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담스러워 해 안타깝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6.20 17: 01

-피플- 다큐영화 ‘김정일리아’ 피아니스트 김철웅 교수
음악의 자유 찾아 탈북
중 공안에 잡혀 고문도

처절했던 탈북기 증언
탈북자는 미래의 사람
통일첨병 육성 바람직
음악은 남북통합의 길
[이브닝신문/OSEN=신상미 기자] 200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피아니스트’는 전쟁과 학살의 와중에서 타고난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기아와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던 한 예술가의 처절한 실화를 담고 있다. 주인공 스필만은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아 텅 빈 바르샤바에서 남겨진다. 한때폴란드를 대표하던 피아니스트였던 그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생존’ 그 자체가 돼 버렸다. 2차 대전의 와중에서 그가 겪은 혹독한 경험은 책과 영화로 남겨졌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에도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연해 자신의 탈북 경험을 증언한다.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는 지난 2001년 북한을 떠나 2002년 12월 남한에 왔다. 영화에서 그는 중국 공안에 체포돼 열 시간이 넘게 거꾸로 매달려 고문 당했던 일을 증언한다. 북한으로 송환 당하던 그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결국 김철웅 씨는 2번의 실패 끝에 3번만에 무사히 남한에 올 수 있었다.
 
북한 이탈 주민 모두가 겪는 아픔
김정일리아엔 김철웅 교수(그는 현재 백제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에도 11명의 탈북자가 등장해 김정일 정권의 잔인성과 파시즘을 고발한다.
 
영화를 만든 미국 국적의 N.C. 하이킨 감독은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화를 보고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라며 오는 24일 한국을 방문한다.
 
김철웅 씨는 노동당 간부였던 아버지와 대학교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1974년 태어나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8살 때부터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피아노를 배웠고 지난 95년엔 러시아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유학한 북한의 최고 엘리트 출신이다.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특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던 그가 북한을 떠났던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맘껏 추구할 수 있는 자유세계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어 있던 곳을 떠날 때만 해도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내가 겪은 일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분단이라는 특수성 안에서 누구라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도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니 그래서 더 북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
그는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별 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통일 정책에 자신만의 시각과 방법을 갖고 있기도 했다.
 
“남한 사람들이 근시안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단기간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국력이 향상되고 내수가 가능해진다. 한데 사람들은 탈북자들을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여긴다.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다. 탈북자들의 적응 방법과 정착 시스템 등이 미래의 통일정책을 만드는 데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즉 통일 비용을 탈북자들을 통해 줄일 수 있는 거다.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 이들을 북한에 보내 남한 상황과 가치관, 문화 등을 북한에 알릴 수 있지 않나? 이들을 잘 훈련시키고 교육시켜야 한다.”
 
이러한 대북 정책에 대한 관심은 그를 여러 사회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NK지식인연대 활동, 북한의 전통음악을 연구, 보존하는 일에 대한 관심, 북한학 박사학위 취득, 국내외 연주회 일정, 음대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한의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출발선이 다르지 않나?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성엔 안찬다. 아내가 많이 이해해줘 정말 고맙다”고. 그는 오는 7월 첫 아이를 출산한다. 백제예대 음대에 몸담고 있으면서 한세대, 목원대 등에도 출강한다. 
 
클래식+전통음악 ‘아리랑 소나타’
피아니스트이자, 직접 작, 편곡을 하는 음악가로서 김철웅 교수에게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물으니 “클래식을 가미한 국악 스타일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재즈, 팝, 심지어는 아이돌도 좋아한다”면서 “장르를 따지지 않고 두루 좋아한다. 도라지 타령, 밀양 아리랑, 정선 아리랑처럼 민족적 양상을 띤 곡을 좋아하고 그런 스타일의 편곡과 연주를 좋아한다”고. 그의 곡 ‘아리랑 소나타’도 아마도 이런 관심 속에서 탄생한 곡일 것이다.
 
그는 아리랑 소나타를 지난 2008년 미 국무부 공연에서 연주했다. 그후 필생의 꿈이었던 카네기 홀에서도 공연했다. 꿈을 너무 일찍 이룬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것 같다. 처음 북한을 탈출할 때만 해도 미국 국무부와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꿈을 완성해야 할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마도 그의 다음 꿈은 음악을 통해 오랫동안 단절됐던 남과 북의 문화를 이어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은 이질적인 두 문화를 통합하는 데 다른 어떤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   
“경제적으론 남한에 따라도 무조건 남한 식대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남과 북의 통합적 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이다. 몇몇 대중적 곡만 듣고 북한 노래를 촌스럽다고들 하는데, 아름다운 가곡과 클래식도 많이 있다. 특히 김정일을 찬양하는 가사만 버리면 그 멜로디는 무척 아름다운 곡이 많이 있다. 북한 노래의 DB를 구축해서 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해야 한다.”
김교수는 오는 23일 개봉하는 김정일리아에 인터뷰이로 출연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데 작지만 큰 힘을 보탰다.
 
여기에 김 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오는 11월 개봉한다. ‘아리랑 소나타’라고 이름 붙인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제 남한생활 9년차에 접어든 김 교수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작품이다.
 
그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는 아리랑 소나타는 촬영을 마치고 현재 편집 중에 있으며 오는 11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항상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질 지 벌써부터 영화가 기다려진다.
 
shin@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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