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야구결산] ‘축배인가 독배인가’, 프로야구 감독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30 06: 55

초보 감독인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첫 패권으로 끝난 2011시즌. 특히 올 시즌은 성적 부진에 따른 퇴임 만이 아닌 물밑 재계약 협상과 관련한 퇴진 전례까지 이어지며 감독들의 이동이 많았던 한 해다.
지난해 말 선동렬 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퇴진하며 내부 승진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47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한 ‘지키는 야구’의 색깔을 유지하는 동시에 올 시즌 신인왕 배영섭을 톱타자로 전진 배치하는 등 발 빠른 선수들을 중용했다. 또한 4번 타자로 자리를 굳힌 최형우가 30홈런 118타점을 올리며 타선의 핵 노릇을 제대로 해냈다.
▲ 초보의 반란 시즌2? ‘무등산 폭격기’의 고향 착륙

여유있게 페넌트레이스 제패에 성공한 류 감독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서 전적 4승 1패로 어렵지 않게 통합 우승까지 성공했다. 초보 감독으로서 가장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류중일 감독은 단숨에 ‘야통(야구 대통령)’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최고의 한 해를 구가했다. 1987년 삼성 입단 이래 꾸준히 한 팀에서 선수-지도자 생활을 보낸 류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류중일 감독의 성공시대는 다른 구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즌 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모두 초보 감독을 선임했다. LG는 쌍방울-삼성-SK 시절 최고의 좌타자로 명성을 떨친 뒤 요미우리 2군에서도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한 김기태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과 2군 감독 경력으로 유망주들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기태 감독이 ‘큰 형님’의 이미지라면 김진욱 두산 신임 감독은 ‘인자한 삼촌’의 이미지다. 2007년 2군 투수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진욱 감독은 1군 스타 플레이어들보다 2군에서 부상 후 재활에 힘쓰거나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들을 보듬어주던 지도자다. 선수들은 “우리 팀에서 저 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두터운 신망을 보여줬고 이는 감독 선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KIA는 1년 전 삼성에서 갑작스럽게 퇴임했던 선동렬 감독을 영입했다. 전신 해태 시절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과 함께 불세출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16년 만에 타이거즈의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현역 시절 라이벌 팀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던 선동렬 감독은 거포 군단의 이미지였던 삼성을 강한 투수진을 갖춘 팀으로 이끌며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그동안 강력한 선발진에 비해 계투진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적받던 KIA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선동렬 감독의 지휘 속에 막강한 투수진 구축을 꿈꾼다. 선동렬 감독은 그와 함께 기동력을 더욱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되었다. 현역 시절 ‘헐크’라는 별명과 함께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던 이만수 감독은 5년 간 지켜봤던 선수단을 추스르고 다시 대권에 도전할 태세다. 그러나 정대현, 이승호(이상 롯데)가 잇달아 FA 이적한 데 이어 부상으로 인해 전열 이탈한 투수들도 많아 2012시즌 전망이 마냥 밝은 편은 아니다.
 
▲ '독이 든 성배‘를 들이킨 비운의 장수
반면 올 시즌 개막 후 가장 먼저 낙마한 이는 바로 김경문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은 이종욱, 손시헌 등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마무리 임태훈의 개인사로 인한 전열 이탈 등이 겹치며 하위권 성적에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6월 13일 중도사퇴를 결정하며 지휘봉을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넘겼다. 현재 기준으로 통산 5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이는 김경문 감독이 유일하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두 달 여가 지난 8월 31일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두산 시절 스타 플레이어들의 잇단 이적과 병풍으로 인한 선수층 취약화가 이어지며 리빌딩 과정에서도 재임 8시즌 중 6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리더십을 인정받은 김경문 감독은 “1군에 본격 가세할 2013시즌 막내의 힘을 보여주겠다”라며 취임 일성을 밝혔다.
 
지난 8월 18일. 김성근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은 재계약 협상 자진 포기에 이어 경질 조치를 받았다. 2007년 SK 지휘봉을 잡은 이래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 속 ‘야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의 재계약과 관련해 확실한 언질이 이어지지 않자 8월 17일 ‘재계약 자진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구단 측은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대행 꼬리표를 뗐다. 현재 독립리그팀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진은 성적 부진에 의한 경질 조치가 아닌 구단과의 마찰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큰 파장과 동요를 불러 일으켰다.
선동렬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 준 조범현 전 KIA 감독의 퇴진도 씁쓸한 면이 있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희열을 만끽했으나 지난 시즌 16연패를 겪으며 포스트시즌 탈락으로 씁쓸한 겨울을 보냈던 조범현 감독은 공-수를 겸비한 3루수 이범호를 전격 영입하며 우승 후보로 2011시즌을 시작했다.
중반까지만 해도 별 탈 없이 순항하던 KIA가 좌초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줄부상. 주장이자 주포 최희섭이 허리 부상으로 인해 결장이 잦았던 데 이어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안면 골절상, 이범호의 허벅지 부상 등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 이탈했다. 그와 함께 페넌트레이스 4위까지 하락했던 KIA는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무릎 꿇으며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내고 말았다. 1년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조범현 감독은 결국 구단으로부터 퇴진 요청을 받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전반기 한 때 1위 자리까지 올랐으나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를 막지 못하며 공동 6위로 시즌을 마감한 박종훈 LG 감독도 독배를 피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10승 이상을 거둔 데다 젊은 에이스 박현준까지 발견했고 계투 9승을 따낸 신인 임찬규도 찾았다. ‘적토마’ 이병규는 명성에 걸맞는 맹활약을 펼치며 타선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계투진은 결국 LG와 박종훈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던 7월 31일 넥센 히어로즈에 심수창, 박병호를 내주고 계투 요원 송신영과 선발형 유망주 김성현을 영입했으나 그들은 전반기 팀 순위 회복을 이끌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무려 9년 동안이나 ‘가을 야구 주변인’으로 전락한 LG는 박종훈 감독과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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