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로맨틱가이' 이선균이 더 진한 멜로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르다. 그동안 그에게선 볼 수 없었던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이선균은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의 진면모를 보여주며 '로맨틱가이'라는 수식어를 달았고 MBC 드라마 '파스타'에선 '버럭'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에게만큼은 의외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로맨틱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는 배우 김민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화차'에선 그동안의 '로맨틱가이'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화차'에서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 분)을 찾아헤매며 점차 숨겨졌던 약혼녀의 충격적인 정체를 알아가는 문호 역을 맡은 그는 사랑 뿐만 아니라 분노, 슬픔, 절망 등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해내고 있다.

특히 제천에서 선영을 찾던 중 마을 사람들의 추궁에 답답한 마음이 솟아오르며 분노를 표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 중의 압권.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이선균은 '화차'의 시나리오를 읽고 그러한 감정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이번 영화를 선택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영화 속에서 많은 감정들이 나오는데 그런 감정신이 분명히 힘들고 몰입도 해야하고 예민해지기도 하는 장면이라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화차') 시나리오를 보고 그런 감정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신을 촬영할 때 그 감정에 몰입을 해서 이뤄냈을 때의 쾌감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을 했습니다."
영화 '화차'는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 그런데 극 중 문호, 즉 이선균이 연기한 인물은 원작에서는 사실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선균은 문호라는 인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제가 맡은 문호 역이 원작엔 없는 인물이다 보니 좀 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원작에 있다면 (원작에) 의존하고 비교해서 만들어갈텐데 없다시피 한 역할이니까요. 문호는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에선) 제가 같이 추리하고 같이 쫓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우선 가장 큰 줄기는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문호는 소시민이자 유약하고 힘들었던 적이 없는 인물이라면 이를 좀 더 적극적인 인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도 다이나믹하게 움직여야 선영을 쫓을 때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렇다면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은 왜 원작엔 없었던 문호를 극의 중심으로 옮겨놓았을까. 혹시 그 이유에 대해 들은 것이 있냐고 묻자 이선균은 자신도 정확하게는 모른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어렴풋이 일상의 사람들이 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극 중 형사는 굉장히 똑똑하고 훌륭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문호라는 인물은 일상에서 보는 2% 부족한 인물이잖아요. 그런 인물들이 사라진 약혼녀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요. 그리고 40대의 나이 먹은 형사가 잘난척하며 혼자 추리해가는 과정이 재미 없었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신 것도 같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들은 거에요. 오해하지 마세요(웃음)."
이선균은 '로맨틱가이'라는 수식어답게 많은 여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맞춰왔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선 배우 윤은혜와, 그리고 '파스타'에선 배우 공효진과 알콩달콩 로맨스를 그려냈다. 이번 '화차'에선 배우 김민희와 함께 호흡을 맟주게 됐다. 그렇다면 김민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엔 무엇이 있을까.
"민희는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고 연기를 즐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표현함에 겁이 없어요. 그런 점을 이번에 많이 느꼈습니다. 또 여배우들은 각자만의 옷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는 옷, 혹은 더 예쁘게 보이려는 옷 등이요. 민희는 심플하게 청바지와 면티 하나인데 그게 너무나 멋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옷을 맘껏 갈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민희는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따뜻하고 편해요. 왠지 김민희하면 도도할 것 같고 차가울 것같고 강남여자 같잖아요(웃음). 사실 굉장히 편한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멋진 배우가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다들 민희를 좋아해서 민희 존재 자체가 분위기메이커였습니다(웃음)."
'화차'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7월 크랭크인을 해 여름 동안 무려 54회차의 촬영을 감행하며 만들어진 작품. 더운 여름에 촬영을 하느라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데 오히려 이선균은 날씨가 촬영과 잘 맞아 영화에 대한 좋은 기운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정말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촬영이랑 날씨랑 잘 맞아서 기운이 되게 좋았어요. 비오는 날 휴게소 장면을 찍었는데 무지개가 뜨는 거에요. 그 때 미신 같지만 '우리 영화가 잘 굴러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웃음). 그리고 사실 저는 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동안은 그 영화를 객관적으로 못 보는 편입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감정적인 동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영화를 처음 보는데 나쁘지 않은거에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구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이선균'하면 '로맨틱가이'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지금까지 보여왔던 달콤한 모습이 이러한 수식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이처럼 정형화된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터. 이선균 역시 '로맨틱가이' 이미지보단 좀 더 확장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매번 '로맨틱가이'라는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좋게 봐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로맨틱가이' 이미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사실 그런 이미지때문에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이 들어오긴 합니다. 아마 남자 배우 중에 제가 여배우랑 많이 작업하는 배우 중 한명일걸요(웃음). 조금씩 (이미지를) 확장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장을 하고 싶은 마음에 '화차'를 선택한 것 같고요. '화차'에서 등장하는 감정적인 깊이도 그렇고 지금까지 안해봤던 장르였기 때문에 선택한거죠. 그리고 앞으로 좀 더 선이 굵은 장르를 해보고 싶습니다. 느와르 영화라든지 장르적으로 저를 확장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선균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자신을 무뚝뚝하게 챙겨주는 스타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벤트를 할 때만큼 확실하게 한다고. 아마 자신이 했던 프로포즈를 들으면 놀랄 것이라고 장담한 그는 어떻게 했냐고 묻는 질문엔 비밀이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은 좀 무뚝뚝합니다. 무뚝뚝하게 챙겨주는 스타일이죠. 그렇지만 이벤트를 할 때는 확실히 합니다. 아마 프로포즈를 들으시면 놀라실걸요(웃음). 친구들이 그 때 제 프로포즈를 듣고 '너 이러면 반칙이다'라고 할 정도였어요. 제가 기획하는 거나 이벤트를 해 주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서프라이즈도 좋아하고요. 자잘하게 하는 성격이 아니라 한 번에 확합니다(웃음)."
그는 그동안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오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화차' 이후로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후반작업 및 개봉과 홍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독립영화 출연도 계획돼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을까. 작품이 끝나도 집에서 쉴 수 없다고 한다. 예쁜 아이 때문. 아이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행복한 마음을 전해왔다.
"총각 때는 두 작품만 하더라도 한달 정도 충전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끝남을 즐겼는데 애아버지가 되고 애도 어리다 보니 제 시간을 즐기는게 힘들더라고요. 결혼하면 알겠지만 애 키우는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뭐 좀 하려고 하면 아이가 '아빠, 같이 하자'라고 하니 아무 것도 못합니다(웃음). 부모가 되는건 정말 힘들지만 멋진 일이에요. 부모님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고 제 시간도 없고 져야 할 책임은 많지만 아이를 보면 다 희석됩니다. 멋진 것 같아요. 잘하고 싶기도 하고요(웃음)."
그는 얼마 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 절친특집에 배우 엄태웅의 절친으로 출연, 화려한 예능감을 자랑했다. 일각에선 '엄태웅을 압도하는 예능감'이라고 칭찬까지 할 정도. 엄태웅의 절친으로 출연한 이선균은 그러나 사실 엄태웅과 친해지기 위해 '1박 2일' 출연을 결정한 것이라고 출연 이유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1박 2일' 나간 이유는 사실 많은 분들이 제가 태웅이랑 절친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까지 둘이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두번 정도 만나고 얘기하는 정도였는데 절친으로 만들어서 부담되더라고요(웃음). '승승장구'에 나와달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제가 마침 그 때 해외 출장을 가서 좀 미안하더라고요. 사실 태웅이랑 '여행 한 번 가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서 그 이후로 '1박 2일'에 출연한겁니다. 태웅이랑 더 친해지고 싶었어요(웃음). 촬영 후에 정말로 더 친해졌습니다. 전화도 많이 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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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