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1군 말소, 최하위 오릭스의 '현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13 07: 56

팀을 잘못 만난 것일까.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일본프로야구 데뷔 한 달 만에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가 극도로 약한 탓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는 지난 1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 자리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가 대신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2군에 내려가는 건 아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한 번 정도 등판 기회가 없다. 함께 말소된 기사누키 히로시와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일주일 전 엔트리에서 말소된 기사누키처럼 열흘간 1군과 동행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게 된 것이다.
9승16패1무로 퍼시픽리그 최하위에 처져있는 오릭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오는 17일부터 인터리그가 시작되는데 이에 맞춰 등판간격을 조정하고 엔트리 활용을 극대화하는 의미다. 인터리그는 2연전으로 치러져 일주일에 이틀을 쉰다.
 
일본은 통상적으로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용하기 때문에 이 기간 선발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양대리그를 통틀어 가장 낮은 팀 타율(0.212)과 홈런(9개) 그리고 경기당 평균 2.4득점에서 나타나듯 타선이 극도로 약한 오릭스로서는 등판하지 않을 선발투수보다 쓸 만한 야수 한 명이라도 엔트리에 넣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것이다.
12일 박찬호의 자리를 대신한 피가로도 지난달 28일 지바 롯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으나 이튿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선발 기사누키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사누키는 지난 3일 니혼햄전에서 6⅔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같은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 자리에는 투수가 아닌 지바 롯데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데려온 외야수 다케하라 나오타카가 들어갔다. 최근에는 또 다른 선발 나카야마 신야가 7일 등판 후 이튿날 말소된 뒤 외야수 다구치 소가 올라갔다.
올해 박찬호는 5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고 있다. 4패는 퍼시픽리그 최다패이며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퍼시픽리그 투수 22명 중 21위에 해당한다. 개막 첫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며 분투했으나 최근 2경기에서 5이닝 5실점, 6이닝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평균자책점도 최근 2경기에서 크게 치솟은 것이다.
 
그러나 패가 많은 건 타선이 도와주지 못한 영향도 크다. 오릭스는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9이닝당 득점 지원이 평균 2.2점밖에 되지 않았다. 한 경기 3득점이 최다 지원.
그러나 박찬호를 둘러싼 우호적인 시선이 사라진 건 분명한 적신호다. 오카다 감독은 "너무 빨리 승부한다. 이해가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최근 변화구 비율이 높아져 볼 배합에도 지적을 받았다.
 
불과 3주 전 첫 승을 거둘 때 나왔던 온갖 미사여구는 사라진 지 오래. 최하위로 처진 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박찬호도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박찬호는 "다음 등판할 때까지 준비는 변함없다. 확실하게 조정하고 싶다"고 했다. 열흘간 시간이 정말 중요해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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