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돈의 맛'(임상수 감독)이 한국, 미국, 필리핀 등 다국적 조연들의 출연으로 눈길을 끈다.
극중 윤회장(백윤식)과 백금옥(윤여정)의 아들 윤철 역으로 분한 배우는 온주완. 돈의 맛을 거부하고 쿨하게 살아가는 누나 윤나미(김효진)와는 달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에 이어 돈의 맛에 더 지독하게 중독된 인물이다.
자본주의에 완벽하게 물들어 미국인 로비스트를 곁에 두고 검은 뒷거래를 임살고, 그룹의 재산을 불법으로 증여 받을 계획을 세우고, 매체를 대상으로 언론플레이도 할 줄 아는 더 진화된 재벌 2세의 모습.
영화 '태풍태양', '발레 교습소' 등에서 영화배우로서의 큰 가능성을 입증한 온주완이 연기하는 타락한 재벌 2세의 모습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생얼을 공개하겠다"라는 임상수 감독의 연출의도에 부합되는 대목이다.
재벌 백씨 집안의 비즈니스 파트너 미국인 로버트(달시 파켓)는 백씨 집안의 후계자 윤철과 함께 대한민국 정재계를 대상으로 검은 뒷거래를 하는 로비스트.
백씨 집안의 일을 돕지만 "한국 너무 재미있는 나라에요"라며 냉소를 보내기도 하는 미국인 로버트라는 인물을 통해 임 감독은 "한국인에게 미국인, 서양인이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인이지만 한국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로버트 역의 캐스팅을 두고 제작진은 고민이 많았는데, 그러던 중 영화전문지 씨네 21의 필진으로도 활약하며 옴니버스 영화 '원 나잇 스탠드'(2010)에도 출연한 바 있는 달시 파켓을 떠올렸다고. 영어와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스마트한 이미지에 연기력과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갖춰 캐스팅 적임자로서의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런가하면 돈에 중독돼 모욕적인 삶을 살아 온 윤회장이 행의 마지막 사랑으로 택한 하녀 에바(마오이 테일러)는 필리핀 출신의 여성이다. 그녀는 '돈=권력'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힘 없는 존재로, 백씨 집안 사람들이 휘두르는 권력의 희생양으로 묘사된다.
백씨 집안의 권력의 중심인 백금옥은 그녀가 남편 윤회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온 것을 알고 분노한다. 그녀의 분노의 화살은 남편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고 약한 존재인 그녀를 향한다. 대한민국에서 약소국 출신의 이방인은 어떤 의미인 지 생각해보게하는 인물.
에바 역을 연기한 마오이 테일러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필리핀에서 가요계와 영화계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 연기자다.
특히 '돈의 맛'에서는 임상수 감독의 디렉팅 하에 백윤식과 함께 수위 높은 베드신 촬영을 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으며, 스크린을 통해 보여질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윤여정, 백윤식, 김강우, 김효진 등이 출연하는 '돈의 맛'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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