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황정민을 닮고 싶은 배우..그는 이미 연기파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2.28 08: 38

“5년 전 영화에 처음 출연했지만 연기 좀 해봤다고 하기에는 아직 샛노란 햇병아리죠.”
박정민은 자신을 ‘샛노란 햇병아리’라고 지칭하지만 이미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고 있다. 그의 연기력은 이미 독립영화 ‘파수꾼’을 통해 검증됐다. 어둡고 내성적인 백희준 역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충무로 유망주로 꼽혔다.
이후 단편영화 ‘그룹 스터디’와 ‘종말의 바보’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진 박정민은 2012년 영화 ‘댄싱퀸’에서 중국집 배달원 뽀글이 캐릭터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진짜 중국집 배달원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게 만들 줄 아는 배우다.

‘댄싱퀸’에서 뽀글이와 현재 출연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장미소, 두 캐릭터를 통해 어딘가 맹해 보이고 까불대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줘 실제로도 그러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신인임에도 작품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연기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으면서 진지함 속에 위트도 있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꾸미기보다 솔직하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꽤 호감 가는 청년이었다.
◆ 배우를 열망한 엄친아, 연기갈증을 해소하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꾼 박정민, 그는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엄친아’였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공부하길 바랐고 그래서 1등을 했다. 오랫동안 꿈을 꾹 꾹 눌러 담고 있던 박정민은 성인이 돼서야 연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공부,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질려버려서 지금도 공부하라고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때는 연기를 할 수 없어서 영화를 하겠다고 했어요. 내 영화에 내가 나오면 되니까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안하고 글 쓰는데 집중했죠.”
배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영화를 직접 찍어 출연하는 거였고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연기과로 전과했다. 전과가 쉽지만은 않았다. 각과의 영역이 분명한 한예종에서 전과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말도 못할 정도였어요. 정작 전공인 영화과 수업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부전공으로 들은 연기과 수업 성적은 항상 올 에이(all A)였어요. 10년 동안 꾹꾹 담아놨던 걸 이제야 내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에 열심히 했죠. 전과하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았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노력했고 교수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전과에 성공했어요.”
◆ 신인배우 박정민, 황정민을 꿈꾸다.
박정민은 배우 황정민과 이름이 같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편영화와 독립영화, 연극 등을 통해 내공을 쌓은 연기인생도 비슷하다. 황정민은 신인시절 연극과 뮤지컬을 하며 연기력을 탄탄하게 쌓았고 박정민 또한 극단 차이무에 입단해 연극 ‘키스라키 미키짱’ 등 수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배우를 보고 영화를 보는 스타일인 박정민은 중학교 때부터 좋아한 황정민이 출연했던 영화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 2012년 ‘댄싱퀸’을 통해 배우 대 배우로 만난다.
“‘댄싱퀸’에서 그렇게 대단한 배우와 처음 붙는 거였죠. 그래서 테이크마다 다르게 준비해서 촬영장에 갔어요. 정민이형이 하지 말라고 할까봐 걱정됐지만 무조건 했어요. 첫 장면에서 한 두 마디 빼고는 모두 애드리브였는데 정민이형의 눈빛이 ‘더 해봐’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나서 준비한 모든 걸 했죠. 그때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단순히 연기를 잘해서 명배우가 아니라는 걸 10년 만에 알았어요.”
황정민은 박정민이 연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댄싱퀸’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을 당시 아무런 말을 안했던 황정민은 며칠 후 박정민의 매니저에게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는데 속으로는 엄청 뿌듯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형님이 칭찬해줬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가슴이 벅찼죠. 정민이형은 못할 때는 분명히 못한다고 말해주는 선배라 제가 굉장히 무서워하면서 존경하는데 정말 기분 좋았죠.”
박정민은 황정민 같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톱스타가 되는 것보다는 어떤 장르가 됐든지 간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해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실제 그의 필모그래피는 독립영화, 단편영화, 상업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여러 작품을 통해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정민, 그는 이미 좋은 배우의 길 초입에 들어서 있다. 배우에게 치명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군대 복무까지 마친 박정민은 이제 마음 편히 자유롭게 자신의 연기력을 펼치는 일만 남았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좋은 배우 중에 탑이 되고 싶어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연극을 통해 리프레시 되는 게 있다면 또 하고 싶고 독립영화에서 나를 부르면 돈을 받지 않고 출연할 수 있다. 당신도 나도 공부를 해보자는 장이 생기면 어떤 장르, 어떤 공간에서의 연기든 다 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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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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