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인줄만 알았더니 어느새 듬직한 남자의 모습으로 팬들 곁에 성큼 다가온 배우가 있다. 바로 정일우다.
SBS 수목드라마 ‘49일’ 속 정일우는 꽃미남 같은 얼굴 뒤에 사랑하는 여자를 잊지 못하고 죽어서도 지켜주려는 모습으로 때로는 가슴이 시릴 만큼 애잔한 눈빛을, 또 때로는 보는 이들의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저승사자라는 익숙한 캐릭터를 정일우를 통해 ‘스케줄러’라는 독특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를 보며 느낄 수 있었던 묘미였다. 패셔너블한 신세대 스케줄러를 소화한 이번 드라마에서 정일우는 남다른 비주얼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도 한껏 드러냈다. 드라마 첫 장면을 장식한, 건물 옥상 위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소재 자체가 특이하고 감독님도 잘 찍어주시고 무척 기억에 남는 드라마다. 특히 첫 장면은 난간에 앉아서 오랫동안 찍은 기억이 나는데 예쁘게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몽타주 장면만 며칠 동안 공들여 많이 찍은 적도 있는데 아예 편집된 것도 있다.”
사실 정일우가 안방극장에 돌아온 것은 2009년 ‘아가씨를 부탁해’ 이후 2년여 만이다. 그의 모습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생각보다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다.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하고 싶은 캐릭터를 찾고 하다 보니 어떻게 공백기가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품도 정말 마음에 들고 캐릭터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작가님, 감독님, 배우들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그동안 정일우는 드라마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데로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일본 팬미팅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연극 기획도 하고 그랬다. 리포트도 밤새 쓰고 발표 준비도 하면서 학교에 다니니까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그동안 일에만 매달려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친구들과 만나면서 다시 여유를 되찾은 거 같다. 그동안 쫓기다 시피 일을 한 것도 같은데 여유도 찾고 에너지도 얻었다.”
그동안 에너지를 많이 충전했다는 정일우는 앞으로는 작품도 더욱 많이, 활발하게 할 생각이다.
“이제 작품을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하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에 대한 소중함도 많이 느낀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정일우는 사실 드라마 시작할 때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주인공만 선택하려는 배우들도 많은 가운데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고 묻히는 캐릭터가 있다. 후자 같은 경우라면 망설이고 고민을 했겠지만 이번 캐릭터는 너무나 매력적이라 분량이나 그런 면에서 따질 게 아니었다.”
스케줄러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를 짓는 정일우는 아무래도 자신은 오토바이와 궁합이 좋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그가 있게 해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매력남으로 등장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오토바이를 타는 멋진 모습을 보여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아무래도 나는 오토바이와 궁합이 좋은 것 같다.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타니까 기분도 좋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촬영한 것이 거의 4, 5년 전이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은 아예 기분이 틀리다. 그때는 일산에서만 타고 그랬는데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한강도 건너도 그랬다. 시간이 흘렀다는 기분이 든다.”
정일우는 데뷔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만큼 ‘인기’라는 부분에도 많은 생각을 했을 법하다.
“‘아가씨를 부탁해’ 끝나고 슬럼프가 있었고, 아 그전에 ‘거침없이 하이킥’ 끝나고도 슬럼프라기보다 혼란기 같은 시간이 있었다. 인기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예전에는 신인으로 신선하게 여러분들에게 다가갔다면 지금은 연기를 할 때 더욱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스케줄러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연기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의상적인 부분에도 세세하게 신경 썼다.
“룩북을 엄청 많이 찾아보고 패션쇼 같은 것도 찾아보고 여러 가지 콘셉트를 정했다. 대략 세 종류로 나눠서 옷을 입는데 냉정하고 차가워질 때, 일할 때, 평상시 입는 옷 등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머리 같은 부분도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세심한 노력 덕분인지 연인으로 나오는, 실제로는 연상인 이요원과도 더 없이 잘 어울렸다. 정일우의 이요원에 대한 신뢰도 대단했다.
“이요원 선배는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또 연기 할 때도 굉장히 도움을 주고 이끌어 주고 잡아주고 받쳐주고, 참 연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연기자 인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사람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참 호흡이 잘 맞는 분이다. 남규리씨와는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거기서 오는 편안함 같은 것이 있다.”
미니시리즈 한 편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인지는 이제 다시 말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아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배우들의 체력 관리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밤을 많이 새울 때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에는 운동하고 밥 잘 먹고 보약을 챙겨 먹기도 하고 팬 분들이 준 칡즙, 비타민도 잘 챙겨 먹는다. 팬들의 정성에 매번 놀라고 정말 감사하다.”
연기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텐데 특히 어느 때 연기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뿌듯할까.
“정말 공들여 촬영한 신인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방송에 괜찮게 나올 때는 정말 뿌듯하다. 반대로 정말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연습 한 만큼 나오지 않을 때는 속이 상하기도 한다. 연기에 있어서 한계를 느낄 때는 참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때는 시간이 위로가 될 때도 있다.”
‘49일’ 후속으로 새로운 작품을 시청자들 앞에 선보이는 절친한 친구, ‘시티헌터’의 이민호에게 응원의 말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워낙 알아서 잘 하지만 캐릭터 잘 잡아서 좋은 연기 보여줬으면 좋겠다. 응원 많이 하겠다.”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예전에 비해서는 여유가 생겼고 예전에 뭔지 모르게 조급한 마음을 갖고 그랬던 것에 반해 요즘에는 그런 마음이 많이 안정 됐다는 정일우는 앞으로 더욱 많은 작품으로 성장하는 배우 정일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연기가 잡혔으면 좋겠다. 눈빛이 멋진 배우, 깊은 배우가 되고 싶다. 예전에 소지섭 선배가 나오시는 작품을 보고 그의 눈빛에 빠져 버린 적이 있다. 보는 이들을 모두 빨아들일 듯한 그 눈빛, 진짜 멋지다고 느꼈다. 그런 멋진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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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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