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도대체 못하는 연기가 뭐에요?"
저절로 이와 같은 질문을 하게끔 만드는 배우 마동석은 다소 식상할 순 있지만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다.
영화 '퍼펙트게임'에선 아들을 위한 홈런 한 방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포수 박만수로, 영화 '댄싱퀸'에선 게이 커플로 깜짝 출연해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또 영화 '네버엔딩스토리'에서는 배우 엄태웅을 위협하는 터프한 운전자로, 이번 '범죄와의 전쟁'에선 허세 가득한 허당 김서방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 네 영화 모두 비교적 짧은 기간을 두고 연이어 개봉을 한 영화들. 때문에 극장에서 마동석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게 돼 다소 식상할 수 있었지만 그는 4色의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일 오후 신사동의 코나 빈스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자신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끈기와 열정?"이라고 쑥스럽게 웃은 후 겸손한 자세를 보이며 그저 넓고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자신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매력이요? 글쎄요. 끈기랑 열정? 더 넓게, 그리고 깊게도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느 연기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성룡이란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그 영화마다 성룡이 나오는데 그런 것도 매력이 있지만 영화에서 그 캐릭터마다 맞는 사람이 나와주는 것이 저는 재밌어요. 아이들이 '퍼펙트게임' 이후에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마동석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아이들한텐 '퍼펙트게임'의 박만수가 인상적이었던 거죠.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루한 것을 못 견디고요(웃음)."
다양한 매력을 지닌 그이지만 유독 아버지 역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우 권상우와 호흡을 맞췄던 영화 '통증'에서도 권상우의 아버지 연기를 펼쳤으며 '퍼펙트게임'에서도, 그리고 이번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 연기를 선보였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이기에 '아버지'의 감정들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까.
"남자들은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남자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인생굴곡이 심한 편이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저에겐 아버지도 계시고 형도 있고 친구들 애기도 있고 여러가지 경험이 있으니까요. 배트맨 역할을 한다고 해서 배트맨을 해봐야 하는건 아니잖아요(웃음)."
그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맡은 김서방은 손위처남 최익현(최민식 분)을 따라 조폭의 세계에서 일하게 되는 인물. 허세와 허풍이 심하지만 가정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 진정성도 지니고 있는 캐릭터로 극 중 웃음 코드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김서방이 허세는 있지만 진정성도 있는 인물입니다. 영화에선 몇몇 부분이 편집이 돼 김서방의 전체를 보시기 힘들 수도 있어요. 사실 김서방도 원래 이름은 김용식이었습니다(웃음). 처음에 김서방은 웃긴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왜 이 캐릭터를 하느냐. 더 좋은 역할도 있는데'라고 의아해했었죠. 하지만 제가 이 인물의 허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딴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이없어야하는게 있어야 해서 애드리브를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배우들이 다들 웃느라고 NG도 많이 냈었죠(웃음)."
'범죄와의 전쟁' 속 건달이 아닌 일반인 최익현과 김서방. 이 둘을 건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자신은 맞고 무시를 당하고 치욕을 당해도 그것들을 견뎌내는 것. 그렇다면 마동석이 연기하는데 있어서 버팀목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그리고 최민식을 뽑았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 '비스티보이즈' 이후로 술친구이자 동료입니다. 저는 윤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좋아하는 영화 등의 코드들이 잘 맞아요. 하정우는 친한 동생이고 같이 작품도 많이 했었습니다.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요. 평상시에 워낙 유쾌한 친구라 웃으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최민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배우로서 연기적인 면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분이라고.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제 롤 모델입니다. 임기응변이나 예상치 못한 걸 해도 다 받아주셨어요. 연기적인 것 말고 영화를 하면서 제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뭐가 중요하고 어떤 부분을 부끄럽게 생각해야하는지 등을 좀 더 세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작품 선택은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식으로 진정성있게 접근해야하는지 완전히 되새기게 됐죠. 솔직히 사람한테 감동을 받았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무대 인사를 다녔는데 분위기가 어마어마하더라. 무언가 느낌이 많은 분들이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를 기다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통증'에선 강원도 사투리를, '퍼펙트게임'에선 전라도 사투리를. 그리고 이번 작품에선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 그다. 세 지역의 사투리가 각각의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만큼 연기하는데 말투가 헷갈리지는 않았을까.
"사투리가 헷갈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서울말을 하는데 만약 '통증'에 나온 말과 똑같은 말을 하게 될 때 강원도 사투리로 얘기할때가 있더라고요(웃음). 정말 사투리를 몸에 베개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툭하고 치면 강원도 사투리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경상도는 조금 어렵더라고요. '범죄와의 전쟁' 출연하는 배우 중에 사투리를 도와주는 배우도 있었고 배우 조진웅씨한테도 사투리를 배워서 대사는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애드리브는 어렵더라고요(웃음)."
아마 '댄싱퀸'을 본 관객이라면 큰 덩치로 남자 품에 안기는 마동석의 게이 연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신선했던 것. 코미디 영화를 하면 잘 하실 것 같다는 말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댄싱퀸' 이후로 코미디 시나리오도 같이 들어온다"고 귀띔을 해줬다.
"코미디 영화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억지 웃음말고 잘 꾸며진 상황 안에서 얼굴만 봐도 폭소가 터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는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그 안에서 인간적인 진정성도 있고 이야기도 있는 영화요. 원래 코미디 영화는 항상 조심했었습니다. 연기로 사람을 웃기는 것도 힘들뿐 아니라 잘못하면 억지로 웃음을 꾸며내려는게 될 까봐서요. 저는 그런 게 웃기지 않더라고요(웃음)."
이제 '마동석'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는 배우로서의 자리를 탄탄히 잡아가고 있다. 문득 과연 못 하는 연기가 없는 배우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지 궁금해졌다. 이에 마동석은 '보고싶은 배우'가 되길 바라는 목표를 전해왔다.
"영화를 관객분들이 보시고 '저 배우가 나오면 보고싶다. 저 배우가 나오면 좋은 연기가 있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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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