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감독이 승리하고도 웃지 못한 이유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22 07: 34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극적인 연장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도 편하게 웃지 못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보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기록된 수비 실책, 그리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들 때문에 더욱 더 고민이 깊어졌다.
LG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9회말 2사 후 윤상균의 동점 투런 홈런과 연장 11회 이대형의 안타에 힘입어 5-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LG는 3회 3루수 정성훈과 3회 좌익수 정의윤의 기록된 실책 두 개를 비롯해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연발했다. 특히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기록된 실책보다 감독으로서는 더 아쉽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LG는 1회 1실점했다. 2사 2루에서 4번 이대호의 3루수 강습 타구를 정성훈이 뒤로 빠뜨리며 1타점 좌월 적시 2루타가 됐다. 물론 잘 맞은 타구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수비만 잘 됐다면 실점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2회에는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정성훈의 어이없는 1루 송구로 1사 2루 실점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주키치가 후속타자들을 잘 막았기에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3회 주키치가 1사 후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손아섭에게 또 다시 좌월 2루타를 맞았다. 1루에 있던 황재균은 재빨리 3루를 돌아 홈을 파고 들었고, 좌익수 정의윤은 커트맨 윤진호에게 송구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실책 한번. 그리고 3루수 정성훈도 놓친 이 공 때문에 손아섭은 3루까지 갔다. 실책 두 번째다. 기록된 실책 한 개로 1실점을 한 LG는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후속타자 이대호에게 유격수 앞 땅볼 때 한 점을 더 내줬다.
즉, 중계 플레이만 잘 됐다면 황재균을 홈에서 잡아낼 수도 있었다. 그럼 실점을 하지 않고 2사 2루가 됐다. 그러나 중계 플레이가 정확하게 되지 않으면서 1실점을 하고, 2루에 묶어 뒀어야 했던 주자를 3루까지 허용하며 평범한 내야 땅볼로 한 점을 더 내주게 된 것이다.
2-3으로 추격하던 LG는 8회 황재균의 중견수 방면 타구를 이대형이 낙구 지점을 잘못 계산하며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못잡고 2루타를 내줬다. 이어 곧바로 손아섭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박 감독의 입장에서는 모두 수비만 잘 됐다면 4점 모두 안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실점을 하고 안하고는 단순히 1,2점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영향은 투수들이다. 이날 선발 주키치는 최고구속 144km 직구와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위력적이었다. 지난 15일 1안타 완봉승을 거둔 목동 넥센전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수비들이 조금만 도와줬다면 주키치는 더욱 더 안정된 투구를 펼쳤을 것이라는 것이 박 감독의 계산이다.
이동현 역시 최근 구위 때문에 스스로에게 스트레스가 많다. 다행히 구속은 140km 중반대까지 올라왔으나 매번 등판 때마다 잘 풀리지 않은 경향이 있다. 수비수들의 실책이 꼭 뒤따른다. 이날도 이대형이 깔끔하게 수비만 해줬다면 이동현 역시 기분좋은 마음으로 다음 경기에 등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 다시 마음의 부담감을 갖고 나설 수 밖에 없는 위치다.
LG는 22일 현재 팀 타율(2할7푼5리)을 비롯해 득점(212점), 안타(381개), 홈런(33개), 타점(194개), 도루(55개), 장타율(4할)까지 공격 7개 부문에서 1위다.
그러나 실책은 29개로 삼성 다음으로 가장 많다.이 때문이었을까. 박 감독은 "수비 쪽에서 실책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LG가 현재 23승17패로 SK(24승12패)에 3경기 뒤진 2위다. 3위 삼성과는 한 경기 반 차이로 앞서 있다. 그러나 지금 보다 더 강한 LG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격에 치중하는 것보다 수비를 더 보강하는 것이 박빙의 순간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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