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 음악감독 “한달간 127곡 편곡..그래도 즐겁다!”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4.14 09: 58

 ‘이 노래들은 누가 다 편곡한 걸까?’ 엠넷 ‘보이스 코리아’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이다. 어디에 숨어있다 나타났을까 싶은 실력파 참가자들만큼이나 고퀄리티의 음악이 ‘보이스 코리아’를 ‘듣는’ 또 다른 재미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1차 오디션(블라인드 오디션) 참가자 전원에게 밴드의 연주를 제공한 ‘보이스 코리아’를 지배하는 자, 바로 권태은 음악 감독이다. 그는 과거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석 음악프로듀서로 그룹 노을의 ‘청혼’, god의 ‘보통날’ 등을 작곡했으며 가수 비의 월드투어 음악 감독으로 신화, 서인영, 김장훈, BMK, 케이윌, 임정희, 별과 작업을 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는 런치송(lunchsong)이라는 이름으로 ‘어쿠스틱 에너지’를 발매하기도 했다.
런치송에는 휴일 오후의 나른하면서도 한가한 분위기를 담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담겼다. 전투적이고 치열함이 넘치기보다 편안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고, 또는 이불 속에 몸을 맡긴 채로 듣는 음악은 권태은 감독과 닮아 있다.

▲ “한 달 동안 127곡을 편곡하라고?”
“처음에 편곡량을 듣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었다. ‘보이스 코리아’의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총 130명을 도맡아 중복된 몇 곡을 제외하고 정확하게 127곡을 소화한 그는 꼬박 한 달 동안 편곡 작업에 매진했다.
“127곡이라는 양을 소화해 본 적이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BMK의 편곡자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매주 감당해야 하는 양이 있어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127곡을 하라니 놀랐죠.(웃음)”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권태은 감독의 이미지를 그려갈 때쯤 “처음에 ‘보이스 코리아’ 제안을 받았을 때 취지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의욕적이지는 않았다”고 이실직고를 해왔다.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1곡 당 약속된 시간은 1분 20초. 130명과 함께 한 10400초가 그를 바꾸어 놨다.
“녹화를 앞두고 마지막 1주일 동안은 하루 20여 명씩 합주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했어요. 워낙 노래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늘어나더라고요. 퀄리티를 챙기기 시작하니까 끝이 안 보였죠.(웃음) ‘보이스 코리아’에 참여하는 친구들 중에는 노력파, 연습벌레가 정말 많아요. 그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 “배근석이 올턴 주인공 될 줄이야!”
개성 강하고 실력도 대단한 참가자들을 위해 권태은 감독이 기울인 노고는 대단했다. 이들의 지원 영상을 20회 이상 돌려본 것은 물론이고 코치들과 마찬가지로 눈을 가린 채 목소리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안타깝지만 100%, 모든 참가자들이 권태은 감독의 예상과 맞아 떨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UV의 ‘이태원 프리덤’으로 오디션을 봤던 강태우의 경우에는 약간 코믹한 이미지 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진지했어요. 배근석은 지원 영상에서 라니아라는 그룹의 곡 ‘닥터필굿’을 불렀고 블라인드 오디션에서도 ‘닥터필굿’을 고집했어요. 그런데 블라인드 오디션은 어차피 코치가 얼굴을 못 보잖아요. 퍼포먼스라는 게 의미가 없고 효과도 없다고 판단해서 음악에 집중하도록 설득을 했죠. 그랬던 배근석이 코치들을 올턴 시킬 줄이야!(웃음) 생각도 못했어요.”
‘보이스 코리아’에는 외모, 나이, 환경의 제약을 받았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의 참가자들이 많다. “그 춤은 어디서 배웠나요?” 배틀라운드를 마친 신초이에게 코치 신승훈이 했던 질문이었다. 흥겹게 몸을 흔들고 팔을 휘저으며 무대 위를 종횡무진했지만 블라인드 오디션 연습 당시 신초이는 ‘필사적이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이는 신초이만이 아니라 ‘보이스 코리아’의 모습이기도 했다.
“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 블라인드 오디션 연습을 할 때 합주실에서 신초이를 처음 만났거든요. 초이가 합주를 할 때 기타를 들고 왔었어요. 그 때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불렀었죠. 정말 내일 죽는 사람처럼 노래했어요, ‘난 내일 죽으니까 마지막으로 노래하는 거야’라는 식으로요. 그 친구를 보면서 ‘음악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고 그 날은 밴드 모두가 행복했어요.”
▲ “화려해진 ‘보이스 코리아’, 눈치 채셨나요?”
‘보이스 코리아’를 사랑하는 시청자라면 사운드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회가 더해질수록 하우스 밴드의 멤버도 늘어나고 있다.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5인조 밴드로 시작된 ‘보이스 코리아’는  배틀라운드에서 7인조, 라이브쇼에서는 13인조에 이르렀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사운드가 점점 확장이 되어 가야 한다는 게 원전 매뉴얼에 포함돼 있어요. 음향이 화려해져야만 하죠. 악기가 다이내믹하게 늘어나면서 두 장르를 섞은 곡도 시도하게 됐어요. ‘코뿔소’ 같은 경우 제임스 브라운이 하던 펑키에서 부기우기로 바뀌었거든요. 장르 두 개가 섞이는 하이브리드한 편곡이죠. 지난 6일 강미진이 불렀던 ‘유혹의 소나타’는 빠르기가 세 번 바뀌었는데 장르도 같이 바뀌었다고 보시면 돼요. 이런 편곡을 오디션 프로에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참가자들의 에너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베이시스트 서영도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홍준호,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에 데뷔한 키보디스트 길은경까지 한국의 대표 뮤지션이 ‘보이스 코리아’에 집결했다. 여기에 신승훈, 이승환, 유희열, 임재범, 김연우, 아이유 등의 음반 믹싱을 담당한 믹싱 엔지니어 김한구와 뮤지컬 ‘맘마미아’, ‘캣츠’, ‘명성왕후’, ‘아이다’의 음향 감독 김기영도 합세했다.
“ ‘보이스 코리아’의 하우스밴드 팀, 음향 감독, 사운드를 잡아주는 엔지니어들, 이 조합은 정말 모이기 힘든 조합이에요. 무척 바쁜 분들이거든요. 초반에 ‘보이스 코리아’를 보고 홍준호, 길은경, 서영도 씨가 합류했어요. 이 사람들은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니에요. 출연료도 적은데…(웃음). 일로 ‘보이스 코리아’에 온 게 아닌 거죠. 참가자만이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들도 즐거워하고 있어요. 저희가 느끼는 현장 에너지가 브라운관을 넘어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네요.(웃음)
어느 순간부터 ‘보이스 코리아’는 오디션 끝판왕이 아닌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 뒤에는 “그저 음악을 할 때 행복할 뿐”이라는 뮤지션들의 수고와 오늘이 마지막일 것처럼 노래를 하는 참가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이 모든 과정과 함께 한, 아니 가장 큰 공헌을 한 권태은 감독은 지금의 변화가 기쁘고 놀랍다. 
“편곡, 음향 등 생소했던 단어들을 전국민이 말하기 시작했고 노래를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음악에 대한 큰 관심, 저로서는 물론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그냥 음악을 즐겨주세요. ‘보이스 코리아’는 음악으로 말하기 때문에 음악 스태프들과 참가자들이 최선을 다해 음악으로 이야기 할 거예요. 그 순수함과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음향이 조금 안 좋고 편곡이 조금 산으로 간다고 해도 말이에요.(웃음)
plokm02@osen.co.kr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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