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 프로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상 최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리며 팬들의 관심을 계속 잡아 두는 것도 있지만 박찬호(38), 이승엽(35), 김태균(29)의 합류가 예정되면서 기대감이 한층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FA 미아'가 된 투수 최영필(37)에 대한 구제책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영필의 문제가 박찬호에 대한 특별법, 김태균의 복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수로서 의지를 가진 선수에게 내려진 규정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최영필은 지난 1997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01년 한화로 이적한 최영필은 통산 14시즌을 성실하게 보낸 끝에 FA 자격을 획득, 당연하게 권리를 행사했다. 그러나 그 죄(?)로 올해 1년 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었다. 최영필을 데려가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7000만원에 불과한 연봉이었지만 전년도 연봉 300%와 보상선수 1명 또는 연봉 450%를 전 소속구단인 한화에 보상해야 하는 FA 규정 때문이었다. A급 선수가 아닌데도 최대 3억1500만원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컸다.

결국 최영필은 FA 계약 만료시한을 넘겨 이적할 팀을 찾지 못했다. 한화는 애초부터 최영필과 계약 의사가 없었다. 함께 FA를 선언했던 이도형은 은퇴했다. 하지만 최영필은 일본의 독립리그 마운드에까지 서며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발버둥쳤다. 보상규정은 FA 선언 후 3년간 유효하다. 부담스런 보상규정은 앞으로도 2년 동안 최영필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공주중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최영필은 "눈만 뜨면 운동장에 나간다. 야간 훈련까지 마치면 밤 10시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달 말까지 몸을 만들어 직접 구단들을 찾아 테스트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밝혀 강한 선수생활을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가정적으로도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내년에도 선수생활을 하지 못하면 나 역시 가장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그는 "한화 구단의 선처를 바랄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구단이 좋은 결단을 내려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최영필이 구제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은 최영필을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한화를 설득, 최영필과 계약한 후 트레이드 등의 방식을 따르면 된다. 이 때 최영필과의 계약은 형식적이면 된다. 트레이드 역시 현금 없는 무상으로 형식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굳이 규정을 따질 필요없는 가장 안정적인 시나리오다.
나머지 하나는 약간 복잡하다. 한화가 공식적으로 최영필에 대한 일체의 FA 보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런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면 된다. 이에 대한 규정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용해야 하는 부분. 하지만 예외 조항이 없는 만큼 KBO로서도 최영필의 구제에 협조가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한화의 의지에 따라 최영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화 입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KBO 규약을 따라야 한다. 악법이지만 함부로 구제책을 펼쳤다가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 또 다른 구단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한화가 먼저 나서는 모양새가 좋지 못하게 비쳐질 수도 있는데다 혹여 박찬호 특별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최영필 문제에 대해 일단 "구단 내부적으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영필이 선수생활을 계속 하고픈 마음을 잘 안다. 사실 최영필 연봉이 7000만원밖에 안되기 때문에 보상을 받아야 얼마나 받겠나. KBO에서도 우리 구단이 결정을 내리면 긍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를 무턱대고 퍼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나이 많은 선수를 끝까지 잡고 있을 수도 없다. 좋은 쪽으로 방법을 찾기 위해 구단 내부적으로 의견을 계속 나누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KBO 규약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50 대 50이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 구단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라며 "선수 배려 차원에서는 충분히 해줄 수 있지만 규약과 선례가 있지 않겠나. 내부적으로도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검토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FA를 선언했다 은퇴한 이도형 역시 "프로야구를 통해 호사를 누리는 선수가 얼마나 되나. 1%도 되지 않는다. 요즘 박찬호 특별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나오는데, 그보다 더 급한 선수는 최영필"이라며 "그 선수도 어떻게든 야구하려고 애쓰는데 단지 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이 없고, 구제해 주려는 움직임도 없다. 특별법은 박찬호 같은 선수가 아니라 최영필 같은 선수들에게 진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필의 구제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화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내 과감한 결단을 내리길 야구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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