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주인의식의 부재와 소통의 단절로 뜻있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지난 27일 막을 올려 다음달 4일까지 장장 9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202개국에서 1945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대회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수도 대단하다. 이번 대회의 자원 봉사자는 약 5000여 명으로 심판보조 및 경기지원, 안내, 사무, 통역, 선수단 편의, 안전임무 등을 담당해 대회가 잘 치러질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 봉사자들의 열성적인 모습과 달리 대회를 담당하는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대구광역시의 행정은 대조적이다. 일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부서간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의식도 없는 상태다.
현재 조직위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측은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 아니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일처리를 하고 있다. 어떤 사안과 관련해 물을 경우 자신들이 담당하는 것이 아닐 경우 "모른다. 우리 일이 아니다"만 반복할 뿐이지, "어디로 연락하면 된다"거나 "이쪽으로 연락해보라"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주인 의식이 없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의사 소통의 부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대구 스타디움의 주차가 대표적이다. 현재 대구 스타디움의 주차 관리는 조직위에서 담당한다. 그렇지만 주변의 불법 주정차 단속은 대구시의 몫이다. 조직위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주차 관리를 하지만 대구 스타디움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돼 있는 차들로 가득하다. 물론 그들로서는 이를 막을 방법도 근거도 없다. 또한 이를 처리할 생각도 없다.
주목할 점은 대구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개막식이 열리던 저녁 대구 스타디움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돼 있는 차들로부터 불과 20~30m 거리에 대구시 소속의 불법 주차 단속 차량 4~6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속을 하지 않고 수 많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단속 차량에는 시동이 걸린 채 사람이 타고 있었다.
또한 조직위의 일방적인 통보도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대회 전날인 26일 저녁 조직위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있던 모든 기자들에게 나갈 것을 요구했다. 보안 점검 때문이라는 것이 조직위의 통보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직위와 경찰 관계자는 "개막 전날 보안검사를 하는 것이 관례"라고 근거를 댔지만 외국 기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조직위와 경찰이 말한 것과 같은 관례는 없었기 때문.
이 때문에 수십 여 명의 외신 기자들은 즉각 반발하며 항의했지만 조직위의 요구는 끝내 거둬 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몇몇 외신 기자들은 이러한 처사는 어떤 국제대회서도 본 적이 없다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막무가내식 행정을 비난했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는 조직위를 구성하는 인원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현재 조직위는 국제 대회와 관련한 전문가들과 대구시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이 전문가들이 아닌 공무원들에게서 유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 자신의 일이 아니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공무원들의 대표적인 사고 방식, 소위 '공무원 마인드'가 그대로 조직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를 치르는 데 가장 필요한 협력은 찾아 보기 힘들어졌고, 어떠한 문제나 건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도 안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됐다는 것.
이번 대구 대회는 앞으로 7일 뒤면 종료된다. 그렇지만 대회가 종료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단과 그들을 지원하는 이들, 그리고 취재진이 전하는 대구 대회와 한국의 평판은 장시간 계속될 것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한국이 치르는 마지막 국제 대회가 아닌 만큼 향후 국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평판의 관리도 중요하다. 그런 만큼 남은 7일 간의 기간 동안이라도 주인의식의 부재와 소통의 단절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