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면도할 수 있게 됐네요".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 현대는 4일 오후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울산 현대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2차전 홈 경기서 에닝요와 루이스가 잇달아 골을 터트리며 2-1로 승리, 1·2차전 합계 2승으로 2011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전북은 2009년에 이어 2년 만에 K리그 왕좌를 탈환하는 데 성공, 통산 K리그 2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민식은 지난 5월 주전 골키퍼가 승부조작 파문에 연루되어 팀을 떠나자 갑작스럽게 뒤를 물려 받았다. 2008년 전북 입단 후 지난해까지 세 시즌 간 9경기 출전이 전부일 정도로 만년 후보에 머물렀기 때문에 항상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골키퍼 장갑을 끼고 전북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올 시즌 16경기에 나서 16실점을 기록한 그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분명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어쨌든 그라운드 위에서 우승을 거두니 너무 기쁘다. 뭐라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막지 못해 팀이 준우승에 머물러 부담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형들을 믿었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우승을 하고 시원하게 깎을 수 있게 됐다"면서 "막상 우승을 확정지으니 2군에서 운동하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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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