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감독이 꼽은 LG 4월 3위 비결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01 07: 04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 트윈스가 2011시즌 행복한 4월 성적표를 받았다.
LG는 4월 23경기에서 13승10패를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공동 3위로 마무리했다. 4월 10일에는 5016일 만에 (공동)1위 자리에 올랐다. 4연승 한 차례로 '플러스4'까지 갔으나 순식간에 3연패를 당하며 5할로 떨어졌다. 그러나 4월의 마지막을 3연승으로 마쳤다.
30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넥센 히어로즈전이 우천으로 순연되면서 모처럼 만에 감독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도 "4월 목표로 했던 승률 5할을 넘었다"면서 "무엇보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며 모든 공을 그라운드에서 땀 흘린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들 하고자 하는 의식이 강했다
LG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 마자 남해와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상위 4개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하는 동안 올 시즌을 위해서 훈련을 시작했다. 11월에는 미국 플로리다로 50일 동안 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사이판과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비시즌 동안 야구만 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보다 박종훈 감독은 긴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구의 기본을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상대가 못 가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의 기본이었다.박 감독의 주문은 많은 훈련을 통해 의식적인 부분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선수들 역시 '9년만에 가을야구 한번 해보자'하는 의욕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효과는 개막전부터 나타났다. LG는 2일 두산과 잠실 개막전에서 영봉패(0-4)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영봉승(7-0)으로 패배를 되갚았다. LG는 또 23경기 중에서 11차례 좌투수 에이스들을 상대하며 이제는 좌완 징크스도 탈출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SK(4승1무14패)와 롯데(7승12패)를 상대로도 각각 2승3패, 4승2패를 거뒀다.
특히 LG는 23일 잠실 KIA전부터 26일 사직 롯데전까지 3연패를 당했다. KIA에게 2연패를 당하는 동안 타선이 침묵하며 2점씩 밖에 뽑지 못한 반면 롯데에게 패할 때는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8-5)를 당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연패에 빠졌지만 선수들의 눈빛과 몸짓이 지난해와 달랐다.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면서 "이 모든 것은 항상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발 투수들, 기대 이상이었다
야구의 기본은 투수다. 그 중에서도 선발 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LG의 가장 큰 변화는 마운드에서 찾을 수 있다. LG는 올 시즌 23경기에서 선발승이 10차례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도 9차례나 기록했다. 지난해 LG의 퀄리티 스타트가 34차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선발진이 얼마만큼 강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삼성이 선발로만 12승을 거뒀지만 결코 뒤지지 않은 선발진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LG 선발진 중에서 박현준(25)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박현준은 원래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였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경기 중반 동점 상황에서 최소 2∼3이닝을 던지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판 '에이스'봉중근(31)이 왼쪽 팔꿈치 근육통으로 빠지면서 대타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5경기에 등판 3승1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사이드암에서 최고구속 150km가 넘는 직구에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좌타자에는 포크볼을 배합해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여기에 두 명의 새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28)와 벤자민 주키치(29)도 5승을 합작했다. 리즈는 최고구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며 한국야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6경기에 등판한 리즈는 2승3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1선발로서 승수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6경기 모두 6이닝은 꼬박꼬박 소화했다. 피홈런이 4개나 된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여전히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좋은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키치는 시범경기 막판 왼쪽 옆구리 근육 손상으로 일주일 가량 늦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으나 3승1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140k중반대 직구와 140km까지 나오는 컷 패스트볼(커터)을 주무기로 타자들을 현혹했다.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도 날이 갈수록 위력적이다. 평균 투구이닝이 5이닝밖에 되지 않는 점은 주키치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4선발 김광삼(31)도 3경기에서 2승을 올렸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포크볼의 위력이 더해지면서 4선발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반면 심수창은 4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지난 12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에이스 봉중근의 복귀 시점이 다가온 만큼 남은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선발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진정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LG
마운드의 안정 속에 LG는 최고의 무기인 화끈한 타력까지 뒷받침됐다. LG는 4월 23경기에서 평균 타율 2할7푼7리를 기록했다. KIA(2할8푼)와 두산(2할7푼8리)에 이어 전체 3위다. 안타수(216개), 득점(120점), 홈런(19개), 도루(32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격의 핵심에는 4번 지명타자 박용택(32)이 있었다. 박용택은 4월 23경기에서 3할4푼6리의 타율에 28안타 6홈런 20타점 23득점 7도루를 기록했다. 4번타자라면 가장 중요한 덕목인 홈런 부분에서 단독 1위, 득점도 1위다. 장타율 6할3푼, 득점권 타율 역시 4할3푼5리를 기록하는 등 상대팀에서 두려워하는 공포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안방마님'조인성(36)도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위용을 선보이며 4월 전경기(23경기) 선발 마스크를 쓰고서 온 몸으로 공을 막았다. 조인성은 3할2푼1리의 타율에 27안타 5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조인성은 지난29일 잠실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선제 3점홈런을 포함해 4타점을 폭발시키며 동료들 사랑을 독차지했다.
▲4월 성적 비결은 징크스를 넘었다
박종훈 감독은 시즌 초 "올해는 상대에게 큰 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공언했다. 박 감독의 말을 해석해 보면 상대 좌완 선발과 특정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LG가 4월 13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지난해와 달리 상대 특급 좌완 투수들의 징크스를 넘었다는 점이다. LG는 4월 한달 동안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차우찬(삼성), 양현종(KIA), 이혜천(두산), 트레비스 블랙클리(KIA), 장원준(롯데) 등 11차례 좌완 선발을 상대해 6승을 거뒀다. LG 킬러라고 자신만만해 했던 류현진, 김광현, 장원준에게는 차례로 패전투수라는 기록을 만들어줬다.
더불어 LG는 지난해 SK만 만나면 패했다. 시즌 상대전적이 4승1무14패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올 시즌 5차례 맞대결에서 2승3패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박종훈 감독도 "비록 SK와 상대전적에서 뒤지고 있지만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가 힘에서는 앞서지만 작은 플레이에서는 아직까지 SK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4월에 당한 10패 모두 타이트한 상황에서 져서 모두가 아쉽다"면서 "5월에는 우리 선수들이 얼마만큼 집중력을 갖고 생각하는 야구를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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