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불편한 시선, 피하지 않겠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3.30 10: 13

개그우먼 정선희(40)는 굳이 어렵게 묻지 않아도 세상과 단절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자신을 향한 일부의 불편한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난 4년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정선희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황금시간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복귀했다.
정선희는 지난 18일 첫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남심여심’을 통해 4년 만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와 SBS ‘일요일이 좋다’에 밀려 시청률은 2%대로 저조하지만 그는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정선희는 연일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로 목소리가 가라앉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정선희와 한 시간 동안 쉴새없이 나눴던 수다를 고스란히 전한다.

-시청률이 낮은 편인데 예상했나?
시청률은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 프로그램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덕분에 부담감이 적었다. 다만 프로그램이 언젠가 마무리를 할 때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끼리는 재밌게 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남성 문화를 체험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15시간씩 낚시를 하고 11시간 동안 격투기를 배웠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 단련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봉선 씨에 비하면 나는 저질 체력이다.(웃음) 신봉선 씨가 나에게 ‘선배 실망이다. 체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을 한다. 예전에는 15시간씩 촬영하면 2주 분량으로 방송이 나갔다. 그런데 요즘에는 1주 분량이다. 정말 대박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래도 재미가 있다면 느슨하게 편집되는 것보다 1주 분량으로 꽉 차게 편집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능에 복귀하기까지 고민이 많았겠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기회가 온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자꾸 내 과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서 방송 출연이 꺼려졌다.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움츠려들기도 했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출연하기로 마음 먹은만큼 적극적으로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복귀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참 고마운 일이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 판이 커졌다.(웃음) 내가 프로그램에서 맏언니니까 총대를 짊어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까지 내가 스스로 ‘이러면 안되지’라면서 자가편집을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문제는 차차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 프로그램과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원동력이 있다면?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편견들과 부딪히면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주저앉아 있으면 나와 같은 시련을 겪은 사람도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나아기기로 했다. 뻔한 공식일 수도 있다. 힘들 때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기다려준 사람들을 위해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복귀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섭섭했다. 왜 나를 이렇게 냉정하게 바라볼까,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오랫동안 라디오 DJ를 하고 있다.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것도 라디오였고 내가 복귀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까지 기다려준 것도 라디오였다. 정말 고맙다. 라디오 DJ를 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했다. 이제는 열심히 홍보하려고 한다. 라디오 DJ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을 많이 했다. 내가 ‘남심여심’에서 후배들이 재밌게 판을 만들고 캐릭터를 형성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라디오에서 오랫동안 진행을 한 덕분이다.
-새로운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 새로운 사랑을 찾을 마음의 준비도 안 됐다. 방송은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지만 연애는 아직까지 두렵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이)경실이 언니는 내가 항상 어디에서든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맞는 말이다. 내가 신비로운 존재도 아닌데 언제까지 뒤에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방송을 하지 않는 동안 TV를 보면서 경실 언니나 (박)미선 언니 등 선배들이 활동하는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선배들처럼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쓰러져 있었으니까 이제는 후배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예능에 출연하는 후배들의 캐릭터를 끄집어내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후배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확성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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