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째를 맞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LG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번 겨울 LG는 FA로 주축선수 3명이 떠난 것을 시작으로 전지훈련 도중에는 초유의 사태로 에이스를 포함한 선발투수 2명이 퇴출됐다.
김기태 감독에게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불운한 신임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김 감독은 취임식에 밝혔던 팀 구상들을 하나씩 실현해가는 중이며 고참 선수들은 앞장서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루가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지난 4달의 일들을 정리한 채 2012시즌에 대비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풍파만큼이나 변화도 많았던 LG가 오는 14번의 시범경기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들을 확인해본다.

▲ 리즈 마무리 기용
김용수·이상훈 등 역사에 남을 마무리 투수를 보유했던 LG는 이들이 떠난 후 10여년 동안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무리 투수 진필중 영입이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악몽이 반복됐다. 2006시즌 외국인투수 매니 아이바를 데려왔지만 아이바는 정상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채 시즌 중 팀을 떠났다. 2007시즌 우규민이 30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블론세이브도 13개나 기록했고 2008, 2009시즌 각각 평균자책점 4.91, 5.70을 올리며 부진했다. 2010시즌 LG는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 4년 만에 다시 외국인 선수에게 뒷문을 맡겼으나 오카모토는 시즌 중반부터 흔들려 16세이브에 그쳤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전지훈련을 통해 마무리로 낙점했던 김광수는 시범경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첫 한 달을 버티지 못했고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신예 임찬규가 마무리까지 맡게 될 만큼 불펜진의 깊이가 떨어졌고 시즌 중반 송신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이미 불펜진은 붕괴된 상태였다.
취임사부터 마무리 보강에 전력을 다할 뜻을 전한 김 감독은 회심의 카드로 레다메스 리즈를 선택했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 시속 161km를 찍은 강속구 투수 리즈는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서 두 자릿수 승을 올리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 시범경기부터 리즈는 경기의 문을 여는 게 아닌, 문을 닫는 임무를 맡는다.
기본적인 조건만 놓고 봤을 때 마무리 투수 리즈의 성공확률은 높다. 일단 리즈는 타자에겐 공포나 다름없는 강속구를 지니고 있다. 타자 입장에서 가장 치기 힘든 볼은 “빠른 공”이고 리즈의 직구는 보통의 투수들과 차원이 다르다. 가볍게 시속 150km를 넘기는 리즈가 6, 7이닝 동안 100여개의 공을 던지는 게 아닌 1, 2이닝 전력투구를 하게 된다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불안한 점도 있다. 선발등판 시 경기 초반 실점이 많은 편이었고 투수로서 수비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얼마나 몸을 잘 풀 수 있을지, 정신적으로 마무리투수에 어울리는 강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지를 오는 시범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선발투수 임찬규
지난 시즌 신인 투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임찬규가 올 시즌은 선발투수로 도약하려 한다. 시즌 초부터 불펜 필승조에 자리하며 5월까지 피안타율 1할대, 평균자책점도 1점대로 맹활약했던 임찬규는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 문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러나 시즌 막판 두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이번 전지훈련부터 본격적인 선발투수 수업을 받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강한 체력을 기르고 고등학교 시절 구사했던 체인지업을 연마하여 프로무대에서도 쓸 수 있게 됐다. 일단 연습경기까지는 순조롭다. 상대 타자와의 싸움에서 강속구를 앞세워 적극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완급조절하는 모습도 뽐냈다. 시범경기에서도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LG는 앞으로 10년 동안 팀을 책임질 선발투수를 올 시즌 마운드에 올리게 된다.
▲ 무한경쟁 막바지에 접어든 주전포수 자리
조인성의 이적으로 무주공산이었던 주전포수 자리는 시범경기를 통해 정해질 것이다. LG는 포수 5명을 전지훈련에 투입, 지난 1월 중순부터 주전포수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체력테스트 기준치 미달로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김태군을 제외, 신인포수 조윤준부터 17년차 베테랑 심광호까지 돌아가면서 연습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며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서 김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포수들을) 경쟁시켜 주전포수를 정할 계획이다”라며 “시즌 개막전에는 베테랑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력은 대부분이 비슷한데 풀타임을 뛰어 본 선수가 없는 게 아쉽다. 하지만 박경완·진갑용·강민호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었다. 베테랑을 기용하면서 젊은 선수들도 키울 생각이다”고 베테랑 심광호가 포수진의 중심을 잡지만 심광호와 더불어 어린 포수가 꾸준히 마스크를 쓰게 될 거라고 밝혔다.
공격력이 강한 나성용·윤요섭부터 급격한 기량성장을 이룬 2년차 유강남, 그리고 포수진에서 가장 1군 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아본 김태군 등이 심광호와 함께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기 위해 시범경기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뛸 전망이다.
▲ 오른손 4번타자
김 감독은 “4번타자는 우타자쪽으로 준비했다. 4번타자는 팀의 중심이다. 팀의 중심이 누가될지는 모르겠지만 4번타자가 타선의 균형을 맞춰야한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4번타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올 시즌 4번타자로 오른손 타자를 내세울 뜻을 전했다.
그동안 LG는 꾸준히 오른손 거포 부재에 시달리며 4번타자 부재도 함께 겪었다. 빼어난 베테랑 좌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좌타자 중 한 명이 4번에 자리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다. 지난 시즌 LG의 4번타자들은 타율 3할5리를 쳤지만 70타점으로 8개 팀 중 밑에서 2위, 홈런은 14개로 최하위였다.
베테랑 3루수 정성훈과 연습경기에서 활약한 좌투수 킬러 윤요섭, 베테랑 최동수와 포수 나성용 등이 올 시즌 LG의 오른손 4번타자 후보다. 지금까지의 활약상이나 꾸준함을 놓고 봤을 때 정성훈이 가장 앞서 있지만 윤요섭과 최동수도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기 때문에 4번타자 경쟁의 결과는 시범경기가 끝나봐야 알 것이다.
이외에도 마무리 훈련과 전지훈련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오지환의 유격수 수비, 서동욱·김태완·김일경의 주전 2루수 경쟁, 재활 가속도를 내고 있는 봉중근의 불펜 등판 등도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지켜봐야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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