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이혜진 기자, 김경주 인턴기자] 2011년은 충무로에서 오랜동안 활동하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온 '명품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에서 맹활약하며 특히 주목받은 한 해였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에서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까지. 연기라면 못할 게 없어 보이는 이들은 예능블루칩으로 안방극장에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는가 하면, 때로는 타이틀롤을 맡은 톱스타보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조연과 주연의 경계를 허물고, 진짜 주연으로 올라섰다. 이들을 우리는 '대세'라 불렀다.
◇ 고창석
올 여름 개봉한 100억 대작 '고지전'과 '퀵' 등 올해 무려 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말 그대로 명품 연기를 선보였고,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명품 조연편'에 출연하며 전 세대에 걸쳐 '고창석'이란 이름을 널리 알렸다.

"올해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통로를 발견한 것 같다. 영화만 했을 때보다 예능을 하고 나니 대중에게 한 발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더라. 하지만 예능은 나에겐 하나의 팬 서비스 같은 것일 뿐, 더 많이 하진 않을 계획이다. 많이 한다면 결코 서비스가 아니지 않나."
고창석은 천천히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인기는 좀 있으면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웃음). '명품 조연'이라고 불러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수식어가 붙어서 책임감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신선한, 좋은 재료로 오래 가야겠다는 마음이다. 내년엔 영화를 많이 하지 않을 계획이다. 쉬어간다는 의미 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에선 떴을 때 한 몫 챙기라는 말을 하는 분도 있지만 조금 천천히, 오래 갈 수 있도록 페이스 조절에 신경 쓰려 한다."
◇ 김상호
'반짝반짝 빛나는', '시티헌터', '특수사건전담반 TEN' 등 안방극장에 선보인 드라마들이 모두 시청률 면에서 성공하고, 영화 '완득이'로는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던 김상호. 수더분한 인상으로 때로는 옆집 아저씨로 때로는 날카로운 수사관으로 변신하며 그야말로 '연기의 달인'을 입증하고 있는 그다.
특히 사랑을 받았던 영화 '완득이'에 대해서는 "영화가 이쁘게 잘 돼서 너무 고맙다"라면서도 본인의 연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렇게 한다. 연기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 그걸 못할까. 나 아닌 누가 했어도 잘 했을 것이다. 색깔은 다르겠지만 충분한 미친존재감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저는 항상 정체돼 있으면 불안합니다. 자극이 없으면 불안한 거죠. 그게 배우란 직업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계속 도전하는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장점은 무엇일까? "작품 속 제 나이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저를 작품을 통해 보는 관객들이 제 캐릭터 나이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 김정태
이른바 '악역 전문 배우'로 불렸던 김정태의 진가가 인정받았다. 올해 '특수본', '체포왕', '완벽한 파트너', 드라마 '미스 리플리', '소녀K', '지고는 못살아' 등에 출연했다. 내년에도 굵직한 라인업이 줄줄히 준비 돼 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과 재치를 발휘하며 '대세'로 떠오른 그는 올 한 해 받은 큰 사랑이 얼떨떨하단다.
"너무 다행스럽고 진짜 다행스럽습니다. 다행스럽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웃음). 언젠가는 행운이 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오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애기를 낳았는데 생활이 어려웠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는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의외성과 솔직함 그리고 희소성으로 꼽았다.
"의외성이 아닐까요. 재밌게 할 친구가 아닌 것 같았는데 입담이 의외로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라 솔직함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많이 보여지지 않았던 친구라 희소성도 있는 것 같고요."
◇ 오정세
대한민국 영화는 오정세가 출연한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구분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충무로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오정세는 올해 영화 '퀵', '커플즈', '돼지의 왕'(목소리), 드라마 '더 뮤지컬'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아직 '충무로 대세', '명품 조연'이란 수식어가 어색하기만 하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고 기쁘다. 내가 전보다 발전했다는 걸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기에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위치나 수식어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더 좋아져야지'란 바람이 생기고, 그런 마음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날 더 쉽게 흔들어 놓을 것 같다. 관객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늘 상향곡선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대세'라는 말에 스스로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오정세가 할 수 있겠어?"라는 의문을 뒤엎고 "역시, 오정세"라는 말을 듣는 게 배우로서 늘 소망이라는 오정세는 배우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더라도 항상 안주하지 않고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성장하고 싶다는 게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다.
◇ 조성하
영화 '황해'와 드라마 '로맨스 타운' 등으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올 한 해가 이제 자신의 시작일뿐이라고 겸손한 말을 건넸다.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새롭게 마음가짐을 가지고 뛰어야 될 것 같아요. 마치 마라톤 출발선에 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까지는 체력을 관리하고 페이스 조절을 한 것 같고요(웃음). 화창한 날에 그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견주는 재밌는 경주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거북이처럼 꾸준히 앞만 보고 기어왔는데 좀 더 많은 벗들과 함께 경주를 시작하려 합니다."
'황해'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뜻깊은 한 해이기도 하다. 레드카펫이 더 열심히 하라는 열정의 붉은색으로 느껴졌다는 인상적인 소감.
"당황스럽고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고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당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아본 것인데 들어갈때는 레드카펫이 빨강색이었는데 상을 받아가지고 나올 때는 좀 더 열정적으로 하라는 열정의 색깔로 다가왔어요. '앞으로 좀 더 재밌게,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증명을 받는 것이고 도장을 찍어주신 것이니까 한편으로 힘도 더 나고 감사합니다."
각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가 차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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