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LG 트윈스 출신 신인왕이 탄생하는 것일까.
상승세 LG에 신인 우완 투수 임찬규(19)가 신인왕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임찬규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벤자민 주키치를 이어 4회 1사 후 구원 등판해 7회까지 3⅔이닝 동안 사사구를 4개나 내줬으나 삼진 4개를 곁들여 1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임찬규는 최고구속 143km 직구를 바탕으로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골고루 섞어 던졌다. 비록 최진행에게 홈런을 맞고 1실점했으나 기대 이상의 피칭을 이어갔다.
경기 후 임찬규는 "지난 주 삼성전보다 마음도 더 편했고, 5회 때부터는 보통 때 130km 중후반대 직구를 던지다 140km 넘는 공을 던져 완급조절도 할 수 있었다"면서 "삼성전은 승리투수를 조금 의식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의식 못했다. 오늘 은 내가 할 것만 하면 되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팀이 역전승을 거둬서 승리를 거뒀다. 선배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임찬규는 올 시즌 LG 마운드에서 보배와도 같은 신인이다. 그는 지난해 휘문고를 졸업하고 프로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했다. 개막전부터 한달 넘게 꾸준히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11일 현재 15경기에 구원 등판해 19⅔이닝을 던져 2승무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 중이다.
임찬규는 지난달 23일 잠실 KIA전에서 최희섭에게 데뷔 첫 안타를 맞고서는 "메이저리거인 (최)희섭 선배에게 데뷔 첫 안타를 맞아서 영광"이라는 당돌한 모습까지 보였다.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최진행에게 데뷔 첫 홈런을 맞았으나 여전히 씩씩한 공을 뿌릴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면서 가끔은 당돌하기까지 한 임찬규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는 여전히 "아직은 내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첫 번째다.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서 마치고 싶다"고 말했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기회가 된다면 신인왕도 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LG는 신인왕과 인연이 깊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LG는 신인왕 왕국이었다. 지난 1990년 김동수(현 넥센 히어로즈 코치)를 시작으로 1994년 유지현(현 LG 3루 주루 코치), 1997년 이병규(현 LG 외야수)까지 세 명이나 있었다. 이들 중에서 김동수 코치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현재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여기에 1983년 초대 신인왕 주인공인 박종훈(현 LG) 감독도 있다.

이 때문에 임찬규도 신인왕에 대한 마음이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임찬규는 팀 내 최고 베테랑인 이병규(37)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임찬규는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어린이날 잠실야구장에 와서 이병규 선배님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야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뛴다"고 대답했다.
일단 개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임찬규 말고 특별히 눈에 띄는 신인이 없다. 신인왕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던 '슈퍼루키'유창식(19, 한화 이글스)은 지난 7일 대전 넥센전에서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5실점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그 외에는 특별히 1군에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임찬규도 장점이 많지만 아직 배워 나가야 할 점이 더 많다. 일단 제구력을 더 키워야 한다. 임찬규는 2승을 거둔 지난 두 경기를 살펴보면 6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동안 사사구를 3개나 내줬다. 10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3⅔이닝 동안 사사구가 3개였다.
임찬규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최계훈 투수 코치님께서도 씩씩하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지만 볼넷만 조금 더 줄이면 좋겠다고 하셨다"면서 "안타 안 맞으려다 보니깐 볼넷이 많아졌다. 앞으로 안타를 맞더라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야구가 없는 월요일에도 휴식이 없다. 월요일이면 오후에 잠실구장에 나와 최계훈 투수 코치의 지도아래 훈련을 지속한다. 그러나 임찬규는 "하루도 못 쉬고 운동하고 있다. 그러나 1군에서 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나보다 코치님께서 더 수고하신다. 코치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신 만큼 매번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과연 임찬규가 14년만에 LG의 끊긴 신인왕 계보를 이을까. 현재까지 성적, 그리고 성실한 훈련 태도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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