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 밝고 희망찬 2012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지난 해 연말의 피로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내용의 첫 기사로 임진년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2011년 지상파 TV의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에 대한 촌평을 하지 않고서는 심신의 피로감이 이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뭐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OSEN을 비롯한 언론사 연예부 기자들에게 호재가(?) 되는 기사거리를 제대로 제공한 것이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 프로그램이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매년 개최하는 연기대상•연예대상의 시상식은 올해도 역시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들로 빈축을 샀고, 마땅히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후보들이 수상하지 못하자 납득할 수 없다는 팬과 네티즌의 비난은 거셀 수 밖에 없었다. 축제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국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일부 인기 가수(팀)들이 3사 방송국에 연일 출연해야 하는 강행군을 펼쳤고, 각종 방송 사고가 생방송 중 발생해 인터넷에서는 3사의 가요 특집 방송 사고 내용만을 요약 정리하며 방송사의 실수를 꼬집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3사 연기•연예대상의 일부 수상 결과에 시청자 뿔났다 -

KBS•MBC•SBS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에서 행해지는 ‘공동수상’과 ‘나눠주기 수상’은 각 방송국 차원에서 전면적인 개선의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계속될 관행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2011년 시상식은 수상 후보자들의 팬은 물론이고 일반 시청자들조차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들이 빈번했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것이다. KBS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에 없던 “1박2일”팀이 대상을 수상하자 언론과 네티즌의 질타가 바로 이어졌고 방송국에서 수상 배경을 적극 해명하는 해프닝이 연출되었다. “개그콘서트-달인”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던 김병만과 목요일 심야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수년째 기록중인 인기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의 MC들이 아무런 트로피를 받지 못한 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연기•연예대상의 대상자 선정 기준을 2011년부터 개인(팀)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변경한 MBC는 ‘뜨거운 감자’였다. 연예대상의 경우 “나는 가수다”의 대상 시상을 위한 음모론 이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되었고, 간판 예능 “무한도전”에 대한 홀대로 비춰졌다. 바뀐 규정 공개 이전 대상후보였던 유재석이 최우수상 수상에 그친 비극은 2010년과 지난 해 최고의 활동을 펼쳤던 정형돈을 “비운의 제왕”으로 만들었다. 공동 수상 등 각종상이 난무했던 시상식에서 정재형이 받은 인기상과 같은 상조차 받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자, 대부분 언론 기사는 ‘불공정한 시상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네티즌의 항의는 MBC 홈페이지상에서 고스란히 격앙된 글로 나타났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2011년 MBC에서 방영된 수작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 대한 홀대 역시 큰 오점으로 남아 “MBC연기대상-수상자 남발”에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었다. SBS의 경우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과 “10대 스타상”와 같은 부문에서 10명 이상의 수상자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올해도 만들었고, 역시 수작으로 꼽혔던 “사인”의 1개 부문 수상 결과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와 언론의 따가운 지적으로 이어졌다. SBS의 연예대상은 다소 억지스러운 부문의 수상이 ‘옥의 티’였지만, 대상 수상자 유재석과 최우수상을 받은 김병만을 통해 3사의 여섯 개 시상식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시상결과였다는 평가를 얻게 되었다.
- 아이돌 가수에게 “연말 증후군”만 남겨준 3사 가요 프로그램 –
주부의 “명절 증후군”에 힘들어 하듯이 아이돌 가수에게는 “연말 증후군”이란 문구를 붙여줘야만 할 것 같다. 특히, 올해 ‘K-POP’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지상파 방송 3사는 K-POP을 저마다 주요 컨셉으로 선정, 올 한해 활약을 펼친 아이돌 가수 위주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을 편성한 바 있다. 아이돌 가수 주축으로 20~40여 개 팀이 출연한 SBS(29일-“가요대전”)•KBS(30일-“가요대축제”)•MBC(31일-“가요대제전”) 방송 3사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방송국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연출된 ‘한해 결산 무대’가 되지 못했다..
주요 인기 가수들은 스페셜 무대를 위해 새로운 노래와 안무를 익혀야 했고, 바쁜 스케줄 중에도 연속 계속되는 각 방송국 특집 무대를 위해 쉴새 없이 리허설을 하고 본 공연을 해야만 하는 강행군을 이겨내야 했다. 특히, 슈퍼주니어•2PM•비스트•원더걸스•소녀시대•티아라•시크릿•시스타•아이유•인피니트등 10여 개 정상급 가수들은 3일 내내 출연하며 1년 중 가장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프로선수(팀)도 정규시즌 때 보다 플레이오프를 치를 때의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몇 배를 넘는다는 일화를 자주 듣곤 있는데, 우리 어린 가수들 역시 방송 3사가 준비하는 연말 가요 축제가 즐겁고 영광스러운 자리일 수도 있지만 연일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을 정신력으로 겨우 버텨냈을 것이다.
방송국의 힘이 여전히 절대적인 한국 가요 시장의 현실 속에서 기획사와 소속 아티스트는 힘든 것을 감안하고 현재의 상황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3사의 가요 축제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일부 출연진의 립싱크와 라이브에 논란거리가 되었고, 잦은 음향 사고와 매끄럽지 못한 프로그램 진행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공연을 지켜 본 관객과 시청자의 항의는 물론 일부 아티스트들의 불만스러운 의견도 온라인상에 제기되기도 하였다. 본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 매체 역시 3사 연말 가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다룬 기사들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3사의 기존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연장선상에 머물렀던 연말 특집의 획일화된 구성은 출연한 가수가 많고 적은 것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내용이 거의 없었다. 출연 아티스트에게는 엄청난 심신의 피로감을, 시청자들에게는 3일 연속 재방송을 보는 듯한 지루함을 주며 심각한 “연말 증후군”만 초래한 것이다.
- 2012년 연말 시상식은 변해야만 산다 -
비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 현실적인 제안을 하자면 연기•연예 대상 시상식에 있어 객관적으로 수상 결과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자료들이 제시했으면 한다. 국내 영화제나 클래식 콩쿠르에서 수상자 선정 후 심사위원 및 전문(일반)평가집단의 점수를 공개하며 수상의 타당성을 공인 받으려는 관례처럼, 각 방송국에서는 누가 수상자를 선정하는지 심사위원 조차 공개하지 않았던 2011년까지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공개적인 선정 방법을 택한다면 시상식 이후의 수많은 논란과 잡음은 가라앉을 것이다. 또한, 분기별로 여러 항목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활용 연말 시상식 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하반기에 방영된 작품과 연기자 위주로 수상이 주로 이루어지는 편향되고 반복돼왔던 잘못된 규칙을 깰 수 있을 것이다. ‘그들만의 잔치’로 변질되어버린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 트로피를 품에 안음으로써 얻는 영광과 권위, 공정성이 보장된 시상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해가 바로 2012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연말 가요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의 체제를 3사 방송국 모두가 계속 고수해 나간다면 솔직히 특별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국의 가요 지상식이 몇 년째 거행되고 있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포맷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저 한해 인기 가수들의 혹사에 가까운 공연 준비가 계속되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만약, 욕심을 버리고 특집 대신 각 방송국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을 보강해서 대체하던지, 연말 가요 축제는 하되 일본의 경우처럼 출연 가수가 자신의 노래 위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수들의 부담은 크게 줄 수 있다. 또한, 일부 인기 스타에 편중된 연말 프로그램 출연 횟수를 가수 보호 차원에서 방송국간의 긴밀한 협의에 의해 제한을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2NE1의 경우 SBS “가요대전(29일)”과 일본 TBS-TV의 “일본 레코드대상(30일)”등 한일 양국의 2개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 것이 좋은 예이다.
날카로운 매의 눈을 가진 대중의 시선은 예리해 졌다. 그들이 내놓는 의견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지상파TV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2012년 연말 시상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박수칠 수 있는 결과가 연출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2013년 첫 칼럼 제목이 “換骨奪胎(환골탈태)”한 2012 연말시상식”이 되기를 바래본다.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