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넉넉한 롯데 선택, 왜 임훈 이었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2.08 07: 25

다른 곳이 더 급해 보이는 롯데가 외야수 임훈(26)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롯데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SK로 이적한 FA 투수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외야수 임훈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야구규약 164조 1항에 명시된 '전해 연봉의 200%와 20명의 보호선수 외 1명을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임훈을 지명한 것이다.
수유초-신일중-신일고를 나와 2004년 SK 2차 5순위로 입단한 임훈은 데뷔 첫 해인 2004년 10타수 2안타로 첫 선을 보였다. 병역을 마친 뒤 복귀한 2010년에는 76경기서 타율 2할3푼3리 1홈런 14타점 7도루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에는 93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6리 24타점 5도루를 기록하며 SK 외야진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사실 롯데는 외야자원이 다른 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김주찬-전준우-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업은 올 시즌 화끈한 공격력에 일취월장한 수비를 보여주며 8개 구단 외야진 가운데 최고로 손꼽혔다. 여기에 이승화, 황성용, 이인구, 김문호 등 백업 요원이 즐비하다. 그렇기에 롯데는 이번 보상선수 지명에서 투수나 백업포수 요원을 선택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 "임훈, 현재 롯데 외야 백업들보다 낫다"
우선 임훈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까닭은 SK가 제출한 보상선수 명단 가운데 롯데의 구미에 당기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투수를 원했지만 마땅한 선수가 없었다. 또한 우리 팀이 내야는 여유가 있기에 외야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난 임훈을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SK가 결정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김태훈, 박종훈 등 타 팀이 탐낼만한 유망주 투수는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는 1루수를 물색해야 하지만 이대호의 빈 자리를 채워 줄만한 마땅한 내야수도 선택 가능한 선수 명단에는 없었다. 결국 야수들 가운데 현재 가치가 가장 높은 임훈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롯데는 임훈의 가치를 높게 봤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임훈 지명 배경에 대해 "알다시피 마땅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야수 가운데 임훈의 가치가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에도 주전을 제외한 백업 외야수가 많지 않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 롯데 외야 백업 멤버들보다 임훈의 기량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임훈은 공격과 수비, 주루 등 여러 측면에서 빠지는 곳이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내년 시즌 후 보험 성격도 있다. 양 감독은 "내년 시즌 끝나고 김주찬이 FA 자격을 얻는다. 만약을 대비해야 할 수도 있어서 임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FA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롯데도 이번에 주포 이대호를 일본에 떠나보냈고 잔류를 자신했던 임경완은 SK로 이적했다. 내년 FA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힘들기에 미리 외야수를 확보해 둔 것이다.
 
▲ 리턴픽·삼각 트레이드 가능성 열려있어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보상선수에 대한 마땅한 보호 장비가 없다. 9일 롯데로부터 보상선수 지목을 앞둔 SK는 다시 임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미 2일 롯데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SK에 보냈고 이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정 롯데가 임훈을 보호하고 싶었다면 SK로부터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던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이틀의 시간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롯데는 임훈을 보상선수로 지목한 뒤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우리도 이미 그 규정(리턴픽 가능)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롯데는 사실 SK가 임훈을 다시 데려가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어차피 롯데는 보상선수를 통해 가려운 곳 긁기를 포기했으면 전력누수 최소화에 나서야 했다. 만약 SK가 임훈을 데려가면 결론적으로 롯데와 SK는 임경완+1억 9000만 원 ↔ 이승호의 트레이드를 한 것과 똑같아지게 된다. 오가야 할 보상선수가 없어졌지만 전해 연봉의 200%에 이르는 보상금(임경완-2억 1000만 원, 이승호-4억 원)은 각각 지불해야 하기에 1억 9000만 원의 차액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큰 손해가 아니다. 임경완(36)의 기량은 충분히 핵심 불펜으로 기용해도 문제는 없지만 나이가 걸린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승호(30)가 더 오래 활약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거기에 좌완 장원준의 군입대로 생긴 공백은 같은 좌완인 이승호를 영입하며 많이 메워졌다. SK 역시 군 복무까지 마친 젊은 백업 외야수인 임훈을 이대로 놓치기에는 아깝기에 다시 데려올 공산이 크다. SK 이만수(53) 감독 역시 "8일 LG가 보상선수를 뽑는 걸 보고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임훈의 리턴픽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한 일각에서는 임훈을 이용한 삼각 트레이드 이야기도 나온다. 임훈은 국가대표급 외야진을 갖춘 SK였기에 주로 백업으로 나섰지만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급으로 활용 가능하다. 롯데는 외야가 약한 팀과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결국 임훈의 거취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정식 입단식을 치러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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