을 못 봤기 때문에 힘들어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이 없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에이스의 포스가 느껴지는 2011시즌
사실 차우찬의 에이스 포스는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일본 사람들이 먼저 그를 알아봤다. 차우찬은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와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146km의 직구를 뿌리며 3이닝 동안 안타 없이 볼넷 한 개만 내주며 삼진 4개를 솎아내는 특급 피칭을 선보이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그의 투구를 지켜보던 고시엔에 출전한 야구 선수 출신인 후지하라 마코토(28) 씨와 20년치 고교야구 기록을 수집하고 있는 이토 순야(41) 씨는 "도대체 삼성의 선발 투수는 누구냐"며 "주니치 선수들이 배트에 맞추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지난 2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1실점, 8일 SK전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아직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대 선발이 윤석민(KIA)과 게리 글로버(SK)였기에 그 역시도 "상대 투수들이 강하니까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우찬은 올 시즌 기존의 위력적인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신무기로 체인지업을 가미해 구종을 다양화했다.
효과는 14일 LG전에서 증명했다. 그는 위기 순간마다 체인지업을 던졌다. 5회 조인성을 병살로 처리할 때, 그리고 6회 서동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낼 때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차우찬도 "앞으로 체인지업의 활용도가 높일 것 같다"며 신무기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불어 차우찬의 완급조절 능력은 탁월하다. 차우찬은 150km까지 나온 직구, 130km 중반대 슬라이더, 그리고 110km대 낙차 큰 커브, 130km 초반의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진다. 직구 최고 구속과 커브 최저 구속 차이가 40km에 이를 정도로 완급조절을 잘 한다. 40km를 두고 완급 조절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차우찬은 이닝 이터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14일 LG전에서 차우찬은 8회까지 125개를 던졌다. 그는 "전날 투수들이 연장까지 가면서 많이 지켜있는 상태였다"면서 "경기 전 최대한 오랫동안 던지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차피 상대 1선발 투수들은 타자들이 맞대결을 하는 것이다. 나는 6이닝 2점 정도만 막으면 내 역할을 한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서고 있다"면서 "풀타임 선발 거르지 않고 나가면서 두 자릿수 승수 이상 거두는 것"이라며 에이스로서 포부를 밝혔다.
재미있는 사실은 숫사자의 경우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시기가 5∼9년 사이라는 점이다. 차우찬이 올 시즌 프로 6년째인만큼 사자 무리 마운드에서 우두머리가 될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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