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기억하시는가. 배우 차승원과 공효진의 가슴 설레는 사랑으로 '최사앓이'까지 양산해내며 국민드라마로 거듭났던 드라마 '최고의 사랑'. 이 드라마를 통해 차승원은 다시 한 번 국내 최고의 남자 배우임을 입증했고 공효진 역시 '공블리(공효진+러블리)'라는 애칭을 얻으며 명실공히 '로코퀸'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고의 사랑'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차승원이 연기했던 독고진의 매니저 김재석. 바로 배우 임지규다.
드라마 속에서 독고진의 까칠한 성격을 모두 받아주며 귀여운 매니저로서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준 그는 '최고의 사랑'을 통해 뭇여성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최고의 사랑' 출연 이후 자신을 많이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웃어 보인 그.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알아보는 사람이 줄어 인기의 허무함을 알았다며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최고의 사랑' 속 임지규는 그야말로 '귀여움' 전담이었다. 특히 술에 잔뜩 취한 채 차승원을 끌어 안는 장면은 단연 압권 중의 압권. 물론 당시 내용을 떠올려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으나 그의 귀여운 연기와 극 중 인물들과 오묘하게 맞물린 상황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최고의 사랑'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9일 OSEN과 만난 그는 '최고의 사랑' 속 귀여움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혹자는 이 말이 매력이 없다는 뜻이냐라고 따질 수도 있겠으나 전혀 그런 뜻은 아니다. 귀여움 대신 겸손함과 조용함, 그리고 고요함이 배우 임지규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최고의 사랑'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극 중 재석이라는 인물이 제 성격과는 너무 다른 역할이어서요. 원래 저는 형들 앞에서 조용하게 있는 스타일이고 내 생각이 분명히 있지만 얘기를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재석은 좀 달랐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힘들었죠. 또 독고진 옆에서 제가 튈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힘들 바에는 아예 매니저가 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로는 머리 세팅도 안하고 옷도 조금 덜 멋있게 입었죠. 그렇게 한두가지를 포기하니까 독고진 선배가 극에서 제 이름을 한번씩 더 불러주기 시작했고 제가 뭘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기억에 남는 역할이 된거죠(웃음)."
임지규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면 많은 독립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함을 알 수 있다. 그는 2004년 독립영화 '핑거프린트'로 데뷔했으며 이후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은하해방전선' 등 수많은 독립영화들에 출연해 온 배우다.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배우 박시후의 비서 강우 역을 맡아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며 이후 '최고의 사랑'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개인적으론 드라마 현장에 초반 적응을 못 했습니다. 제 역할을 살리지도 못했고 그래서 '영화가 맞아'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한 장면을 준비할 때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있고 대본도 미리 나와있잖아요. 드라마는 정반대라서 '내 현장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전의 여왕'을 하면서 즐거워졌고 '최고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그 때 드라마가 힘들지만 장점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전에는 대사만 외우기 바빴는데 주어진 대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영화만이 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함께 병행하면서 할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예전엔 영화배우라고 선을 그어놨는데 지금은 그냥 배우로 생각하고 있어요."
귀여운 매니저 재석이 이번엔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운명의 아들 영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 순옥(윤석화 분)이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이를 통해 가족 모두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영화 '봄,눈'에서 임지규는 착하고 엄마 밖에 모르는 아들 영재 역을 맡았다. 굉장히 애처로운 역할인데 힘든 점은 없었을까.
"저는 원래 우는 연기를 잘 못하는 배우에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제가 해야하는 역할은 아파하고 울어야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대본이 왔을 때 '이야기는 참 좋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되게 큰 고민이었어요. 관객분들에게 '억지로 울고 있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안되는거잖아요. 독립영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무턱대고 하겠다고 했다가 배우 때문에 스태프들도 힘들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그래서 무조건 하겠다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처럼 걱정이 많았던 그가 '봄,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봄,눈'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과 극 중 어머니 역할로 나오는 배우 윤석화 덕분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감독님이 많이 믿어주셨고 윤석화 선배님이 아들처럼 대해주시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셔서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한 번은 감정연기가 필요한 장면에서 선배님이 도와주신 적이 있으세요. 본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멀었는데 일찍 와주셔서 도움될 것 같다고 와주신거에요. 덕분에 생각보다 감정신이 잘 올라왔었죠. 그리고 그밖에도 여러 상황들이 제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웃음)."
임지규가 8년 전부터 독립영화들을 찍어오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극 중 상대역인 윤석화 앞에선 아직 까마득한 후배일 수밖에 없다. 워낙 대선배인 윤석화와 함께 연기하는 것이 그에겐 많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 그는 정말 친아들처럼 대해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윤석화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일 걱정이었던건 '정말 내가 아들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정말 엉마로 느껴져야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첫 대본 리딩 때 윤석화 선배님께서 3월 7일인 제 생일을 말씀하시면서 '우리 아들도 생일이 3월 7일이다, 신기하다. 우리 아들도 너랑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러시더라고요. 사실 제 생일은 원래 음력이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 너무 반가워하셔서 밝히기가 민망해서 아직까지 밝히지 못했어요(웃음). 윤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장면들이 있어서 해매고 있을때 선배님이 '이건 이렇게 해야돼' 얘기하지 않고 '니가 느끼는 대로 해, 그게 맞아' 이렇게 얘기해주셨어요. 그게 너무나 큰 힘이 됐죠. 제가 뭔가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신거에요. 그걸 보면서 반성했죠. 후배들앞에서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건데 저는 정답을 제시해주려 한 것 같아서요. 선을 그어버린거죠."
그는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한 배우다. 지난 2008년 제 17회 부일영화상 신인 남자 연기상을 받으며 독립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그런 그에게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누굴까. 그는 망설임없이 배우 한석규를 꼽았다. 그리고 독립영화계의 한석규라는 칭호가 듣고 싶다는 마음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한석규 선배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선배님은 그가 가지고 있는 선함과 때로는 악함, 냉혹함 그런 것들이 참 잘 어울리는 얼굴이기도 하고 잘 하시는 배우라서 개인적으론 누군가에게 '독립영화계의 한석규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래서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선배님 보는 재미로 봤습니다. 그리고 매번 감탄하면서 봤죠. 당시 선배님이 그 드라마로 인해 '역시 한석규'임을 입증했을때 그분의 팬으로서 뭔가 통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 배우를 다시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요(웃음)."
포털 사이트에 임지규의 학력을 입력하면 답으로 이런 단어가 나타난다. 수학과 학사. 배우이기에 당연히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의외로 답은 수학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연기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흔히들 다니는 학원이 아닌 여러 작품들을 통해 연기 공부를 거쳤다고 말한 그다.
"매번 작품을 하면서 제게 뭐가 부족한지를 절실히 알게 됐습니다. 사실 '은하해방전선'에서 말이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대사를 한 줄 하는데도 너무 버거운거에요. 그래서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분명 제 실력을 아실텐데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하는게 있을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덕분에 그 작품으로 부일영화상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 때문에 '말을 참 잘하는 배우'가 됐어요. 저는 말을 못 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그 작품때문에 말을 하게 됐고 말하는 재미를 아는 배우라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거죠. 저에겐 그게 연기 수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임지규가 탐나는 역할은 어떤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주저없이 답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에 더 탐이 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지금까지 저한테는 전혀 없는 부분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탐이 나요.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연기와는 다른 역할이요. 물론 지금 시키면 당연히 못 하지만 욕심이나더라고요. 평생 그런 역할이 저에겐 안 올 수도 있지만 만약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는 질문이 온다면 '아저씨'의 원빈이라고 답하고 싶어요(웃음)."
윤석화와 임지규의 '봄,눈'은 내달 개봉 예정이다. 이제 곧 관객들을 찾아 올 '봄,눈'의 어떤 면을 주목하고 봐야 할까. 임지규에게 '봄,눈'은 어떤 영화냐고 묻자 극장을 나오면서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게 될 영화라고 답했다.
"이 영화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려고 한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항상 내곁에만 있을 것 같은 가족이라서 소중함을 모르지만 옆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숨을 쉬어주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존재라는 걸 알게 해줄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고 나왔을때 엄마의 목소리가 그립고 딸, 아들의 목소리가 그리워서 전화기를 들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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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