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기어이 오고야 만 한국프로야구 경기조작…, 해법은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2.03.15 07: 06

‘기어이 올 것이 왔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프로축구 승부조작이나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일어났던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태가 비교적 청정지대였던 국내 프로야구에도 오고야 말았습니다. ‘달 무리한 지 사흘이면 비가 온다’고 지난 해부터 말이 나온 프로스포츠계 비리가 우리에게도 닥친 것입니다.

지난 2월 13일 대구지검 강력부가 수사 중이던 프로축구와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의 ‘프로야구에도 경기조작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추측보도가 난무해 프로야구계가 얼어 불었습니다.
국내 야구에서 승부조작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프로야구 출범 3년째인 1984년 삼성의 김영덕 감독은 껄끄러웠던 관계의 OB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연출해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정한 적이 있습니다. 또 그 해 이만수의 타격 3관왕 달성을 위해 타율 부문에서 경쟁하던 홍문종(롯데)에게 고의 볼넷을 9개나 연속으로 허용한 일도 있었습니다. 몇 몇 팀에서는 정규 시즌 막판에 개인 타이틀을 위해 상대방에서도 봐주기 플레이를 하거나 친한 선수에게 자기 팀 사인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 바 있습니다.그러나 이런 잘못은 돈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져 기자나 팬들도 알고도 혀를 차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또 아마야구에서는 초, 중, 고, 대학야구에서 심판을 매수하여 승부가 뒤바뀌거나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간 사례가 있었으며 성적이 좋은 팀이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의 4강, 8강 진입을 위해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세칭 ‘아름다운 야합’을 벌이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그러나 거액의 돈이 오고가는 조직적이거나 지속적인 베팅이 없었고 도박사와 조직폭력배, 불법사이트가 연루된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5월 프로축구에서 불법 사이트 관련 거액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전, 현 축구선수 65명 중 국가 대표팀 선수 등 62명이 법정에 서고 선수자격 영구박탈 등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대형 불상사가 터졌습니다. 또한 상무 이수철 감독과 전 전북 현대 선수 정종관이 승부조작과 관련해 자살하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윤기원 선수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자살했는데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추적을 제대로 못한채 넘어가면서 프로야구 각팀의 지도자들만 긴장 시키다가 지난 1월 프로배구에 승부조작 사건이 불어닥치며 프로야구도 비리에 오염됐음을 감지하게 됐습니다.
현재 프로야구는 소환 대상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 2월 말께 나올 발표가 일단 주목됩니다.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2월 21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계 인사들과 회의 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종합대책을 요약하면, 
먼저 경기조작 관련자들에게 '무관용(無寬容) 원칙'을 적용해 법에 정해진 범위에서 최고 수준으로 일벌백계하기로 했습니다. 경기조작 관련자는 자격정지 및 영구제명하고 새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강경 방침입니다. 관련 구단은 지원금 축소 및 리그에서 퇴출 시키기로 했습니다. 프로구단은 선수들에게 경기조작 예방교육을 이제까지 매년 한차례였던 것을 4차례 실시키로 했습니다.
또 내부 고발을 유도하기 위해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금은 최고 1억 원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자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감면제(리니언시)를 도입합니다. 그리고 '암행감찰제도(Supervisor)'를 도입해 경기조작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프로구단 선수 최저연봉제 및 연금제도를 확대하는 등 선수들의 복리증진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강화하고,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차단에 소요되는 심의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파격적으로 강경한 대책이고 당연한 방침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대책은 이제까지 관례로 봐서는 실제적으로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차량 뺑소니 사건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형량의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최종 판결에서는  가벼운 형량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고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는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암행감찰제도는 같은 팀의 동료나 지도자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옛날의 암행어사보다 더 못한 성과를 남기거나 수확이 제로가 될 확률이 큽니다.
1년 전 프로축구 사태 후 정부는 위와 비슷한 강경한 대책을 발표했으나 불법사이트는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최선의 해결책은 불법사이트를 솎아낼 강력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검거가 불법사이트가 없어지는 날까지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도박이나 불법자금에 빠지지 않을 근본적인 예방 풍토를 마련해야 합니다. 선수들이 스포츠계를 떠난 이후의 비(非)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대책을 운영해야 합니다.
일본의 J-리그처럼 협회와 선수협의회가 공동으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프로그램을 통한 교육과 상담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경기 외의 선수들에게 사회적, 심리적 활동을 돕는 방식도 도입할만합니다. 
을 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주변에 가능성이 충만할 때,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라면서 도박 중독에 걸려 도박빚을 갚으려고 대부분의 작품을 저술했다는 사례처럼 도박과 쉽게 벌 기회를 외면하기 힘든 게 대다수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불법사이트와 도박사가 연관된 스포츠계의 승부조작은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망치고 죄값이 무겁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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