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스코리아 출신 유리아(본명 김리아)는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내일이 오면’에서 이지미 역을 맡아 성공적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에게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연기력 논란’ 또한 없었고, 오히려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최근 만난 유리아는 “아직은 한참 모자란 배우”라며 자신을 낮추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또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하 일문일답
-'내일이 오면'에서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 일단 계속 51회 동안 끊임없이 드라마 촬영하러 나갔다. 갑자기 안 나가게 되니깐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또 한편으로는 데뷔작을 끝냈다는 느낌에 뿌듯하기도 하다.
-미스코리아 대회 당시 본명이 김주리였다. 그 후 김리아로 개명, 또 유리아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유리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 유리아에 대한 의미는 따로 없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이름의 끝 자를 따서 ‘리아’라고 불렀다. 원래부터 개명을 하고 싶었다. 작명소가서 알아봤는데도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다. 성에 ‘김’ 자를 붙이니깐 발음하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성을 ‘유’로 바꿨다.
-첫 연기 도전이었다. 많이 부담도 됐을텐데,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이 어떤가.
▲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고 긴장도 됐다.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도 전혀 몰랐다. ‘내가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이 했다. 그래도 막상 연기를 시작한 거 못 하더라도 과감하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촬영장도 재밌었고, 다들 다독여주고 잘 대해 주셨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지만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었고, 다른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많이 배웠다.
-고두심, 임현식, 이혜숙, 김혜선 등 많은 대선배가 함께 출연했다. 조언을 많이 해줬나.
▲ 다 해주셨다. 영균(하석진 분)네 가족(임현식, 이혜숙, 박수영, 인교진)이 많이 해줬다. 아빠(임현식)부터 오빠들(박수영, 인교진)까지 다 한번이라도 알려주셨다. 대사도 잘 맞춰주고 내가 찾아가기도 했다. 엄마 이혜숙 선생님도 같이 잘 맞춰줬다. 도움이 엄청 많이 됐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나 혼자 떨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임현식 선생님이 좀 편안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재밌는 애드리브도 넣어주시고 웃다보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다.
-'내일이 오면' 송년 파티에서 춤 실력 과시했다. 대학 시절 무용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나왔다. 발레학교에서도 과목이 여러 가지가 있다. 현대무용, 재즈댄스, 스페인 춤, 듀엣 등을 배웠다. 송년 파티 때 배우들이 스태프를 위해 뭔가 해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 나름 막내라서 열심히 보여 드릴라고 했는데 무대가 너무 작았다. 다 못 보여 드려서 좀 아쉬웠다.(웃음)
-첫 연기다. 아무리 연기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처음 하는 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 다 어려웠다. 처음에는 대사 외우는 것도 어려웠다. 또 지미라는 캐릭터랑 실제 내 모습이랑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지미처럼 분위기를 방방 띄우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감독님도 톤을 올리라고 말을 빨리 하라는 식으로 부탁을 했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나중에는 내 파트너와 러브신이 생겼는데 급속도로 진행이 빨리됐다. 처음인데 러브신이 있다 보니 그것도 떨렸다.
-6개월간 촬영하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텐데 제일 기억에 남은 장면이나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있나.
▲ 다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보기로 봤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 가족과 모여서 봤는데 내가 나올 부분에는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 보기가 힘들었는데 계속 보고 나 자신을 알아가다 보니 부족한 것 투성이더라.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등장 신이었다.
-'내일이 오면'은 계기로 미스코리아 김주리에서 배우 유리아로 거듭났다. 출연 후 주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 이름을 바꾸니 그 김주리가 나인지 많이 궁금해 하더라. 아주머니들이 많이 알아봐준다. 어떤 분은 서우 그만 좀 괴롭히라고 그런다. 다음 이야기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었다. 얼마 전에 수수한 모습으로 친구랑 밥을 먹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시더라. 드라마 잘 봤다고 해주셔서 감동받았다. 알아봐 주셔서 뿌듯했다.(웃음)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 미스코리아 때만 해도 ‘연기 하고 싶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발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서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발레도 관객과의 소통이고 예술의 표현이다. 그런 미련을 버리기가 많이 힘들었다. 같은 분야를 찾다보니 연기를 했다. 사실 발레 때도 연기수업을 받았다. 그래서 정식으로 연기에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다.
-볼쇼이 발레학교 출신이다. 발레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뭔가. 적성에는 잘 맞았나.
▲ 내가 다섯 살 때 어린 아이들이 각종 학원에 다니는 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어려서부터 수많은 학원을 다녔다. 발레 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 선생님이 적응력이 빠르다는 말에 혹했서 계속 했던 걸 수도 있다. 어렸을 때도 발레를 즐겼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다니고 러시아로 유학가서 4-5년 정도를 다녔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려면 학력 증명이 필요하다. 러시아 발레학교는 전문대 2년 과정으로 해주더라.
-발레학교 유학 중 미스코리아 나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발레학교 시절 인생의 슬럼프가 왔었다. 다리 부상이 왔기 때문에 발레에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절망에 빠지게 됐다. 집에만 있는 것을 보니 가족이 내가 너무 한심해 보였나보다. 미스코리아를 준비하면 스피치, 워킹, 메이크업까지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주변에서 추천을 해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2008년도 미스 유니버스를 봤는데 당선자가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을 보니깐 매력적이고 반하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연기력 논란이 불식되거나 오랜 세월이 지나야만 뗄 수 있다. 이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 들었을 때 뭔가 부담감이 있다. 그간 연기 선배님이 만든 길을 내가 물려받아서 내 앞에 타이틀이 붙는 구나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다. 한편으로는 미스코리아가 내 경력으로 남기 때문에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감사한거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고 괜찮게 연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게끔 노력해야겠다.
-최근 배우 이준기와의 열애설이 있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는데, 자세한 얘기를 들려달라.
▲ 나도 왜 그런 기사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미용실 선생님이 같아서 잠깐 알게 됐고, 이후 계속 군인이었다. 만약에 최근 만나서 밥을 먹었다면 오해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오래 전 이야기다. 친분이 있긴 한데 그렇게 크게 부풀릴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 어쨌든 논란이 생겨 죄송스럽다.
-앞으로 연기를 하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 같다. 특별히 하고 싶은 연기나 배역이 있나.
▲ 진짜 많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시기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다. 골라서 하는 것 보다 다양한 연기를 접해보고 싶다. 여러 캐릭터를 다 해보고 ‘내가 잘 하는 게 뭐였지?’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것이다. 굳이 해보고 싶은 연기라면 사극도 해보고 싶고 청순가련한 사랑의 아픔을 가진 여자, 아니면 정말 못된 악녀나 액션 연기도 하고 싶다.(웃음)
마지막으로 남은 2012년 계획과 어떤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은지 알려 달라.
▲ 잘 포장하면 카멜레온 같은 배우, 구수하게 표현하자면 소화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다른 것보다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2012년에 이루고 싶은 것은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서 연기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것이다. 한 번에 뜨는 것 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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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