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승화(30)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올 시즌 롯데의 주전 외야라인은 김주찬-전준우-손아섭이다. 이들로 구성됐던 작년 롯데 외야진은 활발한 공격과 일취월장한 수비로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우익수 손아섭은 오른발 봉와직염 수술 때문에 올해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벌써 수술받은 지 한 달 가량 됐지만 본격적인 훈련에도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개막까지는 3주, 롯데는 손아섭의 초반 공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팀 전력을 고려하면 속 쓰린 일이지만 주전 도약을 노리던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현재 롯데의 1군 백업 외야수 후보는 이승화·황성용·김문호다. 지난 시즌 제4외야수로 활약했던 이인구는 지난 4일 일본 가고시마 캠프서 실시한 두산과의 연습경기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인대가 늘어나 현재 반깁스를 하고 있는 이인구는 5월에야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 양승호 감독은 "손아섭의 개막전 결장여부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일단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손아섭 대신 투입될 우익수를) 준비는 해야한다"며 시범경기동안 여러 실험을 펼칠 계획임을 시사했다.
후보들 가운데 이승화가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캠프에서 줄곧 좋은 모습을 보여줘 시즌초반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었던 이승화는 극심한 타격부진 끝에 주전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당시 이승화는 27타수 무안타를 이어가는 등 좀처럼 공격에서 해법을 찾지 못해 결국 2군으로 강등된 아픔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이번 시즌을 준비한 이승화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입을 모아 "기량이 많이 늘었고 자신감을 찾았다. 분명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올해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된 14일 사직 두산전에서 이승화는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하나를 터트렸다.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15일 두산전도 선발 우익수로 출전한 이승화는 이번엔 타순을 2번으로 옮겼다. 결과는 4타수 2안타, 특히 8회에는 4-3으로 경기를 뒤집는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연습경기긴 하지만 자신감있는 스윙은 분명 지난해와 달랐다.
양 감독은 "(이)승화가 작년과는 다르게 스윙이 짧아졌다. 그리고 갖다 맞히려고 하는 것도 작년보다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승화를 2번 타순에 기용한 이유도 설명했다. 양 감독은 "지금은 이것저것 실험 해 볼때다.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손아섭이 안 들어왔을 때 후반(하위 타순)에 갖다 놓으면 거기서 박종윤과 겹칠 수 있다. 그래서 (14일 9번과는 다르게) 앞쪽으로 해 본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우타자 이대호가 떠났지만 올 시즌도 롯데 타선은 우타자 일색이다. 이대호 대신 1루를 맡은 박종윤과 손아섭 정도만 좌타자다. 손아섭을 대신해 라인업에 포함된 이승화가 만약 하위타순에 위치한다면 같은 좌타자이며 7번 정도에 자리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종윤과 타순이 붙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좌타자가 적은 팀이 두 명을 붙여 놓은다면 자칫 상대로 하여금 좀 더 쉽게 투수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직 시험 단계지만 롯데는 이승화의 활약이 반갑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구판단, 강력한 어깨 등 이승화의 외야 수비는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여기에 그가 목표로 세웠던 타율 2할8푼 정도만 달성한다면 손아섭이 돌아 온 뒤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가 올 시즌 이승화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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