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캐스터'에서 '방송진행자의 멘토'로 변신 탁민규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4.21 08: 18

[피플] 아나운서를 비롯한 방송진행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본인만의 확고한 교육방식으로 그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에서 방송진행자 교육자로 변신한 탁민규 아나운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청담동 어느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Q. 이제는 탁민규 아나운서라는 말보다 탁민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듣겠군요.

그냥 탁민규 캐스터라고 불러주세요. 방송사에 퇴사는 했지만 프리랜서로 방송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아나운서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게 아니라 방송도 하면서 교육도 병행 하는거죠. 선생님이라는 말은 저에게 아직 낯설어요.
Q. 탁민규 아나운서는 특히, 스포츠캐스터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탁민규 아나운서라는 말보다 탁민규 캐스터라고 부를 때 더 기분이 좋아요. 스포츠캐스터는 아나운서들 중에서도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물론, 저는 인지도도 높은 캐스터도 아니고, 많은 시청자들이 저의 중계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적은 인원이라도 저의 중계를 보고 스포츠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주류가 아닌 매니아 층이 저의 팬들이시죠. (웃음)       
Q. 스포츠캐스터가 원래 꿈이었나요.
어렸을 적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스포츠 신문,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꿈을 꿔 왔던 것 같아요.
특히, KBS 아나운서였던 유수호 캐스터를 좋아했습니다. 좋아했다는 표현보다는 존경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물론, 지금도 존경하고 저의 롤모델이시죠. 모든 스포츠캐스터가 존경하는 캐스터일 겁니다. 저는 스포츠 중계에 진정한 장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중계를 따라해 보기도 했고, 직접 뵙고 좋은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수호 캐스터는 기억을 못 하시겠지만요.
본격적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했을 땐, 음성이 안 좋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저에겐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스포츠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발음, 발성 연습만 6개월 동안 했답니다.
힘들었지만 그때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다행입니다.
Q. 스포츠캐스터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시즌일 때는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죠. 서울에만 경기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경기 시작 5-6시간 전에 가서 중계석에 앉아 자료를 찾아요. 그리고 더그아웃에 내려가서 선수들과 감독 만나서 사전 조사를 합니다. 보통은 1주일 전부터 준비하고 긴 시즌일 경우는 중계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빼고는 경기분석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제는 경기 상황만 설명하는 캐스터는 없으니까요. 전문가 수준이 되지 않으면 방송을 못 합니다. 그래서 보기와는 다르게 여유로운 직업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중계를 마치고 나면 매우 뿌듯합니다.
Q. 스포츠 중계할 때 에피소드 하나 말해주세요.
새벽에 생중계로 방송되었던 해외축구 경기였습니다. 원래 호흡을 맞추던 해설위원이 개인사정으로 하차함에 따라 새로운 해설위원과 중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축구전문가라고 해도 방송 경험이 없던 위원이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선수가 찬 슛이 심판의 중요부위를 강타했습니다.
제가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겠는데요. 저 고통은 안 맞아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라고 말했죠. 그런데 그 해설위원이 쉴새 없이 웃는 거예요. 제가 말을 이어가려고 해도 1분 넘게 소리 내서 웃고만 있어서 방송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저는 방송이 끝난 후 국장님께 엄청 혼나고 말았죠. 그리고 그 방송이 그 해설위원의 마지막 방송이 되었습니다.
Q. 아나운서 교육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부터였나요?
아나운서 2년차 당시에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특별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가 저의 교육자로서 첫 시작이었습니다. 방송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는데 꽤 많은 인원 앞에서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Q.아나운서는 여러 자질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참 아쉬운 부분은 겉모습이나 기교 같은 부분을 더 신경을 쓰는 친구들이 있어요. 방송에 나오는 방송인들을 흉내 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가장 중요한 기본기보다 외형적인 모습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음성의 3단계인 호흡, 발성, 발음이 완벽하지 않으면 다른 교육은 해도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음성으로 표현을 못 하는데 뉴스를 연습하고, MC 연습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것들은 교육이 아니라 체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교육의 철학이 있으시군요.
철학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경험에서 나온 저만의 고집일 수 있죠.
저는 음성이 갖춰지면 아나운서뿐 아니라, 쇼호스트, 리포터 등 여러 직종의 능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 발성법은 동일하니까요.
Q. 고집이 센 선생님이군요.
사실, 제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큼의 역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애초에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선생님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기보다는 방송선배라는 입장으로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단지,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차피 저도 지망생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 또는 고민들을 최대한 겪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론이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 외에도 학생들과 많은 조언과 대화를 통해 최대한 즐겁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방송인 양성 기관에서도 강의를 나가지만, 꿈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알려줄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언론고시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강의하고 있고,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도 무료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후배라는 생각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목소리는 누구든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원래 목소리가 좋지 않았던 저였기에 그 생각은 더 확고합니다.
Q. 수많은 제자들이 있을 텐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나요?
정말 열심히 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보면서 언젠가 더 좋은 아나운서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본인의 실력을 항상 과소평가했고,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지 시험 볼 때마다 낙방을 하더군요. 그래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습에만 몰두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TJB 대전방송 아나운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에게 고마움의 표시도 잊지 않을 만큼 품성도 참 좋은 학생이었어요. “선생님. 저 TJB에 합격 했습니다”라고 기쁨에 찬 목소리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리고 현재 MBC ‘신입사원’에 아나운서 최종 후보자 16명 안에 들어간 남학생 중 한 명이 있어요. 개인사정으로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는데도 실력발휘를 200% 해내더군요. 느낌으로는 최종 1인으로 뽑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자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촉이라는 게 있잖아요.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심사위원들도 그 친구를 가장 좋게 보는 것 같고요. 잘해낼 겁니다.  
Q.아나운서 및 방송관련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나운서, 쇼호스트, 리포터. 방송관련 직종은 많습니다. 길이 많이 넓어졌죠. 하지만, 꿈을 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라’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전략과 계획, 실행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