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안에 순위 구도가 판가름 날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주축 선수 중심으로 간다.”
LG가 6월 총력전을 선언한 김기태 감독의 각오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는 6월에 치른 8경기에서 5승 2패 1무를 기록, 365일 만에 단독 2위로 올라서며 선두 SK에 1.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올 시즌 LG 상승세의 중심은 마운드에 있다.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와 5월부터 선발투수로 돌아온 레다메스 리즈가 좌우 원투펀치를 구축하고 신예·베테랑 선발투수들이 신구조화를 이루며 5인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필승카드 유원상·봉중근과 우규민·김기표·이동현·이상열·류택현의 불펜진도 양과 질 모두에서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타선도 베테랑 타자들의 분전으로 팀 OPS(출루율+장타율) 0.726으로 4위에 자리 중이다. 올 시즌 새로운 4번 타자인 정성훈은 이미 홈런 11개로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고 박용택, 최동수, 이병규(9번)도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이병규(7번) 역시 타율 3할9푼1리, 출루율 5할 이상을 기록하며 완성형 타자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 전체 일정에 50%도 소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 LG는 6월 성적 8승 11패를 기록하며 이맘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김기태 감독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하며 “우리 팀은 매년 여름에 약했다.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나름 준비해둔 것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LG가 6월 이후에도 힘을 낼 수 있는 요인을 짚어본다.
▲ 2군 효과 극대화
올 시즌 LG는 어느 때보다 1군과 2군이 잘 맞물리고 있다. 특히 마운드에서 2군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는데 부진과 함께 1군에서 말소된 이동현과 우규민 모두 2군에서 자신의 구위를 되찾고 1군에 돌아왔다. 5월 28일 1군에 콜업된 이동현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고 우규민도 5월 23일 1군 등록 후 9경기 1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하고 있다. 한희와 신정락이 1군 복귀를 노리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시즌 끝까지 안정적인 불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펜 뿐이 아닌 선발진에서도 2군 효과는 잘 나타난다. 시즌 초 마무리투수로서 실패를 맛봤던 리즈가 단 3번의 퓨처스리그 등판을 통해 수준급 선발투수로 돌아왔고 김광삼도 지난 9일 한 달 만에 돌아온 1군 무대에서 7이닝 1자책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보였다. 지난 4일 정재복이 2군으로 내려갔고 신재웅도 말소되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어있지만 임정우, 최성훈, 임찬규가 선발진 합류를 기다리고 있는 중. 주키치·리즈가 선발진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남은 3자리는 언제든 충원이 가능한 상태다.
야수진 역시 모자란 부분을 2군을 통해 메우고 있다. 이천웅·최영진과 같은 신고선수 출신 선수들이 빨리 1군에 올라와 주목 받은 한편, 최근에는 윤요섭과 김태완의 우타 라인이 팀이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충족시켜줬다. 5월 24일 1군에 등록된 윤요섭은 타율 4할4푼을 기록하고 있으며 김태완은 10일 경기서 1회 기선제압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5월 5일 1군 콜업된 포수 김태군도 도루 저지율 3할7푼5리로 무주공산 LG 포수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 베테랑 체력 안배
지금까지 50경기 이상을 치르는 동안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들의 휴식을 최대한 보장했다. 야수진의 경우, 원정 3연전 다음 경기에선 풀전력을 가동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외야수 이진영이 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외에 베테랑 선수들은 순조롭게 자기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전 타율 5할6푼을 기록하고 있는 박용택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지난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서만 대타로 나섰다. 주장 이병규(9번) 역시 서두르지 않고 1군에 복귀시켰고 차차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최근 15경기 중 13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리그 최고참 최동수도 꾸준히 체력안배에 임하며 타율 3할1푼2리로 활약하고 있다. 4월 MVP 정성훈은 5월 부진하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거나 타순을 내려 컨디션 조절을 유도했고 그 결과 6월 8경기서 타율 2할9푼6리 3홈런으로 4월의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시즌 첫 50경기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시즌 박용택은 50경기 모두에 나섰고 정성훈은 50경기 중 48경기에 출장했다. 반면 올 시즌은 박용택이 43경기, 정성훈이 44경기에 출장, 그만큼 LG는 지난 시즌보다 여유 있게 베테랑을 기용했다.
시즌 전 LG는 유력한 꼴찌 후보였다. 그만큼 LG가 여기까지 오리라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5할 승률 사수의 기로에 섰던 매 순간이 LG가 추락을 맞이하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아직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기태 감독의 말처럼 지난 몇 년 동안 LG는 여름에 가장 약한 팀이었다.
그만큼 장기레이스에 대비하고 있다. 수비 에러를 줄이고 베테랑의 활약이 유지된다면, 2군을 통한 선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불펜진이 셋업맨 유원상의 부담을 조금씩 덜어준다면, LG는 지난 10년과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다. 1위 등극이 걸린 선두 SK와 주중 3연전, 1승 5패로 열세에 있는 KIA와 주말 3연전을 치르는 이번주가 LG의 6월을 판가름하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drjose7@osen.co.kr