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주진모 "배꼽 잡는 코미디 연기, 맡겨만 주세요"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3.13 09: 00

[OSEN=김경주 인턴기자] 주진모는 잘생겼다. 그를 만나기 전 내린 정의이다. '과연 주진모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았을때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이 결론에 의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 그는 정말 잘생겼기 때문이다.
남자답게 큼지막하고 높은 코에 부리부리한 눈매, 선 굵은 이목구비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그인만큼 '잘생겼다'는 칭찬을 수도 없이 들었을 터였다.
그리고 주진모는 배우였다. 그를 만난 후 내린 정의였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그는 화려한 외모 속에 배우로서의 열정이 가득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그의 진가가 화려한 외모에 다소 가려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이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선이 굵은 외모에 많은 분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껄껄 웃는 그에게서 조금의 씁쓸함도 묻어났다. 사실 배우는 외모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승부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배우로서 시야를 넓혀야 하는데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한정돼 있다는게 느껴지니까 아쉬움은 있어요. 이제는 저 자신에게 때를 묻히고 색깔을 입혀서 '주진모가 이런 인물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배우로서 도전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 거잖아요.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죠. 그래서 앞으로 제가 해야할 일은 '주진모라는 인물이 이런 영화에서 이렇게도 하더라'는 얘기를 들을때까지 선입견을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 굵은 외모 때문인지 그가 지금껏 주로 맡아 온 역할들도 주로 선이 굵은, 강한 남성성이 묻어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무적자'에서도 그랬고 '쌍화점'에서도 그리고 '사랑'에서도 그랬다. 이번 영화 '가비'에서도 그는 강한 남자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모습들 중 가장 남성성이 센 역할일 것이다.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한 여인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까지. 그러나 그는 이제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좀 바꾸려고 해요. 이제는 현실적이고 공감이 갈 수 있는 인물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5~6년동안 죽기만 했어요(웃음). 죽는 인물이 원래 참 비현실적이잖아요. 죽더라도 죽을 만하니까 죽는 것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어서요. 대중이 좋아할 수 있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주진모는 과연 어떤 장르에 도전을 해보고 싶을까. 사실 그는 강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머러스한 면이 꽤 많았다. 재치있는 말도 건넬 줄 알고 소소한 말장난도 칠 줄 아는, 보기와는 다른 코믹(?)한 배우였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면을 알고 있었던지 유쾌한 코미디 장르에도 욕심을 표했다. 항상 진지한 영화를 하고 난 후에는 엄청나게 웃기는 코미디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 외모적인 부분이 망가져도 좋냐는 질문에 배우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해와 할말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진지한 영화를 하고 나면 항상 엄청 웃긴 코미디나 밝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이제는 할 때도 됐는데(웃음). 사실 저는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상대방을 웃게 만들어야 저도 편하거든요. 그래서 남들을 웃기는 걸 좋아하죠. 아마 저와 사석에서 만나면 배꼽을 멀리 날아가게 할 수도 있어요(웃음). 물론 장애인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인물에 공감과 당위성과 인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만 한다면 외적인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얼마든지 의향이 있죠."
그는 또 자신 속에 담겨있는 여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곤 하지만 사실 속은 많이 여리다는 것. 여려서 상처를 잘 받는다는 말에 웃음을 터뜨리자 다들 믿지 않는다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남성적인 면이 많아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여성적인 면이 많아요. 쉽게 상처도 많이 받고 사실 저 되게 여려요(웃음). 상처를 받고 힘든 점들을 극복하려면 제가 세져야 하니까 남성적인 면을 더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랑 같이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금방 저의 여린 면들을 다 알더라고요(웃음)."
그가 '가비'에서 연기한 일리치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이중스파이가 된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매우 생동감있게 극을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처음엔 일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었다고 한다. 이를 생동감있게 만든 것은 바로 주진모의 의견이었다고.
"원래는 시나리오상 일리치라는 인물이 주되게 나오는 상황은 러시아에서 뿐이었고 조선에서는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러시아 분량을 찍기 위해 로케이션을 가기도 힘들고 제작비 부분도 있어서 러시아 분량이 많이 빠졌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들어갈 곳이 없더라고요. 그 때부터 일리치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원래 설정상으로 나온 인물은 착하고 여자한테 순종적이고 심심한 인물이었거든요. 차라리 여자때문에 움직이는 인물이라면 폭주기관차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원래는 고종과도 마주치지 않았는데 왕과도 대립하게 만들고요. 많이 나오진 않더라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가고 싶더라고요."
'가비'에서 주진모가 사랑에 빠지는 상대방은 바로 배우 김소연. 약 15년만에 스크린서 첫 성인연기에 도전한 그녀에 대해 주진모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나 밝고 예쁜 배우라고. 그는 김소연의 가식을 벗겨내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웃음지어 보였다.
"예쁘고 밝은 친구에요. 저는 여배우들을 보면서 가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거든요. 그래서 가식이 있으면 저도 가식으로 대하고요. 처음에 소연이를 보면서 가식으로 오해를 했었어요. 가식을 벗겨보려고 많이 긁어봤죠. 그런데 똑같이 한결같더라고요. 십년 동안 영화를 안 찍으면서 엄청난 내공을 쌓았구나 생각했어요. 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해요. 현장에 있다보면 열악한 환경에 있을때 여배우니까 대접 같은 것을 받으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현장에서든 스스로가 긍정적으로 가려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절친한 친구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배우 장동건. 장동건은 '가비' VIP 시사회에 참석하며 우정을 과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장동건이 결혼한 이후론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못한다고. 가정을 꾸린 사람에 대한 예의 때문. 장동건과 고소영 부부 모습을 보고 부럽지는 않냐는 질문에 결혼은 흐르는 물처럼 운명에 맡겼다고 답한 그다.
 "자주 만날 일은 없어요. 자기 생활이 있잖아요. 애도 봐야되고 언제 한 번은 전화했더니 기저귀를  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제는 남의 사람이 됐어요. 예전엔 이틀에 한 번 볼 정도였거든요.  집이 3분 거리여서 슬리퍼를 신고 왔다갔다하고 그랬던 사이였죠. 결혼 하고선 열두시가 넘으면 전화하면 안되는 것들이 좀 생겼죠.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한테 예의가 아니잖아요(웃음). 결혼은 제 운명에 맡기려고요. 상류에서 흐르는 물이 하루에서 깊어지고 바다로 흡수되듯 자연스럽게요. 이 말 좀 멋있었죠(웃음)."
'가비'는 커피를 둘러싼 채 이뤄지는 고종암살작전을 다룬 영화. 고종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 만큼, 그리고 고종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 즉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니만큼 애국심을 가지고 극장을 찾아와달라며 주진모는 애교 섞인 부탁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는 제작이 안 될 뻔한 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다시 제작의 불씨가 당겨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겠다 느낀건 우리가 몰랐던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왕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고종이 이렇게 했었다'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거죠. 그런 의미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이 땅을 밟고 잇는 사람이라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 번 우리 영화를 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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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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