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롯데 자이언츠 불펜을 보면 ‘이만큼 단단한 잇몸’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각 팀별로 11~12경기씩 가지며 아직 정규시즌 일정의 10%도 채 소화하지 않은 현재 롯데 자이언츠는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3할이 넘는 팀 타율과 3.21에 지나지 않는 팀 평균자책점이 롯데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특히 불펜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FA 듀오’ 정대현-이승호 라인이 부상과 부진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 불펜은 평균자책점 2.97(4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WHIP(이닝당 주자 출루)는 1.27(3위), 피OPS는 0.629로 모두 평균 이상이다.

시즌 초 롯데 불펜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벌떼야구'다. 그만큼 많은 불펜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른다. 롯데의 불펜이닝 소화는 36⅓이닝으로 전체 6위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선발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불펜투수 등판회수는 45번으로 가장 앞서있다. 불펜투수 한 명이 평균적으로 1이닝을 채 던지지 않는 것이다. 불펜투수들이 여러번 등판하며 체력적 부담을 나눠 짊어지는 가운데 롯데는 11경기에서 총 10번의 홀드를 달성했다. 이 또한 전체 1위다.
세부적으로 성적을 뜯어봐도 롯데 불펜은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일단 블론 세이브는 주전 마무리 김사율이 14일 사직 두산전에서 기록한 것 한 번 뿐이다. 또한 불펜 투수들에게 평균자책점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승계주자 득점 허용율이다. 보통 불펜 투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때가 많기에 본인의 성적 외에도 얼마나 위기를 잘 넘겼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좌완 원포인트로 출전하고 있는 이명우는 9경기에 등판해 무려 10명의 주자를 넘겨받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계주자를 받은 투수다. 이 가운데 단 한명만 홈으로 들여보냈다. 5홀드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대성은 5명의 승계주자 가운데 한 명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김사율은 6명 중 1명, 김성배도 6명 중 1명, 강영식은 6명 중 2명의 승계주자 득점을 허용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드러난 롯데 불펜의 운용 공식은 어떻게 될까. 불펜투수 등판회수는 45회로 전체 1위지만 롯데 선발투수 평균 소화이닝 역시 1위(11경기 64⅔이닝, 평균 5.8이닝)다. 즉 불펜 투수가 잦은 등판을 하지만 적절하게 투구수를 분배하면서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불펜 운용에 대해 묻자 “벌떼야구는 김성근 감독님이 원조 아닌가. 우리는 벌떼야구와는 다르다”라는 농담으로 말을 시작했다. 양 감독은 “한 타이밍 빨리 교체를 가져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교체)타이밍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양 감독이 설명하는 불펜 운용방법은 이렇다. 좌타자가 나오면 좌완투수, 우타자가 나오면 사이드암이나 우완이 등판한다. 만약 우타자 두 명이 붙어 있으면 사이드암 김성배를 투입해서 잡아낸다. 또한 좌타자 두 명이 연속해서 있다면 강영식이나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린다. ‘좌-우’에 따라 철저하게 분업을 하고있는 것이다.
다만 좌타자와 우타자가 번갈아가며 나오면 최대성이 나선다. 양 감독은 “(최대성의 공이 좋으니) 우타자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나오긴 아쉽다. 만약 우타자-좌타자 이런 식이면 (최)대성이가 들어가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전 마무리 김사율은 예외다. 양 감독은 “(최)대성이가 아무리 잘 던진다고 해도 우리 팀 마무리는 (김)사율이다”라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지금은 불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항상 프로야구 감독은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팀을 꾸려가기에 양 감독은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4~5월 승률 목표는 5할”이라고 말한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그때까지 롯데 불펜이 현재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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