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LG 트윈스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 6월 12일부터 17일까지 5연패 이후 또 다시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연패의 가장 큰 원인은 마무리 투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장 4연패 중에서 역전패가 3차례나 되며 올 시즌 34패 가운데 마무리 투수가 저지른 블론 세이브가 12번이나 된다. 8개 구단 최다다.
전날(5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LG는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9회 1사 후 연속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2회 2스트라이크까지 잡고 마지막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지 못하고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다 잡았던 경기를 또 다시 놓쳤다.
LG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지난해 8세이브를 거둔 김광수를 낙점했다. 시즌 초 불안 불안한 모습 속에서도 6세이브 2홀드 2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4일 2군으로 내려가면서 박종훈 감독은 불펜 요원이던 이동현, 김선규, 이상열, 여기에 신인 임찬규까지 집단 마무리체제를 결정했다.
시작은 좋았다. LG는 김광수가 마무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 6월 11일 5연패를 당하기 전까지 15승10패를 거뒀다. 이 가운데 임찬규가 5세이브, 이동현, 김선규, 이상열이 각각 1세이브를 거두며 총 8세이브를 합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LG는 6월 12일 이후 성적은 2승10패다. 10패 가운데 5차례가 블론 세이브다. 물론 최근 성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이대형, 이택근, 오지환 등 주축 타자들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10패를 당하는 동안 선발 투수들도 퀄리티 스타트를 5차례 밖에 하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장마철 휴식 기간 동안 에너지를 충족해서 그런지 최근 페이스는 좋은 상태다.
문제는 불펜인데 그 해결책을 놓고 보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박종훈 감독도 현재 LG 불펜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사구가 많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다. 불펜만 정리되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누군가가 그 축을 잡아줘야 하는데 지금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고 인정했다.
LG는 올 시즌 34패 중에서 19패가 역전패다. 그 중 11번은 6회 이후 뒤집어졌다. 그 중 또 6차례는 9회 이후, 끝내기 패배도 3차례나 있었다. 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일차적인 답은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을 보강하는 것이다. LG는 자금력도 있고, 2군에 유망주들도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방향이든지 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시즌 초부터 한화, 넥센, KIA 등과 트레이드 시도를 했다. 모두가 투수력 보강을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LG는 일단 트레이드에 대한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크다. 특히 KIA와 트레이드로 김상현을 보낸 뒤 KIA에서 폭발하자 트레이드 공포가 생겼다. 이용규도 비슷한 케이스다. 좋은 예도 있다. 지난해 SK와 3대4 트레이드로 박현준, 김선규, 윤상균을 얻었다. 이들은 현재 LG에서 알토란 같은 존재다.
최근에도 LG는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박종훈 감독도 "시도는 하지만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까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쉽지 않다면 미련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LG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LG는 현재 전력으로 올 시즌 우승을 노리기 쉽지 않다. 시즌 개막 후 5월까지 줄곧 2위를 지키며 선전했으나 이때는 투타에서 완벽하게 밸런스를 이뤘기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LG 전력을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1,2,3선발로 이어지는 박현준-벤자민 주키치-레다메스 리즈가 6일 현재 18승을 합작했다. 여기에 4선발 김광삼도 4승을 거들며 4명의 선발진이 22승을 거뒀다. 전체 승리의 61.1%다.
6일 현재 LG는 36승34패가 되면서 승률도 5할1푼4리가 됐다. 즉, 이 시점에서 1,2,3선발 중 한 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방법이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LG 불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LG는 현재 1,2,3선발에 4번발까지도 승리를 목표로 달려들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목표 승률이 8할이다. 그러나 승률 8할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계산이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이 42승2무28패로 승률이 정확히 6할이다.
LG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6할로 잡고 1,2,3선발 가운데 한 명을 마무리로 돌려 뒷문을 강화한다는 계산도 필요한 시점이다.
에이스 박현준은 시즌 초 돌풍을 일으키다 6월에잠시 주춤했다.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었기에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컸다. 당연히 겪는 성장통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서 9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호투하며 부활을 알렸다. 2선발 주키치는 매경기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펼치고도 최근 3경기 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즈가 마무리로 돌아서 뒷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리즈는 박현준과 주키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리즈는 한국프로야구 투수들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다. 바로 1이닝을 전력 투구할 경우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이 가운데로 몰릴 경우 커트 커트를 당하게 되거나 장타를 맞을 위험도 있다. 그러나 빠른볼의 위력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올 시즌 리즈에게 가장 강한 타자 중 한 명인 한화 강동우는 "리즈가 공 끝이 안 좋다고 말하는데 말 그대로 160km 기준으로 놓고 하는 말이다. 막상 타석에 선 타자들은 리즈가 160km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고까지 말했다.
리즈가 마무리로 돌아설 경우 나머지 선발진은 어떻게 될까. 일단 4,5 선발인 김광삼과 심수창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면 5선발이 비게 되는데 현재 장마철로 인해 정상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면 결코 두려워할 부분이 아니다.
설사 5선발이 필요하다 할 지라도 6할을 목표로 달릴 경우 한 경기는 버린다는 마음으로 임찬규, 최성민 등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결정이다. 어떻게 보면 1패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들이 정규시즌 막판까지 가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최근 12경기에서 5연패와 4연패를 반복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 전환과 새로운 대안 찾기로 나쁘지 않은 결정이 될 수도 있다.
LG가 리즈를 마무리로 돌릴 시나리오를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김광수가 2군으로 내려갔을 때 코칭 스태프에서도 리즈 마무리 전환을 놓고 회의를 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LG는 20승14패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장 5위 두산이 3경기 반 차로 추격하고 있다.
LG는 지금 연승을 바라기 보다 연패를 막고 5경기 중에서 3승만 거둔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다시 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다면서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경우 다시 시즌 초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당장 연패부터 끊어야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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