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탁동시'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항의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문화연대,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회의,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광고모델사업자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은 8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한상영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등급인가?'란 제목의 성명서를 언론에 발표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지난 2월 8일 '줄탁동시'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성기노출장면에 대해 "영상의 표현에 있어 선정적 장면이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영화"라고 판정한 것.

등급이 나온 이후 제작사에서는 예정된 언론배급시사회를 연기하고 재편집을 통해 해당 장면에 대한 일부 삭제를 거쳐 다시 심사에 들어가 2월 17일 가까스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지난 3월 1일 개봉을 하기에 이르렀다.
성명서는 "그러나 이러한 영등위의 판정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등급심의 기준에 대한 논란에 자충수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동급심의 기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성명서는 "당장 지난해 개봉했던 퀴어영화 'REC'에서도 성기노출장면이 등장했지만 작품에 필요한 장면이기에 심의를 통과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또한 2009년에 개봉했던 '박쥐'의 경우에도 성기노출장면에 대해 심의통과 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며, 저 멀리 2000년에 개봉한, 이미 12년 전 작품인 '박하사탕'도 노출장면이 등장했다. 장면이 길던 짧던, 비중이 크던 작던 모두가 동일하게 작품의 주제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장면일텐데 왜 이 영화는 심의가 통과되고 저 영화는 제한상영가를 받는 일관성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등위는 지난 1996년 영화 사전검열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후 만들어진 기관이다. 그러므로 영등위의 기본 임무는 영화의 등급분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라며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영등위 발족 이후 내려진 ‘제한상영가’ 판정들에 대한 들쭉날쭉한 이유들을 되짚어보면 영등위는 여전히 전신인 공연윤리위원회가 휘두르던 무소불위의 칼날이 그리운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또 "더욱이 '제한상영가' 등급도 이미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기준의 모호함'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말하자면 이 둘은 이미 죽은개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부는 이 등급을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법률개정 과정에서 '모호했던 기준'을 끼워넣으면서까지 존치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중인 제한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표현만 다를뿐 과거 철권통치 시절의 산물인 '개봉금지' 조치와 다를 바가 없다"라고 '제한상영가' 등급의 개념에 의문을 던졌다.
성명서는 마지막으로 "외국 영화제에서 쾌거를 이루고 천만 관객의 시대를 만들어낸 한국영화의 힘의 기반이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표현의 자유 보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라며 영등위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오히려 죽은 등급만을 앞세워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줄탁동시'는 2005년 영화 '얼굴 없는 것들'로 데뷔한 김경묵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로 탈북자 소년과 조선족 소녀, 그리고 몸을 파는 게이 소년의 도시에서의 떠도는 삶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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