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의 조용하면서 강한 도전자 오유경. 그의 패션 일대기를 되짚어 보기 위해 단숨에 과거로 돌아갔다.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았던 오유경이 패션의 길로 들어서게 된 사연이 있다고.
“제가 어렸을 때 잡지를 봤는데 화보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 때 결심했죠. 패션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꿈을 꿨던 건 IMF가 터지면서였어요. 경제난 때문에 너무 멋을 부리고 싶은데 멋을 부리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옷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죠. 그 시절에는 카펫으로 옷을 만들기도 하고...소풍 전날이 대박이었어요. 공장처럼 옷을 찍어내듯 많이 만들었죠.(웃음)”

IMF로 많은 사람들이 좌절과 실패를 맛보고 움츠러들어 있을 때, 꼬맹이 오유경은 다른 돌파구를 찾아 목말라있던 꿈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결했다.
이 후 오유경은 동아tv '워너비 패션디자이너’ 프로그램에 입상했던 이력을 발판삼아 프런코4에 도전했다.
“주변에서 디자이너 분들이 제가 옷을 빨리 만드는 것을 알고 프런코4에 나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물론 등 떠밀려서 나간 건 아니고요. 이런 경험들이 저에겐 전부 재산이 될 것 같았고요. 그리고 지금 제가 아시다시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제 사업에 좋은 돌파구가 될 것 같아서 도전했어요. 약간의 홍보 목적과 함께요.(웃음)”
▲ “니트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프런코4를 유심히 지켜보면 오유경은 남들이 기피하는 소재, 니트를 거침없이 선택하는 장면에서부터 신선한 충격을 시청자에게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기발한 발상으로 니트의 무한변신을 선보이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니트는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신선한 소재였어요. 제가 겁이 없어서 그런지 니트가 겁나는 소재기도 하고 다루기 어려웠는데도 도전이 재밌었어요. 만약 제가 우븐(니트를 제외한 소재) 혹은 브랜드에서 하고 있는 콘셉트로 디자인을 했다면 저한테도 너무 편했을 거예요. 하지만 ‘프런코4’에서는 모델도 그렇고 헤어메이크업, 무대까지 신경써주니까 오로지 제 의상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여러 차례 도전한 것 같아요.”

▲ 오유경이 뽑은 Best&Worst
‘프런코4’ 미션을 수행하면서 오유경이 내놓은 작품들 중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봤다.
“베스트는 철물점에서 구입한 재료로 옷을 만드는 미션에서 제작했던 의상이에요. 힘들기도 했지만, 만들어 놓고 봤을 때 뿌듯하고 가장 많이 희열을 느꼈어요. 그리고 케이블 타이들이 런웨이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는데 그렇게 예쁠 수 가 없더라고요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전선으로 옷의 뼈대를 만들고 그 선에 케이블 타이를 쉬지 않고 묵묵히 연결해 끝내 ‘퍼’를 표현해낸 오유경은 진정 겁이 없었다.
“워스트는 12회 때 싱가폴에서 사자와 생선의 모습인 합쳐진 상징적인 동물에서 모티브를 얻어낸 의상이었어요. 원래는 정말 재밌고 획기적인 디자인을 해보려다가 막판에 시간이 없어서 2시간 만에 옷을 만들게 됐죠. 그리고 의상을 선보이던 날 하필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의도치 않게 옷이 너무 펄럭 거렸어요. 살짝만 날려야 괜찮은데, 그래서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 된 것 같아요.”
▲ Mosca CEO(대표) 오유경의 모습은?
오유경은 어엿한 사업가다. 동아tv ‘워너비 패션디자이너’에 출연한 뒤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가게를 하나 해보겠냐는 제의가 들어왔고 당시 학생신분이었던 오유경은 그 기회를 선뜻 받아 들였다. 그렇게 ‘Mosca’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모스카는 이태리어로 곤충 ‘파리’라는 뜻이에요. 조금은 아름답지 않고 소외될 수도 있고, 흔한 것들을 아름답게 혹은 쓸모 있게 디자인 하는 것이 콘셉트죠.”
학생신분으로 개인 브랜드를 운영했던 오유경은 새벽 다섯 시까지 가게를 보고 난 뒤 탈의실에서 쪽잠을 자고 학교를 갔다고 한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았을까.
“원래 목표는 돈을 바짝 벌어서 유학을 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까 지키고 싶은 식구들이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치열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이런 저의 노력들이 절대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 한 행동은 아니에요. 다만 제가 월급을 제때 못주면 직원들의 카드값이 밀리고,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돼 회사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테두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최종적으로 모스카가 작은 규모여도 좋으니까 제가 있든 없든 그 자리에 항상 흔들림 없이 든든하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사업적 포부예요.”
끔찍이 아끼는 직원들과 회사를 지키기 위해 모스카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을까.
“대중을 상대로 옷을 만드는 사람이 대중의 취향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저한테는 그 고민과 분석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많은 의류브랜드나 SPA 브랜드들이 그 방면으로는 깊숙이 파고들고 있고 또 최고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안하려고 하는 것을 저는 디자인해요.”
뚜렷한 사업관이 돋보이는 대답이었다. 보기에는 여성스럽고 발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의 어깨는 많이 무거워 보였다.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정말 만들어 보고 싶은 옷이 있다면?
“저는 ‘삐꾸’ 같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한마디로 정상적이지 않은 옷이죠. 요즘 패션은 너무 시크하고 세련되고 뾰족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 취향은 아니에요. 어수룩하고 바보 같은 느낌이 저는 더 좋아요. 그 안의 유머, 그 너머의 멋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힘드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모스카를 통해 ‘삐꾸’의 맛을 확실히 보여드릴게요.”

▲ “지질학에 관심 있어요”
패션만 좋아할 것만 같았던 오유경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람과 동시에 그의 생생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니트는 과학이다.’ 그랬다. 그의 니트 스타일링은 과학에서 비롯돼 꼼꼼하고 잘 짜인 니트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저는 지질학을 굉장히 좋아해요. 땅속 지층을 보면 흥분될 정도로요. 지층을 보면서 이때는 뭐가 생겼는지, 또 땅의 단면만 보고 대륙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다 알 수 있거든요. 정말 신기해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하고 디스커버리 채널을 즐겨봐요. 여건이 된다면 옷 만들다 가끔 지칠 때 탐구와 탐험을 하러 떠나고 싶어요.”
Tip. 그들이 말하는 ‘It Style' 스케치

“올 여름은 화려하고 시원한 패턴플레이로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감하게 전면 프린트도 좋고, 포인트로 룩을 연출해도 괜찮아요. 올 여름은 ‘투 머치(Too much)'가 무섭지 않으니, 프린트 원단의 다양한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junbeom@osen.co.kr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