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 활약이 절실한 '아킬레스건'은 누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06 12: 44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2월은 각 구단마다 장밋빛 전망이 우세할 때다. 훈련을 통해 지난 시즌 노출됐던 약점을 보완하고, 취약 포지션을 채울 후보군이 하나 둘 나타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각 구단별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걱정거리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전력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부상이다. 지난 시즌 KIA는 선두를 질주하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며 결국 정규시즌 순위가 4위까지 곤두박질 쳤고, 두산은 부상과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벌어져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과연 각 구단에서 활약이 절실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해당 선수의 활약 여부가 구단의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킬레스건'이라 부를 만하다. 반드시 무너져서는 안 될 선수를 지난 시즌 성적 순서대로 구단별 한 명씩 꼽아봤다.

▲ 삼성 라이온즈 - 포수 진갑용
많은 이들이 올 시즌 삼성의 독주를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전력에 구멍이 없다는 점이다. 선발진은 외국인투수가 없더라도 탄탄한 5선발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고, 불펜의 힘은 명불허전이다.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타선 역시 이승엽(37)의 가세로 걱정을 덜었다. 또한 선수진이 두텁기 때문에 부상 등 돌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포수다. 올 시즌도 주전 마스크를 쓸 진갑용(39)의 자리를 위협할 후보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진갑용은 112경기나 출전해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제는 노장 축에 속하는 진갑용이 절반 가량 출전하고 나머지를 이정식, 현재윤, 이지영 등 백업 포수들이 채워 주는게 이상적이다. 진갑용이 부상을 당했던 2009년, 삼성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 중단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 SK 와이번스 - 에이스 김광현
작년 SK는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퇴진과 주전포수 박경완의 결장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정규시즌 3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에이스 김광현(24)는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뇌경색 보도가 터지며 달갑지 않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SK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건 김광현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정규시즌은 탄탄한 선수진으로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 있다. 문제는 에이스의 존재가 절실한 포스트시즌이다. 지난해 이만수 감독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 김광현 카드를 내미는 도박을 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포스트시즌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6.56으로 김광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만큼 큰 경기에는 에이스의 존재가 중요하다. 김광현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다.
▲ 롯데 자이언츠 - 외국인투수 셰인 유먼
올해 롯데는 4번 타자 이대호와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빠졌다. 이대호가 빠지더라도 롯데 타선은 다른 구단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홍성흔이 4번 자리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준우, 손아섭 등 젊은 타자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양승호 감독은 "송승준, 사도스키, 고원준을 제외하고는 선발로 검증된 선수가 없다"며 선발진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기에 새로 영입된 유먼(33)의 역할이 중요하다. 5선발은 여러 선발 후보군이 들어가며 채우면 되는 자리지만 최소한 4선발까지는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릴 수 있다. 만약 유먼이 3,4선발 자리에 안착한다면 롯데는 올 시즌도 양 감독이 구상하는 '선발 야구'를 펼칠 수 있다. 그렇지만 유먼이 '부도 수표'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다면 당장 믿을만한 선발 3명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대호가 빠져 득점력 약화가 예상되는 롯데에는 피하고만 싶은 상황이다.
▲ KIA 타이거즈 - 좌완 양현종
KIA 선동렬 감독은 이번 겨울동안 좌완 퍼즐 맞추기에 온갖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투수 두 명을 모두 좌완으로 뽑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결국 우완 앤서니 르루와 좌완 알렉스 그라만을 데려오는데 그쳤다. 게다가 불펜 요원으로 기대했던 그라만은 최근 기대 이하의 전력으로 짐을 싸게 됐다.
다행히 불펜 쪽에서는 지난해 발굴한 심동섭이 있어 크게 걱정을 덜었지만 문제는 선발진이다. 지난해 주춤했던 좌완 양현종(24)은 올 시즌 부활을 외쳤지만 최근 왼쪽 어깨 통증으로 인해 LA 조브클리닉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당분간 재활을 하는 게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현종이 개막전까지 회복하지 못한다면 KIA는 좌완 선발이 단 한명도 없다. '좌완 선발 수집'에 열을 올리던 선 감독의 머리가 더욱 아프게 됐다.
 
▲ 두산 베어스 - 외국인투수 스캇 프록터
두산은 지난해 선발진이 무너지며 크게 고전을 했다. 더스틴 니퍼트-김선우 원투펀치는 8개구단 가운데 가장 강력했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선발로 전환한 이용찬이 3선발로 버텼지만 4,5선발은 여러 명의 선수가 거쳐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올해 외국인투수를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뽑았다. 토종 선발진을 키워 변수를 최소화 하겠다는 김진욱 감독의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영입된 프록터(35)가 제 몫을 해 줘야한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프록터가 뒷문을 확실히 책임져 줘야 두산은 마음놓고 젊은 선발진 육성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지금까지 프록터의 구위는 합격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 만약 프록터가 부진하면 두산의 마무리감은 정재훈, 노경은, 김강률 등이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재훈은 본인이 마무리보단 중간계투를 선호하고 노경은, 김강률은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결국 뒷문이 흔들리면 지난해 두산 마운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면 선발로 간 젊은 투수 가운데 한 명이 마무리로 가야 할 수도 있다.
▲ LG 트윈스 - 포수 김태군
모두들 전력 보강을 마친 이번 스토브리그. 그렇지만 LG는 오히려 FA 3명이 빠져나가며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이택근, 송신영의 이탈이 아쉽지만 두 선수 모두 최근 2년사이 합류했던 전력이고 팀 내부에서 대체할 선수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프랜차이즈 스타 조인성의 SK 이적이다. 당장 주전포수가 없어진 LG는 김태군, 심광호, 신인 조윤준 등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전포수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섰던 선수는 김태군이다. 김기태 감독에 의해 주전포수 1순위로 꼽히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체력테스트 탈락으로 김태군은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김태군은 2차 체력테스트는 통과했지만 또 다시 전지훈련 합류에 실패했다. 이미 5명의 포수가 전지훈련에 가 있다는 게 LG의 공식적인 반응이지만 김 감독의 '김태군 길들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광호와 나성용은 어깨가 약점으로 지적되고 신인 조윤준을 바로 주전으로 쓰기엔 짐이 너무 무겁다. 결국 김태군이 해 줘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안갯속이다.
▲ 한화 이글스 - 에이스 류현진
전문가들은 올해 한화를 4강 후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 등 보강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쩍 탄탄해진 마운드가 한화를 상위권으로 꼽게 한 일등 공신이다.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온 뒷문은 '우완 송신영-좌완 박정진-우완 데니 바티스타' 삼각 편대의 완성으로 걱정을 덜었다. 또한 베테랑 박찬호의 가세로 단순 전력뿐 아니라 투수진 전체에 정신적인 플러스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무엇보다 한화 마운드가 높게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에이스 류현진(26)의 부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잠시 주춤하며 괴물 투수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데뷔 후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라는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 2006년, 2010년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다. 2007년 정도(그렇다고 해도 17승 7패 ERA 2.94의 훌륭한 성적이다)만 해 준다면 한화의 4강행이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 넥센 히어로즈 - 4번 타자 박병호
이번 겨울 이택근-김병현 등 빅네임 전력보강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넥센은 재도약을 꿈꾼다. 그렇지만 두 영입선수는 원래 없던 전력인 만큼 이들의 성적에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특히 김병현은 최근 몇 년간 쉬었기 때문에 넥센 내부에서도 '잘 해주면 좋은 것'이라는 반응이다.
넥센의 재도약에 활약이 절실한 선수는 박병호다. 올 시즌 4번 타자로 나설 것이 확실해보이는 박병호는 지난해 넥센으로 이적해 오며 장타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올 시즌은 타 구단의 집중 견제가 들어올 것이 확실시된다. 박병호가 이를 이겨내고 4번 자리에 안착한다면 넥센은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된다. 만약 박병호가 제 몫을 해 주지 못한다면 넥센에는 홈런을 칠 선수가 많지 않다. 참고로 지난해 넥센의 팀 홈런은 79개로 최하위였고 그나마 20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코리 알드리지가 빠졌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박병호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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