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시아' 차우찬(24, 삼성 라이온즈)이 SK 와이번스 타자들을 상대로 결정구를 몸쪽에 집중적으로 던지며 팀을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차우찬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KS 5차전 SK전에 선발 등판해 7닝 동안 삼진 7개를 곁들여 5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차우찬은 지난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5회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차우찬은 최고구속 149km에 달하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SK 타자들 몸쪽에 바짝 붙이는 작전이 성공했다.

5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경기 초반 고전했다. 가장 큰 원인은 직구와 커브 제구가 마음처럼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전과 달리 슬라이더 대신 커브를 던져 투구 패턴을 바꿨다. 그러나 제구가 흔들리며 1,2회 위기를 맞았다.
특히 차우찬은 2회 1사 후 안치용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 이어 최동수에게 좌측 선상 2루타를 맞았다. 뒤이어 김강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줘 순식간에 1사 만루가 됐다.
그러나 차우찬은 후속타자 정상호와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속아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순간 인상적인 점은 두 타자 모두 바깥쪽이 아닌 몸쪽에 승부구를 던졌다는 점이다. 차우찬은 왜 SK 타자들 몸쪽을 집중 공략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OSEN 스페셜 칼럼니스트로 함께하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차우찬이 2회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SK 타자들이 예전부터 몸쪽 공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우찬은 1사 만루에서 정상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몸쪽에 148km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차우찬의 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그러나 정상호의 배트는 돌아갔다. 차우찬의 슬라이더를 의식한 탓이다.

박진만도 결정구는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차우찬은 박진만을 상대로 풀카운트에 몰렸다. 2사 만루 풀카운트라면 당연히 투수에게 더 불리하다. 그러나 차우찬은 몸쪽에 135km 슬라이더를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했다.
로이스터는 "SK 타자들 중에서 파워가 뛰어난 타자들이 많지 않다. 반면 타구를 모든 방향으로 보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보통 바깥쪽 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한국 투수들은 몸쪽 공을 잘 구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자들이 몸쪽 공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 포수 진갑용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해 위기 순간 차우찬에게 몸쪽 공을 던지게 해 SK 타자들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SK 타자들은 4회부터는 차우찬의 몸쪽 공을 확실히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로이스터 감독도 "SK 타자들이 몸쪽에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큰 경기에서 그냥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4회 2사후 김강민이 몸쪽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측 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후속타자 정상호도 이전 타석보다 적극적으로 붙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다.
그렇지만 때는 조금 늦었다. 차우찬의 제구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후속타자 박진만을 상대로 이번에는 145km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물론 몸쪽에 붙이려던 공이 가운데로 몰렸지만 삼진을 잡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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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