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대호를 보러온 것이다".
한화-롯데전이 열린 지난 4일 대전구장.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관계자들이 중앙 지정석에 자리했다. 기요다케 히테도시 구단대표를 비롯해 시마자키 마사오 국제부장, 미쓰이 야스히로 편성본부 총괄 디렉터가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3일 잠실 두산-KIA전을 지켜본 뒤 이날 대전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5일 문학 SK-KIA전까지 보고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 요미우리 구단 방한 목적은 '한국 유망선수 관찰'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레이더에는 이대호가 들어 있었다.
▲ 류현진 아닌 이대호

이날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들이 뜨자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요미우리 구단은 지난해 6월에도 한화 구단 수뇌부와 식사 자리를 갖고 한일 야구 발전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올해 2월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는 류현진의 피칭을 보기 위해 한화의 연습장을 찾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류현진은 지난 2일 대전 롯데전에서 왼쪽 등 견갑골 통증이 재발하는 바람에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 요미우리 구단이 괜히 헛걸음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요미우리 구단이 그 정도 정보력이 없을리 만무했다.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류현진 대신 올 시즌이 종료되면 곧장 FA 자격을 얻는 이대호도 대전구장에 있었다.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은 이미 1군에서 빠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솔직히 이대호를 보러온 것이다. 당장 잡겠다는 그런 뜻은 아니다.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한국에서 잘 한다길래 직접 한 번 보러온 것"이라고 경기장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 구단도 "요미우리 구단과 이대호가 접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관계자는 "매해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한국 경기장을 찾고 있다. 기요다케 대표가 한국야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번에 경기장을 찾은 것도 마찬가지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 5개 구단이 이대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는데 요미우리도 그 중 하나다. 아무래도 직접 이대호를 확인하겠다는 의미도 없지 않았다.

▲ 왜 관심을 갖고 있나
이대호는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타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대형 국제대회를 통해 일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있다. 한신 타이거즈에서는 3년 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올해는 FA 직전 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대호가 정확성과 파워를 두루 겸비한 오른손 거포라는 점이 일본구단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일본프로야구는 오른손 거포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뛴 김태균이 사실상 실패하고 일본을 떠났지만 여전히 오른손 거포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가 않는다. 공급처가 한국이든 미국이든 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요미우리가 그의 경기를 직접 보러왔다는 것부터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요미우리는 올해 고전하고 있다. 83경기에서 36승41패6무로 센트럴리그 5위에 그치고 있다. 팀 홈런은 58개로 센트럴리그에서 가장 많지만 정작 팀 타율은 2할3푼2리로 5위. 경기당 평균 득점은 2.9점으로 아예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주전 1루수로 뛰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타율 2할2푼1리 2홈런 12타점으로 노쇠화를 보이고 있고, 다카하시 요시노부도 타율 2할8푼4리 6홈런 12타점에 불과하다. 올해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뚜렷한 노쇠화. 외국인 타자도 국내 선수 자격을 얻은 알렉스 라미레스를 제외할 경우 내야수 러스티 라이얼밖에 없는데 올해 타율 2할9리에 홈런없이 4타점에 그치고 있다. 이대호에게 관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 없는 게 지금 현재 요미우리 상황이다.

▲ 이대호의 반응은
이날 평소처럼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한 이대호는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1회·3회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 하지만 8회 4번째 타석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화 송창식을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어 펜스를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이어 2루까지 전력질주로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후속 홍성흔의 중견수 앞 안타 때는 2루에서 홈으로 내달려 득점에 성공했다. 이미 점수차가 벌어져 있었고 무리하지 않아도 될 법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이대호의 약점 중 하나가 바로 느린 발이라는 점에서 요미우리 구단에 어떻게 보았을지 관심이 간 대목.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요미우리 구단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온 줄은 몰랐다. 경기가 끝난 뒤 지금 처음 듣는다"며 "경기 전에 알았더라도 어차피 크게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팀이 지금 4강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취에 대해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어디까지나 시즌 중이고 롯데 선수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시즌이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요미우리 구단대표가 직접 한국을 찾은 건 분명 예사롭지 않은 대목. 팀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판단이 선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벌써부터 시즌 후 이대호에 대한 요미우리의 움직임이 궁금해진다. 의지만 갖고 있다면 자금력에서 요미우리는 뒤질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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