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만 놓고 보자면 배우 사희는 차갑고 도도한 편에 가깝다. ‘시크릿 가든’의 된장녀 역할이 인상적이었던 탓인지 허영심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그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쪽이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사람 참 괜찮네’ 싶은 느낌을 줬다. 첫 만남에 매료됐다.
그래서일 게다. 함께 작업한 감독들과 스태프들이 그의 팬을 자처하는 이유. “출연하기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작품 하게 되면 함께 했던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사희는 이들과 지금까지 따로 만남을 가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다수 작품에 특별 출연하는 행운도 누렸다.

8월의 어느 날, 서울 신사동 OSEN 본사에서 여배우 사희를 만났다. 영화 ‘블라인드’ 이후 tvN 드라마 ‘홍대정태’ 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시간을 내줬다.
‘블라인드’ 마지막 피해자, 분량 적지만 꼭 하고 싶었다

사희가 마지막 피해자로 출연한 ‘블라인드’는 200만 가까이 관객을 모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개봉 14일 만에 손익 분기점인 140만 명을 넘어섰다.
“특별 출연이라 잠깐 나왔는데도 주위에서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만나면 다들 ‘영화 잘 봤다’고 해주세요. 안상훈 감독님께 ‘축하드린다’고 문자 보냈더니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답문을 주셨어요. 사실 낯간지러운 소리 잘 못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좀 하죠. 안 감독님이 조근 조근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어서 무척 좋아했어요.”
워낙 적은 분량일뿐더러 성폭행 피해자로 나오다 보니 노출 등 여배우로서는 꺼려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 ‘특별 출연’ 제의를 받아들이기까지 고심하지 않았나 했더니 단번에 “오케이”를 외쳤단다.
“안 감독님이 역할을 제안하셨어요. 비중보다 작품 하는 데에 의의를 뒀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그랬는데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거에 감사했어요. 힘든 장면 많고 속옷 차림으로 있어야 해서 여배우로서 조심스러웠는데 최대한 안 불편하게 해주셨고요. 또 배우로서 연기에 꼭 필요하다면 노출 여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돼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여자 역할을 맡아 생애 첫 스릴러물에 도전한 사희에게 이번 영화 ‘블라인드’는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졌다는 설명.
“현장 분위기 자체가 침대에 누워 있어도 눈물이 나요. 진짜 감금당한 느낌이었어요. 손목이 묶여 있고 옷도 그렇고 하니까요. 다른 것보다 분장 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1시간 반 이상 소요되는 작업이라 몸에 쥐가 날 정도였으니까요. 두들겨 맞은 걸 표현해야 해서 분장이 가장 힘들었는데 막상 영화 보니 너무 어두워서 티도 안 났지요. (웃음)”
첫 출발 좋았지만...10년 무명 생활로 슬럼프 겪어

그는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데뷔했다. 미스 춘향 출신인 사희는 전지현, 김옥빈 등에 이어 ‘네이버 걸’로 발탁돼 당시 큰 이목을 끌었다. 연예 버라이어티를 통해서도 꽤 이슈가 됐다.
“‘네이버 걸’을 한참 할 때 뭔가 스타트 했는데 마무리를 못했다 해야 하나 어필할 수 있는 작품 못 만났다 해야 하나 그랬던 거 같아요. 요즘에 뭔가 실마리 풀려가는 타이밍인 거 같습니다. 준비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된 그이지만 아직까지 대중에 얼굴을 알릴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게 사실. 영화와 드라마 등을 넘나들며 고군분투 해왔으나 결과가 다소 아쉬웠다. 그랬던 것이 최근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사랑 친구 역을 시작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매니저와 함께 한 지 10년 됐는데 둘이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지는 것도 많았고 슬럼프도 있었죠. 지금은 마음 비우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희는 털털한 성격 덕분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함께 아침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유리, 서지영 등과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2PM 준수와는 때때로 연락하며 지낸다. 준수에 대해 물었더니 “정말 좋은 아이”라며 칭찬에 여념이 없다.
“준수는 패밀리 멤버 중 하나에요. 사람들 잘 챙기는 스타일이죠. 일본 많이 가 있어서 따로 가끔 만나요. (준수와) 트위터 팔로우 돼 있어서 그런지 요즘엔 영어로 ‘누구냐’고 묻는 트윗이 자주 와요. 당황스러워서 준수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봤더니 대꾸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국내 팬이 무서웠는데 요새는 해외 팬들이 적극적인 거 같아요.”
연기 욕심이 많은 그는 선배 윤여정과 같은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윤여정 선배 같은 카리스마 있는. 선과 악을 모두 갖고 있는 연기자로 도약하는 게 제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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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