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10구단 창단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라북도 김완주 도지사와 김호서 도의회의장을 비롯해 송하진 전주시장, 이한수 익산시장, 문동신 군산시장, 임정엽 완주군수 등은 29일 서울 양재동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회관을 방문해 구본능 총재를 만나 제10구단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고 200만 전북 도민의 프로야구단 유치 열망을 드러냈다.
전라북도는 프로야구 10구단 지원계획서에서 '전주에 2만 5천석 규모의 신규 구장 건설, 야구장 명칭사용권 부여, 최대 25년 야구장 장기임대, 야구장내 부대수익사업 운영권 전권 부여'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유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위의 조건들은 지난해 창원시가 9구단 창단 시 내세웠던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창원시는 '창원시 재정과 국비와 도비만 들어간 새 구장 건립, 20년 이상 장기 임대, 구장 명칭 사용권, 연습구장 건립'등을 내세워 결국 엔씨 소프트와 함께 9구단 창단에 성공했다. NC 다이노스를 정식 명칭으로 한 9구단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013년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현재까지 10구단 유치 움직임을 본격화한 지자체는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던 수원시를 포함해 두 군데가 됐다. 용인과 경기 서남부 시도 등 유치 의사를 밝혔던 지자체가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10구단 창단은 사실상 전라북도와 수원시의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 전라북도, "10구단, 우리가 수원보다 낫다"
전라북도가 제출한 10구단 지원 계획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새 구장 건립이다. 전라북도는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첨단 스포츠문화 복합시설을 갖춘 2만 5천석 규모의 신규야구장을 2015년까지 전주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유치 의향서에 담았다.
특히 전라북도는 구장 명칭사용권 및 야구장 장기 임대(25년 이내), 구장 신축비용 전액 부담 등을 약속했다. 새 구장 건립에 대한 창단 기업 측의 부담을 덜고 구장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해 유치 희망 기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야구장 전용사용료를 유료 입장수입의 10%로 하겠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이날 유치 의향서 전달 후 기자회견에서 전라북도 김완주 도지사는 "야구에 대한 지원계획이 수원보다 훨씬 낫다"며 10구단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3월 수원이 제출한 창단 의향서와 이번 전라북도의 계획안을 비교해 보면 신규 구장 건립과 야구장 전용사용료 부문에서 차이점이 드러났다.
수원은 유치 의향서에서 '향후 수원, 화성, 오산 통합 시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여 신규구장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추상적으로 언급했으나 전라북도는 '2015년 3월까지 총사업비 1천 100억 원을 들여 전주에 2만 5천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 하겠다'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게다가 지자체에서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한 만큼 재정 마련이 가장 큰 관건. 이에 대해 김 도지사는 "재원 문제는 정부와 상당부분 진행 중이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또한 전라북도는 야구장 임대료를 유료 입장수입의 10%로 하겠다고 못 박았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야구장 임대료를 연간 계약으로 구단으로부터 징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라북도는 입장 관중 수에 따라 임대료를 받기로 해 구단의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원시도 전라북도와 마찬가지로 야구장 임대료를 관중 수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징수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수원시는 지난 3월 제출한 유치 의향서에서 '사용요율을 현행 조례에서 인하하여 적용 하겠다'라고만 언급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전라북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수원시, "먼저 준비를 시작한 수원이 앞서 있다"
수원시는 10구단 유치의 경쟁자가 된 전라북도의 이번 의향서 전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원시 체육과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 KBO에 방문해 (전라북도의)기자회견과 발표 내용을 보고 왔다"면서 "그래도 저희 입장으로는 수원이 낫다고 본다"고 답했다.
일단 그는 "전라북도가 이제까지 소외가 되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뛰어든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수원에는 야구 명문고가 많지 않지만 전북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나 전주고 등 야구 명문고가 많은데 그쪽에서 좀 힘을 쓰지 않겠나"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전라북도가 요 근래 갑자기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수원시는 3월부터 의향서를 제출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뛰며 지역 야구인들과 직장인들의 붐을 조성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라며 "지난 7월 경기 남부권 시장협의회에서 동참 지지 성명을 발표한 만큼 더욱 긴밀히 협조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장 써야 할 구장은 우리 수원구장이 군산월명구장보다 시설 면에서 많이 앞서 있다"면서 "250억이 소요될 수원구장 리모델링은 당장 9월부터 설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원시는 이번 전라북도의 계획안 가운데 신규 구장 건설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수원시 체육과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라북도의 구장 건설 계획안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저희 입장에서는 재원 문제나 부지 선정 등 실현 될 수 있을까 싶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수원시 역시 화성시와 통합 후 신규 구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으며, (화성시와)통합 무산 시 서수원 구역에 구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라며 수원시 역시 신규 구장 건설을 꾸준히 추진 중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야구장 임대료 부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전라북도의 계획안은 수원시의 유치 의향서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고는 "당초 구단 임대료에 대한 조례가 있지만 들어오는 기업이 선정 되면 전북이 주장하는 수준과 비슷하게 임대료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라북도는 이날 '역전의 명수를 아십니까?'라는 구호가 쓰인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원시보다 한 발 늦게 10구단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지역 내 야구 명문고인 군산상고와 같이 한 판 역전극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수원시 역시 2000년대 초 야구 왕조를 열었던 현대 유니콘스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유치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10구단의 향방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와 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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